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di hallucination - K-ARTIST

Nudi hallucination

2022
유리, 강철, 알루미늄, 은, 인공 식물, 체인, 레진, 안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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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Work

오묘초는 과거, 현재, 미래의 시제를 문학적 상상으로 넘나들며 우리의 삶을 형태와 물질에 기대어 서사화 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작가는 국내외의 과학 뉴스와 공상과학 소설에서 접한 비인간 생명체들을 통해 도래하지 않은 미래의 삶을 상상하고, 이를 조각, 설치, VR영상 등을 활용해 현재 시제로 치환한다.
 
초기 시리즈부터 현재까지 오묘초는 작업의 기반이 되는 소설을 먼저 쓰고 그 소설이 잉태한 세계관에 근거한 작업을 현실 세계에 낳아왔다. 소설 속 그의 상상은 물질의 형태로 번안되어 물리적인 현실 세계 내부에서 작동하는 새로운 실체를 지닌 객체로서 제시된다. 인간의 종말 이후 새로이 피어날 생명을 상상하는 오묘초의 작업은 새로운 기술이 담보할 수 있는 환상과 그 이면에 존재하는 다른 가능성을 동시에 드러내며, 인간이 미래에 취해야 할 삶의 태도에 대해 질문한다.

개인전 (요약)

오묘초가 참여한 최근 개인전으로는 《변형 액체》(수림큐브, 서울, 2023), 《Punch-Drunk: 발굴된 미래》(작은미술관 보구곶, 김포, 2023), 《배럴아이》(오시선, 서울, 2022), 《점보쉬림프》(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대전, 2021)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작가는 《Cell Struggles》(파운드리 서울, 서울, 2025), 《예술과 인공지능》(울산시립미술관, 울산, 2024), 《집(ZIP)》(아르코미술관, 서울, 2024), 《4도씨》(세화미술관, 서울, 2024), 《풍경들》(우손갤러리, 대구, 2023), 《데이터정원》(김희수아트센터, 서울, 2022), 《섀도랜드》(아마도예술공간, 서울, 2021) 등 다수의 기획전에 참여하였다.

수상 (선정)

오묘초는 2020년 수림미술상을 수상하였으며, 2024년에는 아트바젤 스테이트먼츠 섹터에 선정되었다.

작품소장 (선정)

오묘초의 작품은 수림아트센터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미래의 생체조각

주제와 개념

오묘초의 작업은 기억과 존재의 경계에 대한 상상으로 출발하여, 이후 점차 인간 이후의 생명성과 사회적 시스템에 대한 비평으로 확장된다. 첫번째 개인전 《언급되지 않을 것들의 흔적》(시대여관, 2018)은 폐허가 된 공간에서 실재하지 않는 삶의 흔적을 소설과 조각으로 복원하려는 시도로, 장소와 기억의 불확실성을 조형 언어로 풀어낸 작업이었다. 작가는 이 전시를 통해 언급되지 않은 존재들을 호출하고, 그들이 남긴 물리적·심리적 흔적을 하나의 서사 구조 안에 위치시켰다.

이후 전시 《Broken Reality》(수림아트센터, 2020)에서는 가짜 뉴스와 디지털 환영(phantasm)의 범람 속에서 진실의 개념이 어떻게 왜곡되는지를 질문한다. 시각적 증거로서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실체가 없는 디지털 이미지들, 그리고 그에 대한 무비판적인 신뢰를 주제로 삼아, 정보 과잉 시대의 지각과 신뢰의 문제를 드러냈다.

이후 작가는 〈점보 쉬림프〉(2021)를 통해 디지털 데이터에 저장되고 유통되는 개인의 기억과 감정에 주목하며, 기술적 구조 속에서 인격의 일부가 객체화되는 과정을 탐색했다. 특히 인간과 기계의 구분을 상징하는 캡차(CAPTCHA)를 소재로 삼아, 인간성조차 시스템의 일부로 환원되는 현실을 조각이라는 고전적 매체를 통해 조명한다.

