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박곡리 부처 - K-ARTIST

용인 박곡리 부처

2021
석기, 산화소성 1250°C
12 × 12 × 20 cm
About The Work

오제성은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조각의 유산을 현재의 맥락으로 가져와 새로운 형태의 조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를 위해 작가는 전통적인 조각의 기법과 더불어 3D 프린팅, 영상 등 현대의 기법과 재료를 혼용하며 과거와 현재를 연결 짓는 조형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작가는 한국의 전통적인 감각이 현대의 기술에 기대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며, 조각으로 남아 있는 선대의 정신과 특유의 미적 가치를 계승하고자 한다. 조형의 외피 아래 남겨진 것들을 현재의 시공간으로 호명하는 오제성의 작업은, 서구 미술사의 기준에 따라 한국 조각의 역사를 단편적으로 범주화하는 과정에서 유실된 가치와 정신을 되살리는 일이기도 하다.

개인전 (요약)

오제성이 참여한 개인전으로는 《Ghost Protocol》(금호미술관, 서울, 2024), 《Joyful Sculpture》(The Square, 서울, 2023), 《Playful Sculpture》 (space xx, 서울, 2023), 《Ceramic Art Andenne》(Ceramic Art Andenne, 벨기에, 2022), 《The Motion Lines》(송은아트큐브, 서울, 2019)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오제성은 《알고 보면 반할 세계》(경기도미술관, 안산, 2025), 2024 조각도시서울, 《페이지 너머》(대전시립미술관, 대전, 2022), 《조각충동》(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서울, 2022), 2021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썸머 러브》(송은, 서울, 2019)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한 바 있다.

레지던시 (선정)

오제성은 공간예술창작공간 해움(2023), Ceramic Art Andenne, Andenne(벨기에, 2022), Ateliers des Arques(프랑스, 2022), 한국예술종합학교 K’ARTS STUDIO(2021) 등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다.

Works of Art

과거와 현재를 연결 짓는 조형적 탐구

주제와 개념

오제성의 작업은 전통과 현재, 과거와 미래가 한데 중첩되는 시공간에 대한 상상에서 출발한다. 2019년 송은아트큐브 개인전 《The Motion Lines》에서 선보인 초기 작업들은 자코메티의 조각상에서 받은 감동을 매개로, 과거의 예술가와 감정적으로 교감하며 다른 시대와 장소가 연결되는 ‘시간 여행’의 개념을 제시했다. 이때 작가는 직선적인 시간 개념에서 벗어나 다층적인 서사 구조를 통해, 감정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방식에 주목한다.

이후 작가는 ‘INDEX’(2020~) 연작을 통해 한국의 전통 재래 조각에 내재된 미학적 가치와 기능, 그리고 비지정 문화재에 담긴 내러티브에 집중한다. 특히 〈INDEX_다보각경도〉(2020–2024)에서는 서구와 동아시아 문화가 혼성적으로 얽힌 유산을 중심으로, 각기 다른 문화가 ‘보존’이라는 행위 속에서 어떻게 변형되며 재맥락화되는지를 탐구한다. 작가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박물관이라는 제도적 공간에 담기지 못한 기억과 감각을 소환한다.

〈INDEX_초천리 미륵불〉(2022)에서는 더 나아가 디지털 스캔과 전통 조형 방식의 접합을 통해, 물리적 전통 유산이 새로운 기술과 조우하면서 정보로 해체되고 재구성되는 과정 자체를 작품의 핵심 주제로 삼는다. 작가는 이를 통해 전통이 살아 숨 쉬는 정보 덩어리로서, 미래의 시간 속에서도 존재를 이어나갈 수 있음을 상상하게 한다.

최신작 〈조각에 대한 기억〉(2024)에서는 근대 조각의 정신과 재료의 잔재, 조각의 기원을 상징하는 얼굴 조각 등을 결합하여 ‘기억’의 조각화를 시도한다. 이는 단지 조형 언어의 재현이 아니라, 과거의 미적 가치와 현재의 물질 감각이 충돌하고 융합하는 지점에서 조각의 존재론을 다시 묻는 작업이다.

