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랑시스 chapter 2 - K-ARTIST

빈랑시스 chapter 2

2021
3채널 영상, VHS/8,16mm/4k, 스테레오사운드
About The Work

무니페리는 사회문화적 맥락이 만들어 내는 다양한 알레고리와 담론을 탐구해 왔다. 그 중에서도 작가는 A와 B 중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소위 ‘이중 구속’ 존재라는 개념을 탐구해 오며, 사회의 주류적 시선에서 배제된 존재들을 리서치 기반의 영상 작업으로 가시화해오고 있다.
 
작업에서 다루어지는 ‘이중 구속’의 존재들이란, 주류에서 두 번 빗겨 난 존재로 타자의 타자를 의미한다. 즉 작가는 A 또는 B 어느 한 곳에 소속되지 못하고 ‘불온한’ 존재가 된 대상에 관심을 둔다. 그는 이러한 불온한 존재들이 사회가 낳은 이분법적 경계를 온전하게 작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가 된다고 보며, 이들로부터 새로운 이야기의 가능성을 찾는다.
 
그의 작업은 다양한 경계와 틈을 교차하는 존재들을 등장시키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단순히 이분법적인 논리로 이해될 수 없는, 즉 온전하게 설명될 수 없는 틈으로 가득한 복잡하고 혼종적인 곳임을 상기시킨다.

개인전 (요약)

무니페리가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Missings: From Baikal to Heaven Lake, from Manchuria to Kailong Temple》(Westfälischer Kunstverein, 뮌스터, 2024-2025), 《빈랑시스》(씨알 콜렉티브, 서울, 2021), 《Mooni Perry》 (Bureaucracy Studies, 로잔, 스위스, 2020), 《횡단》 (탈영역 우정국, 서울, 2019)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무니페리는 《젊은 모색 2025》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25), 《이중:작동:세계:나무》 (탈영역 우정국, 서울, 2024), 12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23), 땅속 그물 이야기 (아르코미술관, 서울, 2022), 2022 금호영아티스트》 (금호미술관, 서울, 2022)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한 바 있다.

Works of Art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이중 구속’의 존재

주제와 개념

무니 페리의 작업은 사회가 규정하는 이분법적 질서에 균열을 내는 존재, 즉 ‘이중 구속(double bind)’ 혹은 ‘두 번 추락한 존재’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 〈무저갱으로 들어가라고 명령하지 말아 주소서〉(2019)에서 작가는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타자성을 ‘나 아닌 너’로서가 아닌, ‘이미 내 안에 들어온 너’로 재정의하며, 분리와 위계를 해체하는 감각을 제안한다. 이때 타자성은 단지 인간 사이의 차이만을 뜻하지 않으며, 동물과 영혼까지를 포괄하는 존재론적 개념으로 확장된다.

이러한 타자성의 정치학은 〈빈랑시스〉(2021)에서 ‘더러움’이라는 코드와 연결되며 더욱 구체화된다. 영상 속 ‘빈랑시스’는 각성 효과와 환각 효과가 있는 열대 식물 빈랑을 판매하는 여성들로, 거친 육체노동자 남성들을 상대로 대로변 노출형 부스에서 판매 행위를 해왔다. 그러나 2002년 대만 내 유통이 불법화되며, 이들은 성 노동의 경계에 있던 존재로서 다시금 제도 밖으로 밀려나게 된다.

작가는 이들을 생물학적, 사회경제적으로 두 번 추락한 ‘얼룩진 존재’로 호명하고, 이를 통해 무엇이 깨끗하고 더러운지에 대한 물음을 제기하며, 이분법적 위계에 전복적 시선을 던진다. 이는 단순한 피해자 서사나 정화 욕망을 넘어서, 사회 구조 속에서 기능하는 ‘불온성’ 자체를 생산적인 개념으로 재정립하려는 시도이다.

2021년부터 전개된 영상 프로젝트 '실종: 유령으로 돌아오지 못하고'에서는 타자성의 범주가 다시 확장되어, 동물복제라는 생명 기술과 그 주변 산업 속에서 소외된 존재들, 특히 암컷 동물, 대리모 여성의 몸을 사유의 중심으로 불러온다. 작가는 이 과정에서 ‘사랑’과 ‘윤회’라는 감정적·종교적 개념을 다루며, 복제가 상실을 치유할 수 있는가, 혹은 그 자체로 또 다른 실종을 낳는가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제기한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전시 《젊은 모색 2025》에서 선보이고 있는 최근작 〈EL〉(2025)에서는 페미니즘과 비거니즘의 교차 지점에서 출발한 작가의 시선이 역사적 시간성과 기억, 장소성으로 옮겨간다. 만주 리서치를 바탕으로 제작된 이 단편 픽션은 제국주의, 여성의 이주, 탈영토화된 정체성에 대한 작가의 지속적인 탐색을 보여준다. 여기서 무니 페리는 고정된 역사 서사나 정체성 구도를 비껴가며, 기억과 상실의 간극에서 작동하는 ‘중음신’적 존재들을 소환한다.

