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K-ARTIST

리뷰

2021
비디오, 사운드
5분 40초
About The Work

추수는 디지털 네이티브로서, 사이버 생태계와 현실 세계가 얽혀 만들어낸 새로운 정체성으로 독창적인 예술 언어를 구축해 오고 있다. 그의 작업은 영상과 설치, 조각, 회화 등 다양한 매체를 오가며 진화한다. 특유의 예리한 시선과 재치로 존재의 본질을 탐구해 오고 있는 추수는, 특히 디지털 시대의 차별, 젠더와 인권, 새로운 맹점들을 개인적 서사와 녹여 풀어낸다.
 
작가는 사이버 생태계와 물질세계의 본질적인 차이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면서도, ‘창작’과 ‘탄생’의 과정이 공유하는 유기적 관계를 긴장감 있게 풀어낸다. 
 
그의 작업은 엄마가 되고 싶은 소망을 창작으로 해소하고 있는 추수의 개인적 서사를 담는 동시에, 디지털 세계에 정신을 두고 육체 안에 살아가는 동시대인들을 반영하며 오늘날 기술과 현실의 관계에 대해 재고할 수 있는 지점을 마련한다.

개인전 (요약)

추수가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존귀하신 물질이여》(상히읗, 서울, 2023), 《가장 충실한 모독》((투게더)(투게더), 서울, 2022), 《네가 거기를 만지면 나는 언캐니해져 버려》(분더카머, 슈투트가르트, 독일, 2022), 《슈뢰딩거의 베이비》(진델핑엔 시립 미술관, 진델핑엔, 독일, 2021)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작가는 국립현대미술관(청주, 2024), 캄앤펑크(도쿄, 2024), 헤셀 미술관(뉴욕, 2023), 하이트 컬렉션(서울, 2022), 경기도미술관(안산, 2022), 문화역 서울 284(서울, 2021), 슈투트가르트 현대미술관(슈투트가르트, 2021) 등 국내외 유수의 기관에서 개최된 단체전에 참여한 바 있다.

수상 (선정)

2002년 상하이 비엔날레에서 아시아-유럽 문화재단상(Asia-Europe Culture Foundation Award)을 수상하며 국제 무대에서 처음으로 공식적인 인정을 받았고, 2007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하며 한국 미술계 내에서 확고한 위치를 점했다. 2008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수여하는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받으며 공공미술과 실험미술 양쪽에서 균형 잡힌 활동을 이어가고 있음을 인정받았다.

이 외에도 2015년 프랑스 MAC/VAL 현대미술관, 2017년 홍콩 MILL6 재단 등에서 초청 레지던시 및 작가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각국 기관의 후원 및 연구 지원을 받았다.

레지던시 (선정)

추수는 2020년 일렉트로 푸터레 갤러리(크라이오바, 루미니아) 레지던시 초대 작가로 선정되었으며, 2019년 V2_Lab for the Unstable Media X 아트센터 나비 레지던시(로테르담, 네덜란드)에 참여한 바 있다.

작품소장 (선정)

추수의 작품은 (투게더)(투게더)(서울), 진델핑겐 시립 미술관(진델핑겐, 독일)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사이버 생태계와 현실의 교차점에 대하여

주제와 개념

추수의 작업은 디지털 생태계와 물질 세계 사이의 긴장과 충돌을 기반으로 새로운 존재론적 정체성을 사유한다. 〈슈뢰딩거의 베이비〉(2019)는 디지털 현실에서 아기를 임신했다는 설정을 통해 물리적 존재와 가상 존재의 경계를 허문 대표적인 작업이다. 이 작품은 관측 전에는 존재와 비존재가 중첩된 상태로 공존한다는 양자역학적 패러독스를 예술적 언어로 치환함으로써, 디지털 정체성의 철학적 가능성을 제시한다.

작가는 디지털 존재가 물질로 치환되는 과정을 통해 예술적 모성과 혼종적 생명에 대한 새로운 상상을 시도한다. ‘아가몬’ 시리즈(2023~)는 우뭇가사리, 이끼, 현무암 등으로 구성된 생명체를 등장시켜, 기술과 생명, 예술과 육체의 결합을 실험한다. 이러한 설정은 출산과 여성성에 대한 종교적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내포하고 있으며, 특히 〈아가몬 3〉(2023)은 성스러움과 금기를 해체하는 조형적 도전이다.

한편, 버추얼 인물 ‘에이미 문’을 통해 추수는 디지털 사회에서 재현되는 젠더 고정성과 자본 중심의 규범을 전복한다. 〈사이보그 선언문〉(2021)과 〈에이미의 배신〉(2021)에서는 성녀-창녀 이분법, 여성성의 대상화 문제, 그리고 디지털 환경에서 반복되는 권력 구조에 대한 비판이 날카롭게 드러난다. 이는 도나 해러웨이의 이론을 작가적 감각으로 재구성하는 일종의 문화적 리믹스이기도 하다.

