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 아미 - K-ARTIST

벨 아미

2020
비단에 담채
130 x 130 cm
About The Work

박그림은 불교미술의 전통 기법을 활용해 퀴어를 포함한 다양한 동시대의 서사를 다루고 있다. 그의 작업은 불교 서사와 개인 또는 사회적 서사를 결합하거나 또는 분해/재조합하는 과정을 거쳐 새로운 동시대의 서사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과정에서 발현되는 다양한 모순적 의문을 통해, 작가는 동시대를 구성하는 소수와 다수의 이분법적 개념에 대해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박그림의 작업은 불교미술의 전통, 퀴어 정체성, 인간관계, 과거의 경험과 사건들을 총체적으로 직면하는 작가의 여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는 과거의 전통을 무조건적으로 답습하기는 것이 아닌 이전의 범례와 규칙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탐구하고 재해석한다. 즉 일종의 번안과 갱신의 과정으로 볼 수 있는 그의 작업은 전통적 소재와 개념을 통해 동시대의 여러 모순을 다시금 사유하고 ‘마주보기’할 것을 제안한다.

개인전 (요약)

박그림이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사사 四四》(THEO, 서울, 2024), 《虎路(호로), Becoming a Tiger <서울>》(스튜디오 콘크리트, 서울, 2022), 《참: 가장 무도회(CHAM; The Masquerade)》(유아트스페이스, 서울, 2021), 《화랑도》(불일미술관, 서울, 2018)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박그림은 민화와 K팝아트 특별전 《알고 보면 반할 세계》(경기도미술관, 안산, 2024), 《잘 살고 있는 나를 죄인으로 만들기도 하며》(OCI 미술관, 서울, 2024), 《PANORAMA》(송은, 서울, 2023), 《제22회 송은미술대상전》(송은, 서울, 2022), 《다시 그린 세계: 한국화의 단절과 연속》(일민미술관, 서울, 2022), 《BONY》(뮤지엄헤드, 서울, 2021), 《flags》(두산갤러리, 뉴욕, 2019)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수상 (선정)

박그림은 2022년 제22회 송은미술대상 본선, 2018년 엡솔루트 보드카 아티스트 어워드 위너에 선정되었다.

작품소장 (선정)

박그림의 작품은 선프라이드 파운데이션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전통 불화의 방식을 통한 퀴어의 서사

주제와 개념

박그림의 작업은 자전적 서사에서 출발해 퀴어 정체성과 동시대 사회의 권력구조를 불화의 형식으로 재해석하는 실험으로 전개되어 왔다. 초기 개인전 《화랑도 – 꽃처럼 아름다운 사내들》(불일미술관, 2018)에서는 게이 커뮤니티 안에서 표출되는 자기애와 나르시시즘, 사회적 가시성의 욕망을 고려불화의 형식으로 형상화하며, 퀴어 주체의 자아 형성과 성불 가능성에 대한 은유를 시도했다.

특히, 이 시기부터 시작된 시작된 ‘심호도’ 연작은 불교의 ‘심우도’를 퀴어적 방식으로 변형하면서 서사의 방향을 내면의 탐색으로 돌린다. 〈심호도 - 간택〉(2018)에서는 아름다운 게이 남성들이 보살로 전환되며, 그 중심에 위치한 호랑이는 자기혐오와 타자에 대한 동경을 극복하고 정체성 탐색의 주체로 떠오른다. 이 시점부터 작가의 작업은 자아와 타자의 관계, 존재의 불완전성과 복합성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박그림은 외부 인물에 투사되던 시선을 내면화하며, 퀴어 주체의 수행과 상처, 자기회복의 과정을 신화적 알레고리로 풀어내기도 한다. 개인전 《CHAM; The Masquerade》(유아트스페이스, 2021)에서는 티베트 불교의 가무극 ‘참’을 모티프로 하여, ‘게이스북 스타’들의 눈을 클로즈업한 초상들에 상징적 문양을 병치시키는 방식으로 자기-대상의 권력구조와 투영, 허상의 마주침을 탐구했다. 이 시기의 작업은 내면화된 수행의 서사와 신성화된 정체성 표상을 결합시키며, 전통불화의 정신적 층위를 퀴어 서사로 치환한다.

최근 개인전 《사사 四四》(2024)에서는 이분법적 사고에 대한 문제제기가 강조된다. 특히 〈회 回〉(2024), 〈륜 輪〉(2024)에서는 모든 관계와 도상을 삭제하고, 극도로 축약된 자국만 남긴 채 존재의 본질과 깨달음에 대한 사유를 제시한다.

