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레 - K-ARTIST

굴레

2020
레진, 종이, 풀
지름 400cm 
About The Work

탁영준은 퀴어 정체성과 종교적 신념, 그리고 특수한 장소성이 이질적으로 교차하는 지점을 추적해 영상과 조각의 형태로 그 구조를 가시화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의 작업은 유색인종이자 성소수자로서 한국과 유럽에서 경험한 정치적, 사회문화적, 종교적 양극화 현상에 대한 작가의 반응으로, 물리적 장소를 둘러싼 다양한 맥락과 그에 따라 벌어지는 인식 작용, 믿음의 형태, 몸의 태도 등에 주목한다.
 
작가는 견고한 인류의 역사에서 혼종성의 흔적을 발견하고, 그에 내재한 양극의 이야기들과 의미를 촘촘하게 직조하여 융합해 왔다. 이러한 작업은 집단의 이익과 효율을 위해 베타적인 단일성을 강조해온 거대한 구조에 충돌하여 균열을 내고, 다양성이 공존하는 복수의 세계라는 대안적 현실의 가능성을 제안한다.

개인전 (요약)

탁영준은 한국, 이탈리아, 독일, 덴마크, 스페인, 호주, 스위스, 러시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 약 13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대표적인 전시로는 《Pain Is Left After the Bite》(필립 촐링거, 취리히, 2024), 《목요일엔 네 정갈한 발을 사랑하리》(아뜰리에 에르메스, 서울, 2023), 《Double Feature: Young-jun Tak》(율리아 슈토쉑 파운데이션, 뒤셀도르프/베를린, 2023)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탁영준은 작가는 《제24회 송은미술대상전》(송은, 서울, 2024), 제4회 방콕 아트 비엔날레(BACC, 방콕, 2024), 《Unsentimental Education》(BB&M, 서울, 2024), 제16회 리옹 비엔날레(기메 박물관, 리옹, 2022), 제11회 베를린 비엔날레(카베 현대미술 인스티튜트, 베를린, 2020), 제15회 이스탄불 비엔날레(이스탄불 모던, 이스탄불, 2017) 등 다수의 그룹전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수상 (선정)

탁영준은 제9회 베를린 마스터스에서 젊은 작가에게 수상하는 ‘TOY 베를린 마스터스 상’(2021)을 수상했으며, 지난해 제24회 송은미술대상의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Works of Art

퀴어 정체성과 종교적 신념, 그리고 특수한 장소성

주제와 개념

탁영준은 퀴어 정체성과 종교적 신념, 그리고 특정 장소성이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긴장과 이질성을 주요 주제로 다루어왔다. 그의 초기 작업은 한국 사회의 보수적인 기독교적 환경에서 비롯된 퀴어 혐오에 대한 반응에서 출발하여, 이후 유럽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기독교 문화의 물리적, 상징적 구조를 비판적으로 탐색한다. 예를 들어 2016년 베를린 쾨닉 갤러리에서 열린 기획전 《The Others》에서 선보인 조각 작품 〈구원〉(2016)은 반퀴어 전단지를 마리아 형상에 덧입혀 종교적 숭배와 도덕주의의 모순을 드러낸다.

이후 작품에서는 사회적 제도와 구조에 내재한 이중성과 억압의 기제를 보다 확장된 시선으로 조망한다. 〈흩어진 과거〉(2019)는 자동차를 구성하는 수많은 얇은 철판 조각을 해체해 국가와 개인, 산업과 가족사 간의 복합적 관계를 은유했다. 2020년 베를린 비엔날레에서 선보인 〈굴레〉(2020)는 팔을 벌린 예수 형상이 원형을 이루며 보수주의적 신념이 만든 배제의 구조를 고발한다.

최근작에서는 성별 이분법과 젠더 수행성에 대한 탐구가 더욱 전면화되었다. 〈사랑스런 일요일 되길 바라〉(2021)는 베를린의 교회와 퀴어 클럽을 안무라는 방식으로 연결하며 이질적 공간 사이의 감각적 접점을 실험했다.

2023년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열린 작가의 국내 첫 개인전 《목요일엔 네 정결한 발을 사랑하리》에서 처음 선보인 댄스 필름 〈목요일엔 네 정결한 발을 사랑하리〉(2023)는 초남성성과 초여성성의 대립적 상징을 병치시켜 젠더 정체성의 유동성과 수행 가능성을 탐색했다.

