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효리의 작업은 초기부터
현실과 가상, 물질과 환영, 평면과 공간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를
해체하며, 상반된 차원이 교차하는 경계지대를 탐색해 왔다. 첫
개인전 《Your Clock is BEHIND / Your Clock is AHEAD》(갤러리 엔에이, 2020)에서 선보인 〈Behind/Ahead〉(2020)는 시간 오류 메시지를 차용해 현재, 과거, 미래가 엉키는 비정형적 시공간을 평면 회화로 구현하며 이러한
문제의식을 명확히 드러냈다.
작가가 다루는 시간
개념은 이후 개인적 경험과 감정의 층위를 아우르며 확장된다. 《Extended
Play》(갤러리 아노브, 2021)에서는 〈I was there〉(2021) 같은 작품을 통해 우연히 마주한 현실의
단면, 개인적 심리, 통제 불가능한 일상 속 무력감 등을
조형 언어로 치환하며, 구체적 삶의 서사가 작업에 스며든다.
이러한 시간-공간 교차의 문제는 정이지 작가와의 2인전 《The Seasons》(디스위켄드룸,
2022) 이후 더욱 입체적으로 발전한다. 특히 가상 공간의 환영과 전시장의 실제 공간을
중첩시키는 작품 〈서곡〉(2022)에서는 작가의 관심사가 공간과 구조로 이행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같은 전시에서 선보인
작품 〈Come away with me〉(2022)나 〈It’s raining, Mr. Judd〉(2022)에서도 전통적인 회화 매체의 평면성을 넘어서 물리적 공간까지 작업 개념의
연장선으로 삼으려는 작가의 시도를 엿볼 수 있다.
개인전 《Horizontal Cocktail》(OCI 미술관, 2024)에서는 액체의 순환과 중력, 증발을 시각화하여 비선형적
시간 개념을 시각화한다. 이는 과거, 현재, 미래가 분리되지 않은 채 동시적으로 중첩되는 작가 특유의 시각철학을 구축한다.
〈The Boy Who Swallowed a Star_2〉(2024), 〈Gravity〉(2024)
등에서 드러나는 자연 현상, 빛, 액체 등 투명체에
대한 관심은, 시각적 환영을 통해 인간의 인식 경계, 현실과
허구의 불분명성을 탐구하는 그의 주제를 보다 확장하고 심화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