작가는 과거 자아와 그 도상들을 반추하며 자기 인식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아미 我尾〉(2024)는 과거의 우상화, 타자에의 의존에서 벗어나 자신이 찢어진 틈에서 출현하는 방식으로, 관계 중심에서 자아 중심으로의 전환을 암시한다. 이러한 서사의 전개는 동시대 퀴어 정체성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형식과 내용

박그림의 작업은 한국 불교회화의 정교한 기법을 현대적 서사와 결합하는 데서 출발한다. 초기 ‘화랑도’ 연작에서 그는 고려불화의 육리문법을 바탕으로 비단에 세필로 그려낸 이상화된 남성 누드상을 통해 퀴어 욕망을 시각화하였다. 비단에 수십 번 채색을 겹치는 방식은 아름다움에 대한 고통스러운 노동을 은유한다.

2018년 이후 등장하는 호랑이 도상은 작가의 페르소나로 기능하며, 이를 둘러싼 보살상들은 다양한 관계망을 상징한다. 〈심호도 - 간택〉(2018)에서는 무지갯빛 사라를 호랑이에게 씌우는 장면을 통해 퀴어 정체성과 소수자성, 그리고 불교의 도상을 겹쳐낸다. 이처럼 불교 도상은 퀴어 서사의 확장과 재해석의 매개로 기능하며, 작가는 전통을 도구화하기보다는 동시대적 매체로 갱신한다.

조각 매체로의 확장은 〈호구〉(2021)와 같은 세라믹 호랑이 조각에서 드러난다. 이 작업은 회화의 2차원적 아이콘을 공간으로 확장시킨 사례로, 도상의 물리적 실체화이자 존재론적 전환을 의미한다. 또한 Bihu(2021)에서 육리문을 이용한 호피 묘사는 생명성과 감각성을 불어넣는 동시에, 전통 회화의 표면적 장식을 존재의 상징으로 전환하는 시도로 해석된다.

《참: 가장 무도회》(2021), 《虎路》(2022), 《사사 四四》(2024) 등의 전시에서 선보인 〈비호〉, 〈무명-사유-삼매〉, 〈아미 我尾〉 등의 작품은 호랑이 도상을 중심으로 신광, 인드라망, 회광반조와 같은 불교의 상징 체계를 시각화하며, 구상적 회화 안에서 관념적 사고를 유기적으로 구현해낸다. 이처럼 그는 도상의 확장과 축소, 시점의 전환을 통해 끊임없이 새롭고 복합적인 해석을 이끌어낸다.

최근 참여한 단체전 《꽃밭에는 꽃들이: Flowers》(갤러리 띠오, 2023)에서는 조형적 장치보다는 개념적 배치와 텍스트의 병치가 더욱 강조된다. 《꽃밭에는 꽃들이: Flowers》에서는 전시장에 놓인 카드 형식의 메시지를 통해 작품과 ‘꽃말’ 간의 상징적 연관을 유도하며, 관객의 해석을 여백으로 남기는 방식을 택했다. 이처럼 박그림은 점차 회화적 재현에서 개념적 재배치로 이행하며, 동시대 미술의 복합성과 언어적 층위까지 포섭하는 입체적 전개를 보인다.

지형도와 지속성

박그림은 동시대 한국미술계에서 보기 드문 방식으로 전통 불교회화의 양식과 퀴어 서사를 결합해왔다. 작가는 초기에는 불교의 형식을 빌려 퀴어 욕망을 아름다움의 이상화로 표현했지만, 이후 호랑이라는 자아의 도상을 통해 자전적 서사와 수행적 내면탐색의 여정을 본격화했다. 전통이라는 ‘언어’를 고유한 ‘서사’로 번안하는 그의 방식은 기존 동양화의 고전주의적 재현과는 명확히 구별된다.

이러한 작업의 흐름은 자아의 타자화(〈화랑도〉), 페르소나의 설정(〈심호도〉), 성화화된 음화(〈벨 아미〉), 상징의 추상화(〈회 回〉, 〈륜 輪〉), 그리고 비어 있음과 찢어짐으로서의 자화상(〈아미 我尾〉)으로 진화해 왔다. 도상의 밀도와 상징의 층위는 시간이 흐를수록 정제되고 응축되며, 동시에 더욱 실존적인 차원으로 나아간다.

현재 그는 동시대 한국미술 내에서 전통과 퀴어라는 두 축을 정교하게 교차시키며, 시각 언어의 윤리성과 철학성을 동시에 획득하고 있는 작가로 자리 잡았다. 또한 불화의 장엄성과 퀴어성의 욕망이 공존하는 서사는 국제적으로도 유효한 정체성-시각 언어 담론의 교차점에서 작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다.

동시대 퀴어 미술의 국제적 맥락에서 박그림의 작업은 전통적-동양적 이미지 체계와 비서구적 서사를 결합한 고유의 사례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인드라망이나 인우구망처럼 개념적이고 철학적인 불교 상징을 통해, 동시대적 존재론과 관계론을 재정의하는 예술적 실천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Works of Art

전통 불화의 방식을 통한 퀴어의 서사

Exhibi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