뮤지엄헤드 그룹전에서 선보였던 〈나는 이곳을 졸업하는 것이 부끄럽다〉(2022)는 정치적 현실에 대한 작가의 실존적 반응으로, 독일 슈투트가르트 조형예술대학의 학비 차별 정책에 반발하며 제작된 졸업작이자 선언문이다. 이 작업은 현실의 억압 구조에 반응하면서도, 눈물 흘리는 에이미라는 분신을 통해 가상과 현실이 교차하는 복합적 주체 개념을 제안한다.

최근작 〈임산부 에이미〉(2024)는 인간의 ‘임신’을 기술로 재정의하며, 인공지능 시대에도 인간만이 지닐 수 있는 고유한 생성력으로서의 육체를 환기시킨다. 이 작품은 임신을 기술사에서 배제되어온 기능적 장치로 재조명하며, 남성 중심의 기술 서사에 대한 급진적 재구성을 시도한다.

형식과 내용

추수는 영상과 설치, 조각, 회화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복합적인 내러티브 구조를 구축해왔다. 〈슈뢰딩거의 베이비〉(2019)는 3채널 영상과 설치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채널은 임신 4주, 8주, 16주의 태아를 시각화한 형식을 따른다. 영상과 사운드에는 작가의 신체 내부에서 직접 채집한 소리가 삽입되어, 디지털 이미지에 신체적 실재감을 부여한다.

2023년의 ‘아가몬’ 시리즈에서는 물질 매체에 대한 작가의 탐구가 더욱 진화한다. 〈아가몬 1〉(2023)은 조각이라는 전통 매체에 디지털적 상상의 잔상을 투영하며, 〈아가몬 3〉(2023)은 안개 생성기, 물 공급 장치, 고무 호스 등 산업용 소재를 통해 살아 있는 조각을 구현한다. 이는 디지털-물질 전이 과정을 실험하는 동시에, 생명체로서의 조각이라는 새로운 유형학을 제안한다.

버추얼 인물 ‘에이미’를 다룬 영상작업들—〈틴더〉(2021), 〈리뷰〉(2021), 〈에덴〉(2021)—은 디지털 정체성과 감정, 윤리적 불안정성을 주제 삼아 숏폼 영상, 애니메이션, 아바타 인터페이스 등의 형식을 활용한다. 특히 〈에덴〉은 20세기 작가 히에로니무스 보쉬의 회화를 사이버네틱 상상력으로 재해석한 디지털 회화로서 기능하며, 이미지의 환각성과 다층성을 강조한다.

〈임산부 에이미〉(2024)는 오늘날 가장 익숙한 콘텐츠 형식인 쇼츠 영상을 통해 ‘낯선 임신’의 이미지를 구축한다. 이는 유튜브 알고리즘 환경에 최적화된 시청 행태를 전유하면서, 이미지와 존재의 관계를 전복시키는 전략적 접근이다.

지형도와 지속성

추수는 디지털 세계의 본질과 그 속에서 형성되는 혼종적 존재를 주제로 작업해왔다. 작가의 접근은 단순한 기술적 실험을 넘어서, 모성, 육체, 젠더, 존재론, 기술사를 관통하는 다층적 담론을 예술로 시각화하는 데 있다. 이는 그를 동시대 한국 미술계에서 가장 급진적이고 실험적인 디지털 미학 실천자로 자리매김하게 만들었다.

작품의 형식 면에서도 영상과 설치, 디지털 이미지, 바이오 물질을 넘나드는 유연한 전개를 보이며, 특히 ‘디지털에서 물질로’의 이행은 2020년대 중반 이후 추수 작업의 중요한 흐름이 되었다. 이는 초기의 비물질적 서사(〈슈뢰딩거의 베이비〉)에서 조각 기반의 유기체 형상(‘아가몬’ 시리즈)으로의 전환에서 뚜렷이 확인된다.

추수는 디지털 생태계 안에서 자율성과 정체성을 획득하려는 가상의 존재들을 지속적으로 등장시켜 왔다. 이러한 존재들은 작가의 창작 충동과 육체적 모성을 투영하는 동시에, 디지털 시대 인간 존재의 조건과 윤리를 반추하게 만든다. 특히 에이미 문 프로젝트는 동시대 미디어 환경에서 젠더와 정체성, 주체성과 권력구조에 대해 고찰할 수 있는 중요한 축을 형성한다.

앞으로 추수는 ‘기술과 생성력’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디지털 매체와 물질적 조각의 접점을 확장하며 국제적 활동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MMCA 서울박스에서 개최 예정인 개인전은 국내 대형 기관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디지털 모성 신화다. 작가는 동시대 미술의 새로운 존재론적 실험으로 국제 미술계에 지속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Works of Art

사이버 생태계와 현실의 교차점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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