형식과 내용

무니 페리의 작업은 단채널 비디오와 퍼포먼스로 시작하여, 이후 다채널 영상, 설치, 퍼포먼스 리딩, 아카이브 조형 등으로 확장되며 형식적 실험을 지속해왔다. 〈무저갱으로 들어가라고 명령하지 말아 주소서〉(2019)에서는 단채널 영상이라는 제한된 포맷 안에서 서사 구조를 해체하고, 인간-동물 관계를 중첩적 타자로 구성함으로써 상호침투적인 존재론을 시각화한다.

〈빈랑시스〉(2021)는 VHS, 8mm, 16mm, 4K 등 이질적 영상 매체를 병치한 3채널 영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세 장으로 구성된 구조 속에서 대만, 한국, 독일의 시간-공간-서사들이 교차된다. 영상은 내러티브를 직조하는 동시에 그것을 미끄러뜨리는 구성 전략을 취하며, ‘포털’이나 푸른 구멍 같은 상징적 장치를 통해 시청각적 틈을 형상화한다.

2022년 금호미술관 전시 《2022 금호영아티스트 2부》에서 선보인 <실종: 유령으로 돌아오지 못하고>(2022)에서는 영상, 사운드 퍼포먼스, 아카이브 문서와 설치가 혼합된 하이브리드 포맷이 활용된다. 이 작업은 생명 복제와 윤회의 문제를 과학적, 신화적, 종교적 언어로 교차시키며 구성되며, 특히 애도와 실종의 감각을 언어적 낭독과 청각적 잔향을 통해 구현한다. 이는 리서치 기반의 비평적 미학이 감각적 차원으로 확장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EL〉(2025)은 픽션 영화 형식을 취하지만, 작가가 꾸준히 구축해온 경계-이탈적 존재들과 비선형 서사의 미학을 유지한다. 중국 랴오닝 호텔이라는 역사적 장소성과 주체들의 꿈-현실이 교차하는 이 영상은, 특정한 ‘이야기’보다는 정동과 잠재성의 지층을 탐색한다. 회화적 프레이밍, 반복 편집, 사운드의 미묘한 어긋남 등이 혼종적 미학의 감각을 이끌어낸다.

지형도와 지속성

무니 페리는 사회 질서가 규정하는 이분법에서 미끄러진 존재들에 대한 일관된 관심을 유지해왔다. 작가는 '불온한 존재'들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존재들이 발생하고 작동하는 문화적, 제도적 틈에 주목하며 서사를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이 점에서 그의 작업은 동시대 페미니즘, 생명정치, 포스트휴먼 담론과도 깊게 맞닿아 있다.

형식적으로는 영상 기반의 서사 재구성에서 출발해, 점차 미디어의 재료성, 텍스트-이미지의 병치, 아카이브 구성 등으로 확장되어 왔다. 작가의 영상은 단순한 기록이나 극화가 아닌, 감각과 기억, 정체성의 경계를 유영하는 복합적인 장치로 기능하며, 사운드와 리딩 퍼포먼스, 시적 텍스트 등을 통해 다층적인 해석의 층위를 만들어낸다.

현재 무니 페리는 한국, 독일, 대만 등 다국적 맥락에서 동시대 정체성과 서사, 권력 구조를 가로지르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Missings: From Baikal to Heaven Lake, from Manchuria to Kailong Temple》(Westfälischer Kunstverein, 2024–2025) 등 해외 기관에서도 개인전을 개최하며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의 작업은 생태-젠더-기술-종교-역사 등 다층적인 담론을 엮어내며, 혼종성, 동아시아 정체성의 재구성, 타자성의 윤리, 생명 정치에 대한 비판적 사유를 시각화한다. 작가는 앞으로도 리서치를 기반으로 한 실험적 내러티브와 시적 상상력을 중심으로 동시대 윤리와 미학을 재구성하는 예술적 실천을 지속할 것으로 기대된다.

Works of Art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이중 구속’의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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