형식과 내용

오제성의 형식 실험은 전통적 조형 기법과 첨단 기술의 혼합을 통해 조각이라는 매체의 경계를 확장한다. 초기 전시 《The Motion Lines》에서는 사진과 영상 매체를 이용해 감정과 기억이 교차하는 시공간을 시각화했으며, 이는 조각이 단순한 물질이 아닌 정동적 매개체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INDEX’ 연작에서는 세라믹, 목재, 금속 등 전통적인 재료와 더불어 PLA, 아크릴, 알루미늄 프로파일 같은 산업 재료를 적극 활용한다. 예컨대 〈INDEX#3_다보각경도〉(2020)는 조각을 담아내는 구조물 자체가 알루미늄 프로파일로 구성되어, 전통 조각의 재료와 현대적 구조체의 충돌을 통해 조형적 이중성을 드러낸다. 이는 과거를 담아내는 방식 또한 동시대의 언어로 재설계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INDEX_초천리 미륵불〉(2022)에서는 3D 스캐닝, 프린팅, 소조, 도자, 사진 출력 등 다양한 조형 기술이 병렬적으로 사용된다. 이로써 작가는 물리적 조각이라는 개념이 디지털 정보, 비물질적 좌표, 추후 복원을 위한 메타데이터 등으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실험한다. 내부에 내장된 GPS와 데이터는 작품을 정보적 조각으로 전환시키는 주요 장치다.

2023~2024년에 제작된 〈보주(寶珠)〉, 〈비옥토(肥沃土)〉, 〈조각에 대한 기억〉 등은 산업자재와 건축용 폐기물, 스프레이 페인트, 방수제, 실리콘 등의 재료를 사용하여 물질적 조각 언어의 확장을 보여준다. 특히 〈비옥토(肥沃土)〉(2023)는 박석원의 〈초토〉(1967)를 양각으로 전환하며, 형식의 전환을 통해 감정의 방향성 또한 반전시키는 조형적 해석을 제시한다.

지형도와 지속성

오제성은 전통 재래 조각에 담긴 비지정적이고 자유로운 형태의 미감을 디지털 기술과 결합함으로써, 동시대 한국 조각계에서 조형 언어의 경계를 확장하는 대표적인 실천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사의(寫意)라는 동양 회화의 태도를 조각에 이식한 방식은, 단순한 전통의 재현이 아닌 감응적 전승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새로운 조형 미학을 개척해왔다.

‘INDEX’ 시리즈를 통해 그는 제도권 밖의 전통 유산을 개인적 감각과 기억의 방식으로 재구성하였으며, 이후 〈비옥토〉, 〈조각에 대한 기억〉 등을 통해 한국 근대 조각의 형식성과 역사성까지 포괄하는 전방위적 확장을 이뤄냈다. 이로써 그의 작업은 조각의 과거와 현재, 정신과 물질, 원형성과 가변성 사이를 매개하는 유연한 다리 역할을 한다.

오제성의 작업은 단지 과거를 호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과거의 감각을 동시대의 감성과 언어로 재배열하며 미래지향적인 조형 전략을 제안한다. 디지털 복원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형 방식, 상상된 내부 공간의 구현, 공공성과 제도성을 넘나드는 문화재 재현 방식 등은 앞으로 그의 조각이 가질 확장성을 예고한다.

향후 오제성은 기술과 감각, 제도와 일상, 기억과 환영이 교차하는 지점을 지속적으로 탐색하며, 조각이라는 매체의 존재론을 동시대적 맥락에서 다시 쓰는 작업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절된 과거’가 아닌 ‘연속된 현재’로서의 전통을 체감하게 만드는 동시대 조각의 한 방향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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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를 연결 짓는 조형적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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