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의 지평 - K-ARTIST

사유의 지평

2022
3D 프린트(ABS), 축광 페인트
가변크기
About The Work

김현석은 미디어와 테크놀로지의 역사를 되짚어 보며, 그 발전의 과정에서 사회와 어떠한 관계를 맺고 인간의 시지각에 어떠한 영향을 미쳐왔는지 탐구한다. 이때 작가는 기술의 발전주의적 사관이 아닌 비선형적인 계보에 주목하며, 동시대 시각문화에서 발견되는 사용자의 재현적 특성과 기술 매커니즘의 관계를 비평적인 맥락에 위치시키는 작업을 전개하고 있다.
 
작가는 오늘날 생성형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거침없이 발전해온 기술의 계보를 되짚어 보며, 이러한 테크놀로지가 오늘날 기술적 객체로서 어떠한 위상을 갖게 되는지, 그리고 그 기술을 사용하는 현대인의 사용 메커니즘은 어떠한지 등을 다양한 매체 실험을 통해 다뤄왔다. 
 
유무형의 기술적 유산을 작업의 주제로 끌어오는 과정에서 작가는 마치 고고학자처럼 기술의 계보가 지닌 여러 지층들을 파헤친다. 그리고 김현석은 더 나아가 이러한 기술의 계보 안에서 발견한 다양하고 복잡한 관계망들을 바탕으로 앞으로 도래할 미래의 인간상을 상상한다.

개인전 (요약)

김현석이 개최한 주요 개인전으로는 《무한원점》(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청주, 2022), 《ASSY》(전시공간, 서울, 2021), 《RAY-OUT》(소쇼룸, 서울, 2017), 《1448개의 환영체》(Space 291, 서울, 2015)가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김현석은 《합성열병》(코리아나미술관, 서울, 2025), 언폴드엑스 2024 《2084: 스페이스 오디세이》(문화역서울284, 서울, 2024), 《예술과 인공지능》(울산시립미술관, 울산, 2024), 《제22회 송은미술대상전》(송은, 서울, 2022), 《NEXT CODE 2022》(대전시립미술관, 대전, 2022) 등 다수이 단체전에 참여한 바 있다.

수상 (선정)

김현석은 2023년 퍼블릭아트에서 수여하는 ‘뉴히어로’ 대상을 수상했다.

레지던시 (선정)

김현석은 2024년 서울시립미술관 난지창작스튜디오, 2023년 K’ARTS 창작스튜디오, 2022년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등 레지던시 프로그램 입주 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Works of Art

디지털 기술의 비선형적 계보

주제와 개념

김현석의 작업세계는 디지털 기술의 비선형적 발전사와 그 안에서 발생하는 이미지와 인간 인식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탐구하는 데서 출발한다. 초기 작업인 〈완벽함에 대한 무의미적 행위〉(2015)에서는 디지털 데이터의 반복적인 복제와 전송 속에서 발생하는 '열화' 현상을 통해, 디지털 이미지 역시 물질처럼 시간이 축적되며 소멸한다는 인식을 제시하였다. 이는 기술적 대상에 내재된 완전무결성의 신화를 비판하는 작업으로, 디지털을 새로운 유물론적 차원에서 다룬다.

이후 작업에서 김현석은 기술과 인간 인식의 경계에서 생성되는 '환영'의 문제로 개념을 확장한다. 첫번째 개인전 《Ray-Out》(소쇼룸, 2017)에서 선보인 '월페이퍼' 연작은 하드디스크 속 파편화된 시스템 이미지들을 추출·조합하여 환영적 이미지가 어떻게 물질적 지지체 위에 육화될 수 있는지를 실험하였다. 이 과정에서 이미지의 본질을 장례문화의 '죽음'의 메타포와 연결시키며 이미지-존재론적 성찰을 심화시켰다.

2020년 이후 김현석은 '보간'이라는 개념 아래 이미지 생성과 데이터 재구성의 알고리즘적 조건들을 탐구하고 있다. 개인전 《유령의 구조》(오뉴월 이주헌, 2020)의 〈반전된 환영주의〉에서는 건축물의 이념성과 물성을 혼합하여 이미지-환영과 물질-구조가 교차하는 지점을 다뤘으며, 이후 또 다른 개인전 《ASSY》(전시공간, 2021)에서는 타이핑 행위를 통해 이미지 생성 알고리즘을 대체하는 실험을 전개한다. 이러한 실험은 언어와 시각 이미지의 비선형적 매핑을 탐구하는 확장된 형태의 '보간'으로 이어진다.

