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ilocks zone - K-ARTIST

Goldilocks zone

2023
한지에 아크릴 과슈
194 x 130.4 cm
About The Work

장종완은 여러 미디어에서 수집한 자연의 이미지를 재조합하고 의인화하여 초현실적인 풍경과 상황을 만든다. 마치 동화나 우화, 혹은 세밀하게 그려진 종교화처럼 보이는 그의 회화는 초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동시에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믿음의 방식과 심리, 그리고 가치관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인류는 불안감과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유토피아 혹은 낙원을 그리며 구원을 갈망해 왔다. 르네상스 시대까지 인류는 자신들이 상상하는 ‘천국’을 그리며 죽음 이후의 약속된 낙원을 시각 예술로 전파하였고, 근대사회에 들어와서는 스스로가 이룩한 산업화를 통해 유토피아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이기적인 합리성을 강조하는 인간 중심의 사회에서 현대 인류는 여전히 끝없는 불안감과 공허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종완은 이러한 지점에 주목하여 그림을 그린다. 작가는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으로 인해 인공적으로 변형되고 정복된 자연의 풍경을 담으며, 이상향의 세계를 마냥 아름답게 묘사하는 대신, 그 풍경이 내포하는 기괴하고 뒤틀린 인간 욕망의 민낯을 드러낸다.

개인전 (요약)

장종완이 개최한 주요 개인전으로는 《누아르 마운틴》(아마도예술공간, 서울, 2024), 《GOLDILOCKS ZONE》(파운드리 서울, 서울, 2023), 《프롬프터》(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 서울, 2020), 《Organic Farm》(아라리오갤러리, 서울, 2017), 《I hear your voice》(금호미술관, 서울, 2014)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장종완 제15회 광주비엔날레(광주, 2024), 《커플링》(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24), 《피곤한 야자수》(아트선재센터, 서울, 2024), 《예술가의 지구별연구소》(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23), 《제22회 송은미술대상전》(송은, 서울, 2022), 《포스트 네이처: 친애하는 자연에게》(울산시립미술관, 울산, 2022), 《Fortune Telling: 운명상담소》(일민미술관, 서울, 2021)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레지던시 (선정)

장종완은 2014년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8기 레지던시에 선정된 바 있다.

작품소장 (선정)

장종완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울산시립미술관, 아라리오뮤지엄 등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유토피아에 대한 믿음과 불안에 관한 초현실적 회화

주제와 개념

장종완의 작업은 ‘유토피아’라는 주제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와 불안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작가는 이상향이란 인간이 만들어낸 상상의 산물이자, 현실의 모순을 은폐하려는 수단일 수 있음을 지적하며, 과도하게 이상화된 풍경을 통해 오히려 불안과 허무를 드러낸다. 초기작 Corner of the earth (2010), New normal (2010) 등에서 드러나는 평화롭고 전형적인 낙원의 모습은 사실상 인간 중심의 폭력성과 모순을 은근하게 포섭한 허위적 이상을 보여준다.

이러한 주제의식은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사회적 장치, 특히 종교적 이미지나 자본주의적 상징을 차용하는 방식으로 확장된다. 예컨대 Happy garden (2013)은 정교한 낙원 풍경 속에 인공적인 정원과 이종교배된 동물들이 병치되며, 기묘한 불편함을 자아낸다. 이는 ‘천국’을 표방하는 이미지들이 실은 인간의 신념 체계와 소비 욕망의 산물임을 드러내는 비판적 장치다.

장종완은 이러한 주제를 유년기의 기억과 맞물려 더욱 구체화한다. 울산이라는 산업 도시에서 자라며 경험한 물질적 풍요와 사회적 억압, 비현실적인 찬양 구조는 개인전 《Organic Farm》(아라리오갤러리, 2017)과 같은 작업에서 본격적으로 표출된다. 인간 중심의 풍요 이면에 존재하는 희생과 구조적 잔혹함은 유토피아적 상상에 내재된 폭력을 시사한다.

최근 개인전 《GOLDILOCKS ZONE》(파운드리 서울, 2023)에서는 유토피아적 상상은 우주와 미래로 확장된다. 서양란 머리를 한 인물들이 평온한 농촌에서 활동하는 장면은 SF적 이상주의와 현실의 기후 위기, 기술 의존성이 맞물린 복합적 풍경으로 읽힌다. 여기서 유토피아는 더 이상 실현 가능한 희망이라기보다는, 불완전한 세계에 대한 인간의 끊임없는 망상에 가까운 형상으로 제시된다.

