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ight - K-ARTIST

Nanight

2021
360 비디오, 4K, 사운드, 컬러 
8분 
About The Work

이은솔은 디지털 네트워크에 ‘킴벌리 리(Kimberly Lee)’라는 가상 캐릭터를 만들어 그를 유지하고 보수하는 일련의 과정을 작품화 해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은솔은 개별 기업들의 온라인 경제 활동들이 얽혀 하나의 거대한 프로세스를 형성하는 디지털 가치 시스템 안에서 디지털 객체의 존재가치를 탐구한다. 동시에, 다양한 플랫폼과 미래의 거주지를 연구하며 네트워크 내 킴벌리의 생존을 위한 거주환경을 계획하고 실행한다.
 
작가는 다학제, 다매체 창작 주체들과 협업을 통해 무한의 형체로 변형하고 무한의 공간으로 확장하는 킴벌리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킴벌리가 밝혀주는 온오프라인 세계 속 창작과 자본의 흐름을 어지럽히는 여러 경로들을 따라 횡단한다.
 
거대 플랫폼 기업의 인프라와 자본의 논리로 점철된 온라인 세계에 대한 의구심에서 출발한 그의 작업은, 디지털 가치 시스템 안에서 반-교환가치의 디지털 객체가 생존해 나가는 여정을 그려내며 기술과 예술, 존재와 가상의 경계를 유동적으로 넘나드는 새로운 윤리와 존재 방식을 상상하게 만든다.

개인전 (요약)

이은솔이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Kimberly: 수렴으로 최적화》(공간 사일삼, 서울, 2021), 《KIMBERLY EXTRACT》(SeMA 창고, 서울, 2021)이 있다.

그룹전 (요약)

이은솔은 《2023 아르코미술관 X 디지털아트페스티벌 타이베이 스크리닝 프로그램》(아르코미술관, 서울, 2023) 《포스트 모던 어린이》(부산현대미술관, 부산, 2022-2023), 《그리드 아일랜드》(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22), 《말괄량이 길들이기》(뮤지엄헤드, 서울, 2022), 《타이포 잔치 2021: 거북이와 두루미》(문화역 서울 284, 서울, 2021), 《연대의 홀씨》(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 2020) 등 단체전에 참여했다.

레지던시 (선정)

이은솔은 2024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창작 스튜디오, 2023년 금천예술공장, 2022년 난지창작스튜디오 등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입주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Works of Art

디지털 객체의 존재성

주제와 개념

이은솔은 디지털 시대의 존재론적 조건을 주된 주제로 삼아온 작가다. 그는 2017년 본인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Kimberly’로 변조된 사건을 계기로, 해킹이라는 비자발적 개입을 존재론적 전환점으로 삼는다.

이때부터 작업에 등장한 가상 캐릭터 ‘킴벌리 리(Kimberly Lee)’는 단순한 아바타가 아니라 디지털 생명체로서, 작가의 사유와 작업을 매개하는 존재로 자리 잡는다. Happy Easter(2020–)와 같은 초기 작업은 이 ‘침입’의 결과로 생겨난 가상 객체를 하나의 생명으로 다루며, 디지털 세계 안에서의 자율성과 존재 조건을 성찰한다.

이러한 존재론은 기술 인프라와의 관계 속에서 구체화된다. 《KIMBERLY EXTRACT》(SeMA 창고, 서울, 2021)에서는 현실적 장소와 디지털 환경 사이에서 생존을 실험하는 킴벌리의 설정이 반복된다. 작품 속 킴벌리는 종종 머리만 존재하는 형상으로 등장하며, 현실의 육체 없이도 정체성과 의식이 지속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는 특히 I want to be a cephalopod(2021)에서 전통적인 영혼론과 신체 이식 실험 등을 언급하며 철학적으로 심화된다.

이은솔은 또한 가상 정체성의 ‘관리’라는 개념을 통해, 자신과 타자,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흐려지는 현대적 상황을 묘사한다. Popcorn Prophet trailer 001 (2020–)은 유니티 엔진을 기반으로 한 연출된 현실 속에서 가상 캐릭터의 위기와 생존을 보여주며, 불확실한 기술 환경과 자아의 변형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처럼 작가는 가상 객체가 ‘존재’할 수 있는 윤리적, 기술적 조건을 동시대의 사회적 맥락 안에서 추적하고 재구성한다.