이러한 탐색은 ‘누디 핼루시네이션’(2022-) 연작과 《변형 액체》(수림큐브, 2023)의 작업들로 이어지며, 인간 중심의 시간성과 생명 개념을 넘어선다. 특히 바다달팽이의 기억 전이 실험에서 착안한 ‘누디 핼루시네이션’ 연작은, 기억이 디지털화되어 거래되고 편집되는 미래를 상정하며, 인간 이후 출현할 수서형 생명체의 정체성과 윤리를 시각화한다.

형식과 내용

오묘초의 작업은 개별적인 조형물보다는 그 조형물이 작동하는 세계관과의 관계 속에서 의미를 가진다. 그는 작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픽션의 형태로 세계를 설정하고, 그 안에서 구체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오브젝트들을 물질로 구현해낸다. 《언급되지 않을 것들의 흔적》에서는 쪽방촌의 버려진 여관이라는 실재 공간을 가상의 등장인물들과 서사 구조 속에 위치시키고, 그곳에 얽힌 에피소드를 조각으로 재현한다.

그는 비물질성과 정보의 구조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이어나간다. 《Broken Reality》에서는 홀로그램 기술을 통해 '존재하나 손댈 수 없는 실체'를 시각화하고, 관객의 신체 경험을 통해 정보의 실재성과 불안정성을 체감하게 한다. 《Jumbo Shrimp》(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2021)는 진흙에 캡차 문양을 새긴 조각과, 금속과 유리로 엮은 그물 형태의 구조물을 통해 기억, 감정, 감각의 파편들이 어떻게 디지털화되고 소비되는지를 물질적으로 드러낸다.

2022년 이후 이어진 ‘누디 핼루시네이션’ 연작은 과학적 실험을 바탕으로 생물학적 형상과 디지털 신체를 융합한 조각으로 발전한다. 유리, 레진, 금속, 인공 식물 등 서로 다른 물성을 가진 재료들이 결합되어 미래 생명체의 생리적 구조와 내부 시스템을 은유한다. 특히 〈누디 핼루시네이션 #1〉(2022)은 바다달팽이의 외형을 닮은 곡선 유리 구조 내부에 기억을 저장하는 뉴런 형태의 형상을 삽입해, 조각 내부에 정보가 각인된 SF적 유기체를 제시한다.

이러한 조형 언어는 최근 최근 《변형 액체》에서 더욱 진화한다. 유리와 스테인리스처럼 고온에서 형성되는 재료들을 이용해, 단백질 기반의 인간 신체를 대체하는 미래형 신체를 구현하였다. 조각들은 고생대 생물을 연상시키는 형상과 더불어, 유동적이고 반고체적인 물성으로 변화를 전제로 하는 생명체의 상태를 시각화한다.

지형도와 지속성

오묘초는 과학기술, 생명윤리, 미래 서사 등을 예술 언어로 번안하는 데 있어 독자적인 궤적을 그려나가고 있다. SF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기억, 신체, 감각, 존재 조건을 탐구하고, 기술 비판과 생태적 사유를 조각의 언어로 풀어낸다. 특히 과학 뉴스, 실험 모델, 픽션 창작을 기반으로 물리성과 허구성, 실재성과 환영의 관계를 교차시키는 방식은, 국내뿐 아니라 국제 미술계에서도 높은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초기에 장소기반 서사와 존재론적 상상을 중심으로 작업을 전개하다가, 이후에는 정보, 기억, 인공 신체와 같은 탈인간적 감각과 기술적 조건에 기반한 세계로 이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고전적 조각 매체와 디지털 기술의 융합, 텍스트 기반 세계관의 구축을 포함한 다층적 실험을 꾸준히 이어왔다.

2024년에는 아트바젤 스테이트먼츠 부문에 선정된 것은 오묘초의 활동 반경이 더 넓은 담론적 장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향후에도 인간 이후의 세계에 대한 상상, 물질과 비물질 사이의 이중적 구조에 대한 탐구를 지속할 것이며, 미래의 생명과 기술의 감각을 예술 언어로 시각화하는 작업을 통해 독자적인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해나갈 것이다.

Works of Art

미래의 생체조각

Exhibitions

Activit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