최근작에서는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비가역적 서사구조와 인간-기계 협업의 조건을 모색하고 있다. '메모리즈' (2025/2023/2021) 연작 및 〈다모클레스의 검〉(2022), 〈문어는 스크린〉(2024)에서 나타나듯, 김현석은 디지털 유물론과 인공지능 서사학을 교차시키며 기술과 인간이 어떻게 공진화하고 있는지를 탐색한다. 그의 시선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닌 기술-인간 상호작용의 구조적 메커니즘으로 향하고 있다. 

형식과 내용

김현석은 디지털 이미지의 열화와 소멸을 시각화하기 위해 람다 프린트와 같은 평면 인쇄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완벽함에 대한 무의미적 행위〉(2015)에서는 픽셀 단위의 반복적 스케일 조작을 통해 이미지 표면이 왜곡되고 붕괴되는 과정을 시각화하였다. 이 작업은 디지털 정보조작의 물리적 흔적을 가시화하는 기술적 실험의 출발점이 되었다.

이후 전개된 '월페이퍼' 연작은 손상된 디스크에서 추출한 데이터 조각들을 아날로그적 물성을 지닌 종이와 캔버스 위로 옮기는 전환적 실험이었다. 종이와 캔버스라는 전통적 회화 지지체 위에서 디지털 환영은 뒤집혀 인쇄되고 박리되며 점차 탈색·탈락되는 과정을 겪는다. 이로써 디지털-물질 간 경계는 물리적 접촉 행위를 통해 중층적으로 교란된다.

2020년대 들어서는 텍스트 기반의 인터페이스 실험이 본격화된다. 개인전 《ASSY》에서는 타이핑을 통해 이미지를 생성하는 인터페이스를 설계하고, 디더링 알고리즘과 CGA 팔레트로 구축된 2,928개 폰트 셀을 조합하여 이미지-언어의 중첩적 표면을 구현하였다. 이 과정에서 타이핑 행위는 알고리즘적 이미지 생성 로직을 대체하는 작가 고유의 변칙적 언어-이미지 시스템으로 작동한다.

〈다모클레스의 검〉과 〈문어는 스크린〉에서는 인공지능 텍스트-이미지-사운드 생성 모델(GPT-3, DALL·E-2 등)과 인터랙티브 XR/설치 시스템을 결합하여 기술-인간 상호작용을 시뮬레이션한다. 특히 〈문어는 스크린〉은 초기 컴퓨터적 인터페이스와 생물학적 은유(문어)를 접목하며, 기술-인간의 미래적 공진화를 물리적 설치구조로 체험하게 한다.

지형도와 지속성

김현석은 디지털 이미지의 불완전성, 정보열화, 매체 간 번역 가능성이라는 주제의식을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디지털 기술의 물질적 흔적을 고고학적 층위에서 발굴하고 재조립하는 접근법은 초기작에서부터 최근까지 그의 핵심적 서사축으로 작동한다. 동시에, 기술을 표면적 유행이 아닌 존재론적 탐구대상으로 다뤄 온 점에서 동시대 미디어아트 내 독자적 입지를 확립하였다.

작가의 형식적 실험은 람다 프린트와 캔버스에서 타이핑-이미지 인터페이스, 나아가 인공지능-인터랙티브 VR 설치로 급속히 확장되어왔다. 특히 최근 '메모리즈' 연작과 〈다모클레스의 검〉, 〈문어는 스크린〉을 통해 생성형 AI 기반의 비선형 서사실험과 매체 간 통합적 스크립팅 방식을 고도화하며 기술철학적 미학의 차원으로 나아가고 있다.

현시점에서 김현석은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물질성과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서사적 역량을 비평적 조망 안에서 융합하는 차세대 디지털 유물론적 작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의 작업은 국내외 미디어아트, 테크놀로지 철학, 인공지능 아트 분야의 새로운 교차점을 제시하며 국제적 확장 가능성을 확보하고 있다.

향후 김현석의 작업은 인공지능, XR, 인간-비인간 협업의 구조적 메커니즘을 보다 심화시키며, 동시대 디지털 전환 이후 예술적 실천의 미래적 지형도를 새롭게 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기술과 맥락의 유기적 접속을 고민하는 그의 태도는 AI 시대 이후 미학의 핵심적 질문을 지속적으로 제기할 것이다.

Works of Art

디지털 기술의 비선형적 계보

Exhibitions

Activit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