물아래 - K-ARTIST

물아래

2018
핸드 블로운 글라스, 램프워크 글라스, LED
지름 27.5cm
About The Work

글로리홀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는 작가 박혜인(b. 1990)은 정지되어 있는 동시에 살아있는 물질인 유리와 빛이 만나 이루어 내는 조형을 탐구하고 그것을 일상에서 쓰임이 가능하도록 만든다.
 
박혜인은 사람의 삶에 있어 ‘가까이 두고 바라볼 수 있는 빛’이라는 조명의 특성을 작업의 조건으로 삼고 조명과 미술품 사이(창작과 생산의 접점, 미술-조명)이 가지는 모호한 정체성에 대해 질문하면서, '예술과 상업', '기능성과 작품성'이라는 서로 다른 가치들이 작업에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미술 오브제가 삶에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를 탐구한다.
 
작가의 빛-유리 조각은 단지 아름답다는 인상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그것이 투과하고 담아내는 오늘날의 서사와 맥락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거나, 정지되어 있지만 움직임을 간직한 물성으로부터 생명력을 환기시키며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하기도 한다.

개인전 (요약)

박혜인이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Diluvial》(문래예술공장, 서울, 2022), 《Gloryhole : Splash-Flash》(대림대학교 아트홀, 안양, 2018), 《Gloryhole Light Sales》(개방회로, 서울, 2015)가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박혜인은 《미래/빌딩》(미래빌딩, 서울, 2024), 《Stocker》(SeMA 창고, 서울, 2023), 《날 것》(인천아트플랫폼, 인천, 2022), 《2021 아티언스 대전》(대전예술가의집, 대전, 2021), 《Ghost Shotgun》(시청각, 서울, 2019),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광주, 2017) 등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하였다.

수상 (선정)

박혜인은 《DDP 디자인 페어》(2019)의 사전 매칭 디자이너로 선정된 바 있다.

Works of Art

정지된 동시에 살아있는 물질로서의 유리

주제와 개념

박혜인은 유리라는 물질이 갖는 유동성과 생명성에 주목하며, 정지되어 있지만 살아있는 물질로서 유리를 탐구해왔다. 초기 개인전 《Gloryhole Light Sales》(개방회로, 서울, 2015)에서는 ‘글로리홀’이라는 유리 제작 도구에서 출발한 작가명처럼, 유리와 빛의 만남을 통해 생명을 환기시키는 조명을 제작하며, 예술과 상업, 작품성과 기능성 사이의 경계를 질문했다. 이는 일상과 맞닿은 미술의 실천 가능성을 모색한 실험이었다.

이후 박혜인은 2인전 《Ghost Shotgun》(시청각, 서울, 2019)에서 람한과의 협업을 통해 유리가 이미지의 스크린으로 기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실험했다. 유리 표면은 더 이상 단순히 빛을 머금는 조형 요소에 머물지 않고, 디지털 이미지와 상호작용하면서 새로운 서사를 생산하는 투명한 매개체로 기능했다. 이러한 맥락은 유리가 외부 맥락과 연결될 수 있는 하나의 이야기 장치로 확장되었음을 보여준다.

2020년 단체전 《스케일, 스캐닝》(성북예술창작터)에서 선보인 〈눈섬광 어항〉(2020), 〈숨과 파동〉(2020)은 빛과 유리, 그리고 유기 생명체의 결합을 통해 인간의 생리적 반응이 타 생명체의 빛으로 변환되는 과정을 제시하며, 생명성과 상호작용성에 대한 관심을 본격화한다. 이 과정에서 박혜인은 유리를 단지 생명을 은유하는 소재가 아닌, 생명의 매개자이자 반응체로 재정의한다.

개인전 《Diluvial》(문래예술공장, 서울, 2022)에서는 신화적 서사를 통해 유리와 화석을 겹쳐 보며, 생명의 흔적과 죽음의 증거가 만나는 지점에 대한 상상을 전개했다. 여기서 유리는 멸망 이후의 풍경을 담는 동시에,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가능성을 품은 매개물로 등장한다. 이는 Liquid Veil과 같은 최근 작업에서도 이어지며, 투명성이라는 개념이 인식의 경계와 의미 생성의 메커니즘으로 작동함을 탐색한다.

형식과 내용

박혜인의 작업은 전통적인 유리 공예 기법인 글라스 블로잉과 램프워킹을 바탕으로 한다. Gloryhole Bulb(2015)과 같은 초기 작업에서는 기능적인 조명 오브제를 통해 아날로그 기술의 조형미를 구현하면서도, 빛이라는 비물질을 물질화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 시기의 작업은 유리라는 물질이 조명으로 기능하며, 동시에 조형성과 상업성의 경계에 놓여 있는 복합적 성격을 띤다.

《Ghost Shotgun》 이후에는 유리를 단독 조형 요소로 사용하는 대신, 디지털 이미지와 함께 스크린으로 기능하는 새로운 방식이 도입된다. Ending scene 1(2019), Expectancy(2019)와 같은 협업 작업에서 유리는 투명한 표면이자 빛의 필터로 작동하면서 관객의 움직임과 시선에 따라 이미지가 변화하는 인터랙티브한 형식을 지닌다.

2020년 이후의 작업에서는 빛의 유기적 원천을 탐구하기 위해 생물학적 요소가 적극적으로 도입된다. 〈눈섬광 어항〉은 관객의 호흡과 산소포화도에 따라 해파리의 몸이 밝아지는 작업이며, 〈숨과 파동〉에서는 와편모충류의 생체발광을 조작 가능한 빛-조명으로 치환한다. 이처럼 박혜인의 작업은 점점 더 생명과 반응, 조건과 환경이라는 요소들을 조형의 일부로 끌어들이며 복합적 생태계를 구축한다.

〈나의 따뜻한 작은 연못 가설〉(2021–2022)은 유전자, 유리, 디지털 그래픽이라는 이질적 요소들을 통합하여 생명의 기원에 대한 상상적 실험을 전개한다. 유리로 제작된 DNA 형태의 오브제와 실제 DNA 샘플, 투명 슬라임이 어우러진 이 작업은 유리를 생명의 기호체이자 기억의 저장소로 확장시킨다. 이어진 Liquid Veil은 유리의 투명성과 물의 흐름을 연결시켜 언어, 시각, 지각의 기원을 탐색하는 명상적 조형물로 진화했다.

지형도와 지속성

박혜인의 작업은 조명과 유리, 예술과 상업, 기능과 조형이라는 전통적인 이분법을 해체하며 그 사이에 놓인 경계를 탐색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후 디지털 이미지, 생체 반응, 물리적 환경을 결합하면서 유리를 하나의 '살아있는 매체'로 자리매김하고, 그것이 어떻게 서사를 생성하거나 환경과 상호작용하는지를 다층적으로 제시한다.

동시대 한국미술계에서 박혜인은 공예-디자인-미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하이브리드적 작가로서, 특히 유리를 중심으로 한 실험적 매체 확장을 통해 독창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그녀의 작업은 단순한 조형 실험을 넘어서 생명, 디지털, 언어, 인식 등 철학적 문제의식을 형상화하는 데까지 이른다.

작품 세계는 초기의 조명 오브제에서 시작하여 디지털 서사적 조각으로, 나아가 유전자와 생물학, 신화와 언어로까지 확장되어 왔다. 이러한 흐름은 물질과 비물질, 유기체와 비유기체, 현실과 가상 사이의 연결성을 탐색하고, 그 경계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감각과 의미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지속된다.

Works of Art

정지된 동시에 살아있는 물질로서의 유리

Articles

Exhibitions

Activit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