최근 작업에서는 디지털 존재가 공동체적 관계를 형성하는 가능성이 중심에 놓인다. 그룹전 《그리드 아일랜드》(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22)에서 선보인 Kimberly & Friends(2022)는 가상 생명체 킴벌리가 다자 간의 협업 시스템, 특히 DAO(탈중앙화 자율조직)의 구조 안에서 운영되는 실험적 공동체로 나아간다. 이는 작가의 관심이 개인적 존재에서 네트워크 기반의 관계성과 탈중심성으로 확장되었음을 시사한다.

형식과 내용

이은솔의 작업은 영상, VR, 게임엔진, NFT, 오픈월드 소셜 플랫폼 등 디지털 매체의 확장적 활용을 통해 구성된다. 초기 작업인 Happy Easter(2020–)와 Firefly(2021)는 유니티(Unity)와 마야(Maya) 같은 디지털 툴을 활용하여 캐릭터의 움직임과 감각을 재현하고, 영상이라는 형식을 통해 시간성과 서사를 부여한다. 디지털 객체의 존재 조건을 시각화하는 데 있어 이 영상매체는 단순한 기술적 선택이 아니라, 매체 자체의 특성이 내용에 직접 개입하는 방식으로 기능한다.

공간 사일삼 개인전 《Kimberly: 수렴으로 최적화》(2021)에서 선보인 Nanight(2021)는 언리얼 엔진5의 최신 기술인 나나이트(Nanite)를 활용하여 극도로 최적화된 환경에서의 디지털 존재의 이동을 360도 영상으로 기록한다. 관객은 VR기기를 통해 이를 경험하게 되며, 디지털 환경의 미세한 렌더링과 생존 퍼포먼스의 밀접한 관계를 실감한다. 이처럼 고도화된 게임 엔진의 기술적 조건은 내용상 ‘최적화’라는 개념과 직접 연결되며, 기술과 존재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또한 이은솔은 오픈월드 소셜 플랫폼인 VR챗을 활용하여 관객을 직접 아바타로 참여시키는 인터랙티브한 실험도 진행했다. 〈두족류 친구들 모여라〉(2021)는 낮은 해상도의 환경에서 다수의 사용자와 함께하는 집단 행위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작업으로, 기술적 완성도가 낮더라도 관계성과 상호작용을 매개로 새로운 의미 생산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최근작 Midnight Sun Daze(2023)는 2채널 영상 형식을 취하면서도 오컬트적 상징, 마법진, 주술적 시퀀스를 통해 디지털 공간 내 무용한 예술의 잠재력과 자본주의로부터 벗어난 가치를 암시한다. 이는 디지털 매체의 비물질성, 재현 불가능성이라는 특성을 내용적으로 수렴하며, 단순한 기술적 구현을 넘어 예술적 저항의 수단으로 확장된다.

지형도와 지속성

이은솔의 작업세계는 디지털 객체의 자율성과 존재 조건에 대한 철학적 문제의식을 일관되게 관통한다. 초기작에서 가상 정체성의 침입과 재구성을 출발점으로 삼아, 존재론적 질문을 기술적 실험과 긴밀히 연결시켜 온 그의 작업은, 디지털 존재론이라는 개념이 동시대 미술 담론 안에서 어떻게 형상화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형식적 측면에서 그는 영상이라는 매체를 중심으로, 게임엔진과 VR, NFT, 오픈월드 게임 등 동시대의 기술적 실천을 빠르게 수용하면서도 그것이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개념과 구조의 일부로 통합되는 방식을 보여주었다. 이는 기술에 종속되지 않으면서도, 기술의 윤리적·미학적 가능성을 실험하는 균형감 있는 작가적 태도로 평가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작업 흐름은 개인적 정체성에서 공동체적 시스템으로의 이행, 존재론적 질문에서 탈중앙화된 생태계로의 확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DAO 기반의 실험적 공동체 형성은 기존 미술 시스템의 위계와 소유 구조를 전복하려는 비판적 제스처로 작용한다. 향후 이은솔은 기술, 자본, 예술, 존재를 둘러싼 경계를 유동적으로 넘나드는 디지털 예술 실천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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