형식과 내용

장종완은 재현적인 회화에서 출발해, 이후 다양한 매체를 유기적으로 병합하며 형식적 실험을 지속해 왔다. 초기의 캔버스 유화들은 자연 이미지의 재조합과 의인화를 통해 구성되며, 낙원의 풍경이라는 전통적인 회화 장르를 현대적 시선으로 재해석한다. I hear your voice (2014), Pieta (2019) 등에서는 사실적인 묘사와 상징적 구성이 결합되어 초현실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중반기에는 동물의 가죽을 지지체로 삼은 독특한 ‘가죽 회화’ 시리즈가 등장한다. 《Organic Farm》에서 선보인 He spoke and all was still(2015), Walk with god(2016) 같은 작품은 죽은 동물의 피부 위에 평화로운 풍경을 겹쳐놓음으로써 생명에 대한 애도와 인간 중심의 폭력을 한 화면 안에 공존시킨다. 인조가죽이나 공장 잔여물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죽음의 물성을 가시화하는 데 있어 섬세한 감각을 유지한다.

장종완은 회화적 장르를 탈피해 영상,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오브제 작업으로 확장하는 실험을 시도하기도 한다. Under the Red Roof(2020), Yesterday(2017) 같은 영상 작업은 개인의 내면적 불안과 사회적 위선을 블랙 코미디 형식으로 연출하며, 기존 회화의 내러티브와 연계된다. 또한 성냥갑 회화(F20180004, 2018)는 일상적이고 폐기된 오브제를 활용한 미니멀한 실험으로, 회화의 물성과 이야기 구조를 동시에 실험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전시 공간 전체를 연출 대상으로 삼은 개인전 《프롬프터》(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 2020)는 작가의 작업이 조형 중심에서 설치 및 퍼포머티브한 형식으로 나아간 전환점이다. 회담장을 연상케 하는 구조 속에 유아용 변기나 담요 국기 같은 키치한 오브제를 배치함으로써 정치적 연극성, 미장센으로서의 권위 공간에 대한 회화적 해석을 시도한다. 이는 그의 작업이 대상의 재현을 넘어 ‘구조의 조형화’로 나아간 전조다.

지형도와 지속성

장종완은 동시대 한국 미술계에서 유토피아의 시각적 은유와 그것의 허위성을 조형화하는 데 있어 독창적인 방식으로 자리 잡은 작가다. 그는 회화, 오브제, 애니메이션,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종교적 도상, 식물의 의인화, 정치적 기호, 산업 유산 등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복합적 언어를 구축해 왔다. 특히 감각적으로 완성도 높은 회화 속에서 불안과 허무를 조형화하는 감수성은 타 작가들과의 뚜렷한 차별점이다.

그의 작업은 초기의 회화 중심적 구성을 지나, 점차 사회적 장치에 대한 조형적 분석과 풍자, 그리고 정치적, 생태적 상상력으로 확장되어 왔다. 《Organic Farm》의 가죽 회화에서 《Prompter》의 무대적 공간 연출로, 다시 《GOLDILOCKS ZONE》에서의 우주 농경 상상으로 이어지는 작업의 궤적은 주제와 형식 양면에서의 내적 진화를 보여준다.

장종완은 산업화된 현실, 소비자본주의, 정치적 장치 등 사회의 이면을 포착하는 능력과 동시에, 이를 허구적이고 연극적인 서사로 치환하는 데 능한 작가다. 특히 우화적 방식이나 ‘등급놀이’를 통해 비판과 유머를 병치시키는 태도는 그만의 고유한 조형 어법이다. 또한 장지 위에 아크릴릭 과슈를 중첩해 얇고 깊은 색면을 형성하는 기법, 성냥갑이나 인조가죽을 지지체로 삼는 실험은 동시대 회화의 재료적 확장을 시사한다.

향후 장종완은 보다 복합적인 서사 구조와 공간 연출을 통해, 작업의 설치적·공간적 전개를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작가의 조형 언어는 디지털 테크놀로지, 생태 위기, 인간 이후의 세계 등 최근 미술 담론과도 자연스럽게 접속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장종완은 앞으로도 인간 중심적 가치 체계에 질문을 던지며, 현실과 상상,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새로운 세계의 풍경을 구축해 나갈 것이다.

Works of Art

유토피아에 대한 믿음과 불안에 관한 초현실적 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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