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류체로 쓰여진 노래 - K-ARTIST

옥류체로 쓰여진 노래

2013
나무 패널에 페인트
각 420 x 60 cm 
About The Work

신정균은 일상적 풍경이 특정한 기호로 치환하는 순간을 포착해, 그 안에 존재하는 불안의 실체를 드러내는 작업을 이어왔다. 발견된 오브제로 구성된 아카이브와 모큐멘터리의 형식의 영상으로 이루어진 그의 작업은, 실재와 허구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서사를 만들어 낸다.
 
작가는 우리가 보거나 경험하는 것, 또는 우리에게 이미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이 과연 진실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왔다. 그러나 그의 관심은 현상 이면의 본질을 밝혀 진실의 여부를 드러내는 데에 있기보다는 이와 관계하고 있는 불안정하고 모호한 지점들로 향한다.
 
작가의 작업은 사회적으로 익숙한 상징이나 기표를 변용시키거나, 실재와 허구의 경계를 교란시키는 모큐멘터리와 메타 아카이브 방식을 통해 현실을 낯설게 만듦으로써 거대한 사회 구조가 만든 인식의 틀 아래 가려진 불안정한 상태들의 실체를 마주하도록 만든다.

개인전 (요약)

신정균이 개최한 최근 개인전으로는 《예언과 시나리오》(아마도예술공간, 서울, 2025) 《라스트 오브 어스》(상업화랑 을지로, 서울, 2023), 《리프트 & 드리프트》(송은 아트스페이스, 서울, 2021), 《아크로뱃》(아트스페이스 보안2, 서울, 2021)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신정균이 참여한 주요 단체전으로는 《평범한 세계》(주프랑스한국문화원, 파리, 2024), 《불안 해방 일지》(코리아나미술관, 서울, 2024), 《Past. Present. Future.》(송은, 서울, 2022), 《젊은 모색 2021》(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21), 《두산아트랩: Part 2》(두산갤러리, 서울, 2019) 등이 있다.

수상 (선정)

신정균은 스페인 필름옵티코 아트비주얼&필름 페스티벌에서 비디오아트 부문(2021),을지문화재단에서 일현 트레블 그랜트 특상(2014), 영국 브라이튼 대학교에서 브라이튼 어워드(2010) 등을 수상했다.

레지던시 (선정)

신정균은 난지창작스튜디오(2023), 송은 아티스트 스튜디오(2020),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2017) 등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작품소장 (선정)

신정균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부산현대미술관, 송은문화재단, 아르고스 시청각예술센터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현실에 내재한 불안의 실체

주제와 개념

신정균은 현실 세계에 내재한 불안의 정서를 가시화하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그의 작업은 개인의 경험과 집단의 기억, 실재와 허구, 보편과 특수 사이의 경계를 비틀며, 그 안에 숨겨진 이념적 구조와 감정적 균열을 드러낸다.

초기작 〈보편적인 이야기〉(2010)에서는 군 복무라는 보편화된 남성 경험을 배경으로, 국가 이데올로기에 의해 획일화된 개인의 정체성을 회복하려는 시도를 보였다. 작가는 사적인 기억을 통해 공적인 장소를 재조명하며, 일상의 균열 속에 내재된 구조적 불안을 포착한다.

이후 작업 〈발견된 흔적들〉(2013)과 〈옥류체로 쓰여진 노래〉(2013)에서는 분단 국가에서의 성장 경험을 바탕으로, 일상 속에 은폐된 이념의 흔적을 시각화한다. 특정 서체나 사물을 통해 표면 아래의 정동을 호출하고, 그로부터 생겨나는 불안의 실체를 드러낸다. 이는 '보이지 않는 것의 존재'를 감지하고 드러내려는 신정균의 철학을 반영한다.

이후 ‘넘버스 스테이션’(2015–2016) 연작과 같은 작업에서는 외부 세계에 대한 접근 불가능성과 정보의 불확실성을 문제 삼는다. 난수 방송이라는 실재 기반의 첩보 기술을 다루며, 허구적 서사를 접목해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교란하고, '진실'에 대한 관객의 인식을 불안정한 상태로 유도한다. 이후 팬데믹을 계기로 제작된 〈발끝으로 걷는 사람〉(2021)은 생존과 직결된 불안의 형체를 신체적 행위를 통해 감각적으로 구성한다.

