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있는 남자 - K-ARTIST

비어있는 남자

2017
나무 패널에 유채
120 x 133 cm
About The Work

임창곤의 작업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신체 내부에 대한 상상에서 시작된다. 우리의 몸은 만질 수 있으며 너무도 당연하게 ‘나’와 연결되어 있지만, 그 내부의 세계는 마치 미지의 세계처럼 온전히 알 수 없는 영역으로 다가온다.
 
작가는 이러한 신비로움이 응축된 몸에 대해 탐구하며, 몸속의 감각을 추적한다. 그 과정에서 발견하는 신체적 특성과 형상을 현실 세계의 풍경과 뒤섞으며,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살아 움직이는 무언가를 연상하게 한다.
 
임창곤은 자신의 몸, 그리고 그 밖의 세계와 끊임없이 대화하고 감각하며, 몸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들을 촉각화하고 공간화한다. 이러한 임창곤의 작업은 눈으로 볼 수 없는 몸의 감각적 실체를 찾아 나가기 위한 여정으로, 작가 자신뿐 아니라 보는 이 또한 계속해서 변화하고 움직이는 신체를 감각하고 상상하게 한다.

개인전 (요약)

임창곤이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48!: 움직이는 몸짓》(스페이스 카다로그, 서울, 2022), 《불거지는 풍경》(공간형, 서울, 2019)이 있다. 2025년에는 중간지점 둘에서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그룹전 (요약)

임창곤은 《크러쉬 존》(갤러리 SP, 서울, 2025), 《말하는 머리들》(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25), 《Exoskeleton》(P21, 서울, 2024), 《두산아트랩 2023》(두산갤러리, 서울, 2023), 《21세기 회화》(하이트컬렉션, 서울, 2021), 《Gaze》(공간사일삼, 서울, 2020), 《Station!》(탈영역우정국, 서울, 2019)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수상 (선정)

임창곤은 2022년 두산아트센터 ‘두산아트랩’에 선정되었다.

레지던시 (선정)

임창곤은 2024년 서울시립미술관 난지창작스튜디오 입주 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Works of Art

움직이고 변화하는 회화

주제와 개념

임창곤은 사회적 시선의 틀 안에서 신체를 바라보고 해체하는 비판적 시도를 이어왔다. 첫번째 개인전 《불거지는 풍경》(공간형, 2019)에서는 〈비어있는 남자〉(2018)와 같은 작품을 통해 퀴어 남성의 신체가 겪는 대상화와 타자화의 폭력에 응답하며, 신체를 통해 젠더 권력 구조에 대한 직접적인 저항을 수행하였다. 이 시기의 작업은 성적 위계, 사회적 낙인, 젠더 수행성 등 정치적 긴장을 동반한 개인적 몸의 경험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이후 개인전 《48!: 움직이는 몸짓》(스페이스 카다로그, 2022)에서는 '움직임'과 '변형'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신체가 공간을 가로지르고 재배열되는 과정을 탐구하며, 고정된 정체성 개념에서 벗어난 유동적 존재로서의 신체를 상상한다. 작품은 신체 내부의 감각적 세계에 대한 상상으로 이동하며,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감정, 내장, 혈류와 같은 내재적 감각을 시각화하려는 시도로 확장된다.

최근 단체전 《Exoskeleton》(P21, 2024)과 《크러쉬 존》(갤러리 SP, 2025)에서는 신체 내부를 동굴, 관, 길과 같은 통로적 구조로 비유하며, 생물학적·물질적 감각의 밀도를 주제로 다룬다. 특히 〈살아있는 공간〉(2023), 〈Flowing Light〉(2023), 〈The Multiplying Breath〉(2024)와 같은 작품에서는 신체를 구성하는 복잡한 생명력과 변화의 리듬을 탐색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처럼 임창곤의 주제의식은 퀴어 정체성의 사회적 억압에 대한 저항에서 시작하여, 신체 내부 감각의 시각적 형상화로 나아간다. 신체는 그에게 단지 시각적 객체가 아니라, 살아있는 감각과 운동의 장이며, 사회적 존재로서의 개인이 내면화한 감정과 억압을 풀어내는 물리적 통로이자 시적 공간이다.

형식과 내용

임창곤은 나무 패널을 주요 지지체로 활용하며, 붓질과 절단, 조립, 파편화라는 물리적 행위를 통해 회화와 조각, 설치의 경계를 넘나든다. 《불거지는 풍경》에서는 나무 패널을 이어 붙임으로써 몸을 분절하고 재배열하는 방식으로 사회적 억압의 구조를 물리적으로 가시화하였다. 지지체인 패널은 ‘덫’으로서 기능하는데, 〈비어있는 남자〉, 〈끼어드는 남자〉(2020)는 그러한 덫에 갇힌 몸의 불안정한 자세와 정서를 표면에 드러낸다.

조각화된 신체 파편을 재배열하는 것은 작품의 운동성을 강조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임창곤의 작품은 신체가 패널 밖으로 튕겨져 나오는 듯한 감각을 실현하며, 시각적 이미지의 구현 과정을 공간적 조형행위로 전환시킨다. 〈결정체, column〉(2022)과 같은 작업들은 회화의 부산물을 조립 가능한 조각으로 확장시키며, 그 자체로 새로운 조형 언어를 제시하기도 한다.

〈공기가 지나가는 길〉(2022), 〈물이 고이는 웅덩이〉(2022)와 같은 작품에서는 붓질만으로 신체 내부의 감각을 드러내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여기서 신체는 더 이상 외형적 재현의 대상이 아니라, 상상적 풍경과 감각적 경험의 장으로 치환된다. 화면은 손, 내장, 돌, 뿌리 등의 추상과 구상이 뒤섞인 혼종적 형태로 채워지며,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맥동한다.

작가는 독창적인 조형언어를 통해 재료와 직접 호흡하며, 작업 과정 전체를 하나의 운동적 경험으로 치환한다. 물리적 재료에 가해지는 중력, 압력, 진동은 단지 형태를 생성하는 수단이 아니라, 감각과 존재를 구성하는 본질로 작용한다.

지형도와 지속성

임창곤은 신체의 사회적 맥락과 감각적 물성을 동시에 탐색하는 회화 기반의 설치 작가로서, 동시대 한국미술계에서 드문 남성 누드와 퀴어 신체를 본격적으로 다룬 작가 중 하나다. 첫 개인전 《불거지는 풍경》에서부터 드러난 직접적 저항의 몸은 이후 전시들에서도 이어지며, 점차 감각적·형상적 탐구로 나아간다. 이와 같은 흐름은 신체를 둘러싼 규범과 시선을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그 내부를 감각하고 시각화하는 두 축이 병렬적으로 전개되어 온 결과이다.

특히 그는 회화의 표면과 설치의 공간 사이를 넘나들며, 캔버스를 단일 평면으로 보지 않고 ‘몸의 조각’ 혹은 ‘감각의 지형’으로 치환하는 형식적 실험을 지속하고 있다. 이는 동시대 회화의 확장 가능성과 매체 간 전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작업방식이며, 회화-조각-설치-퍼포먼스의 경계를 재구성하는 데 기여한다.

임창곤의 작품세계는 분절과 재조합, 덫과 확장, 감각과 형상이라는 이중적 키워드를 통해 발전해왔으며, 퀴어 신체의 확장된 정동, 공간화된 회화 등 보다 유동적인 구조들을 다룬다. 특히 신체 내부의 감각적 지형도를 다루는 방식은 물질성 중심의 감각 회화에 대한 새로운 계보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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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고 변화하는 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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