그의 주제 의식은 단순한 반전의 전략을 넘어서, 믿음의 장소와 퀴어한 몸이 만들어내는 상호 구성적 관계를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춘다. 기획전 《제24회 송은미술대상전》(2024, 송은)에서 선보인 〈월요일 날 첫눈에 똑떨어졌네〉(2024)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구술된 사랑의 기억을 안무로 재번역하면서, 집단 서사와 개인 서사의 교차지점을 섬세하게 직조한다.

형식과 내용

탁영준은 조각, 설치, 영상, 퍼포먼스 등 장르를 넘나드는 매체 실험을 통해 감각적 경험을 유도하는 서사 구조를 만들어낸다. 초기에는 종교적 형상을 변형하거나 반사회적 전단지를 조각 표면에 입히는 식으로 형식적 전복을 시도했다. 대표적인 예인 〈구원〉(2016), 〈굴레〉(2020)와 같은 작업들은 콜라주적 제작 방식과 수공예적 촉각성을 결합하여 조형의 권위에 균열을 낸다.

〈흩어진 과거〉(2019)와 같은 설치 작업은 사물의 해체와 재조립을 통해 구조적 불완전성과 반사적 속성을 강조한다. 차체의 프레임을 자르고 니켈 도금된 파편으로 전시함으로써, 매끈한 서사보다 흩어진 기억과 감각의 불균질함을 부각시킨다.

그는 이후 무용을 주요 매체로 삼는 영상 연작을 전개하며, 몸의 움직임을 통해 사회적 규범과 공간의 상호작용을 시각화하기 시작한다. 〈사랑스런 일요일 되길 바라〉(2021)는 공연 장소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장소성과 신체의 상호 번안을 유도하고, 〈목요일엔 네 정결한 발을 사랑하리〉(2023)는 군사적 퍼포먼스와 발레를 병치시켜 퀴어 신체의 서사를 확장한다.

〈월요일 날 첫눈에 똑떨어졌네〉(2024)는 안무의 구조가 구전된 사랑 이야기의 층위와 겹쳐지며, 무용이 기억과 서사의 매개로 기능하게 만든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다층적 구조, 반복과 응답, 시공간적 전이를 통해 서사적 밀도를 높이며, 물리적 설치 없이도 시각적-정서적 밀도를 구현한다.

지형도와 지속성

탁영준의 작업은 종교와 젠더, 장소성과 정체성의 교차지점에서 발생하는 긴장과 위선을 끈질기게 추적해왔다. 그는 해외에서 작가로 데뷔한 초기부터 현재까지 줄곧 비가시적 구조물의 실체와 그로 인한 억압, 배제, 수행성을 드러내는 데 주력하며, 물성의 분해와 영상의 감각화를 통해 복합적인 이야기 구조를 구축해왔다.

이러한 태도는 그를 단지 퀴어 미술의 범주에 한정시키기보다는 동시대 구조적 제도와 믿음 체계를 반추하고 전복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2020년 이후 무용 기반의 영상 연작은 그의 실천을 퍼포먼스적 서사로 확장시켰으며, 공간과 신체, 기억과 규범의 상호작용을 감각적 언어로 번역하고 있다.

탁영준은 한국의 종교적 보수성과 유럽의 기독교 문화유산이라는 양극적 환경을 기반으로 이질성과 혼종성을 변증법적으로 직조하며, 자기모순적 상태를 의도적으로 작품에 부여함으로써 보편적 인간 조건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다. 특히 퀴어 신체가 건축과 제도에 어떻게 반응하고 이를 재구성할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점에서, 그는 동시대의 젠더 감각, 신체성, 믿음 체계에 대한 중요한 미적 실험자로 평가된다.

앞으로 탁영준은 공간과 구조, 공동체와 기억을 매개로 퀴어 정체성과 다층적 믿음 체계를 더욱 정교하게 엮어가며, 아카이브적 접근과 시공간의 재조정, 신체 서사의 미세 조율을 통해 더욱 복합적이고 정치적인 실천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Works of Art

퀴어 정체성과 종교적 신념, 그리고 특수한 장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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