최근작 〈골짜기와 구덩이〉(2023)와 〈G2 연구소 관리자를 위한 업무 지침서〉(2025)에서는 보존과 기록, 그리고 신뢰의 문제를 다룬다. 실재 사건과 장소를 기반으로 하되, 영상 내러티브의 허구성과 시청각 연출을 결합하여, 제도적 시스템이 갖는 불안정성과 허구적 기반을 드러낸다. 이러한 변화는 작가의 관심이 개인적 경험에서 사회 구조, 그리고 기술·정보 환경의 메커니즘으로 확장되어왔음을 보여준다.

형식과 내용

신정균은 영상 매체를 기반으로 한 다큐멘터리 형식을 바탕으로, 모큐멘터리, 퍼포먼스 기록, 공간 설치, 메타 아카이브 등 다양한 형식을 혼합하여 다층적인 서사를 구축해왔다. 〈보편적인 이야기〉에서는 실제 복무했던 군부대의 영상 기록과 작가 내레이션을 결합해 자전적 다큐멘터리를 선보이며, 사적 기억과 공적 구조의 충돌을 드러낸다.
〈발견된 흔적들〉에서는 평범한 사물과 장소에 의미를 덧씌우는 방식으로, 관찰과 수집, 재편집이라는 작업 태도를 강화시켰다. 이어지는 〈옥류체로 쓰여진 노래〉에서는 시각적 코딩(특정 서체), 케이팝 음악의 가사 텍스트 조작 등을 통해 언어의 이념적 성격을 강조하며, 이미지의 편집을 통해 일상을 낯설게 재구성한다.

‘넘버스 스테이션’ 연작은 공간 설치와 영상의 결합을 통해 정보와 장소의 은폐 구조를 체험적으로 풀어낸다. 특히 〈넘버스 스테이션_홍대입구〉(2016)는 전시장 내 자투리 공간에 허구적 스토리텔링을 삽입함으로써, 전시 장소 자체를 감시와 은폐의 현장으로 전환시킨다. 이 시기 작업은 허구적 설정이지만 현실의 공간과 감각에 기반하여 제작됨으로써, 관람자가 작품의 서사에 직접 개입하는 형식을 띤다.

최근작에서는 영상 설치와 문서, 음성, 조명, 프린트 등 복합 매체를 조합하여 제도와 기술 환경을 형상화한다. 〈스테가노그라피 튜토리얼〉(2019)은 유튜브 튜토리얼 형식을 차용하여 암호화 과정 자체를 하나의 퍼포먼스로 전환시키며, 〈G2 연구소 관리자를 위한 업무 지침서〉는 가상의 문서와 사운드 연출을 통해 관객의 심리적 몰입을 극대화한다. 이러한 방식은 영상 내러티브의 구성에서 일상의 감각, 구조적 불안을 공간적 스케일로 확장시키는 신정균만의 고유한 연출 방식이다.

지형도와 지속성

신정균의 작업은 '불안'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현실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틀을 제안해왔다. 초기에는 군대, 분단, 이념 등 한국 사회의 구조적 장치 안에서 형성된 개인의 경험을 기록하고 재구성하는 데 주력했다면, 이후에는 정보와 기술의 흐름 속에서 감춰진 시스템의 불확실성과 허구성을 드러내는 방향으로 확장되었다.

그의 작업은 일상적 풍경과 사건을 다층적으로 관찰하고, 그로부터 기호와 감각을 추출하여 허구적 서사로 직조해낸다. 모큐멘터리, 스테가노그라피, 실재 공간의 재맥락화 등 다양한 장르와 기술을 가로지르며, 동시대 미술에서 보기 드문 정교한 다중 서사 구조를 구축해왔다.

이러한 접근은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통용 가능한 동시대 미디어 아트의 언어를 형성하고 있으며, 그의 작업이 다양한 미술기관의 소장 및 레지던시 프로그램에서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디지털 이후의 기술 환경 속에서 실재와 허구, 감시와 익명성, 개인과 시스템의 관계를 교란하는 방식은 동시대 시청각 예술의 중요한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향후 신정균은 세계의 다양한 기술적, 제도적 상황과 맞닿는 지점을 확장시켜 나가며, 실재 기반의 서사 구조를 더 복합적이고 정치적인 층위로 확장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Works of Art

현실에 내재한 불안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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