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축(트리니티) - K-ARTIST

공축(트리니티)

2022
에폭시 레진, 폴리우레탄 레진, 안료, 아크릴 물감, 시멘트, 활석, 파이버글라스, 폴리스티렌
80 x 33 x 31 cm
About The Work

현남은 동시대의 풍경과 사회적 현상을 조각의 언어로 번역한다. 그의 조각은 광대한 자연의 풍경을 축소하는 ‘축경(縮景)’이라는 개념을 경유한다. 수석(壽石), 분재(盆栽), 석가산(石假山) 등 동양의 원예 문화에서 사용되는 기예 중 하나인 축경은, 단순히 풍경의 이미지를 재현하는 것이 아닌 자연에서 물질 작용에 의해 만들어진 사물 그 자체에서 풍경을 발견하고, 그것을 하나의 작은 풍경으로 제시한다.

이러한 축경의 방식에 따라 작가는 매일 마주하는 동시대의 광범위한 세계를 작은 조각 안에 압축하여 도시풍경의 현재와 미래를 담아내고 있다.

개인전 (요약)

현남 작가의 개인전으로는 《카와 오졸(Kawah Ojol)》(ROH Projects, 자카르타, 2024), 《무지개의 밑동에 굴을 파다》(아뜰리에 에르메스, 서울, 2021), 《역시 내 장년 성지순례기는 잘못됐다》(인스턴트 루프, 서울, 2021), 《축경론》(공간형 & 쉬프트, 서울, 2020)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작가는 《원더랜드》(리만머핀, 서울, 2024), 《공중정원》(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서울, 2023), 《오프사이트》(아트선재센터, 서울, 2023), 2022 부산비엔날레, 《구름산책자》(리움미술관, 서울, 2022), 《OPENING CEREMONY》(YPC Space, 서울, 2022) 등의 단체전에 참여한 바 있다.

레지던시 (선정)

현남은 2023-2024년 인도네시아 RHO Projects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다.

작품소장 (선정)

그의 작품은 서울시립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축경(縮景)의 방식으로 건축하는 오늘날의 세계

주제와 개념

현남의 작업은 ‘축경(縮景)’이라는 동양적 조형 개념을 매개로, 거대한 세계를 미시적인 조각 속에 압축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한다. 축경은 자연의 일면을 재현하는 기술이 아니라, 물질 작용에 의해 형성된 사물 자체에서 풍경을 읽어내는 미학이다.

2020년 개인전 《축경론》(공간 형, 쉬프트)에서 작가는 산수풍경의 형식을 빌리되 이를 인위적인 재현이 아닌, 도시적 재료의 축적과 퇴화 과정을 통해 구현된 ‘풍경-조각’으로 제시한다.

현남은 이 축경적 감각을 바탕으로 동시대 사회의 구조와 권력, 기술의 작동을 조각 언어로 환유화한다. 예컨대 〈연환계〉(2022, 2024)는 글로벌 해저 통신 케이블의 네트워크 구조를 연상시키며, 기술과 권력이 어떻게 조각화될 수 있는지를 탐색한다. 이는 단순한 풍경의 은유를 넘어서, 보이지 않는 시스템의 구조적 표상을 물질로 가시화하려는 시도다.

이러한 시도는 역사적 모티프와 SF적 상상력까지 확장된다.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열린 개인전 《무지개의 밑동에 굴을 파다》(2021)에서 선보인 〈아토그〉(2021)는 카지미르 말레비치의 ‘아키텍톤 고타(Architekton Gota)’(1923) 연작을 변주한 디스토피아적 도시 조각으로, 유토피아적 근대주의의 잔영을 반전의 논리로 재구성한다. 현남의 주제는 이처럼 조형적, 사회적, 이론적 층위를 넘나들며 복합적으로 작동한다.

그의 조각은 종종 기술적 실패나 해체를 통해 만들어진다. 이는 단지 물리적 차원의 구성 방식일 뿐 아니라, 현대 문명 자체의 구조적 비가시성과 위태로움에 대한 작가의 비평적 시선과 연결된다.

예컨대 〈기지국〉(2020)은 일상에서 무심히 지나치는 통신 인프라를 현대의 '첨탑'으로 재맥락화하며, 기능적 존재가 아닌 조각적 풍경의 일부로 소환한다. 이렇게 작가의 축경은 단지 공간의 미니어처가 아닌, 오늘날 세계를 응축적으로 사유하게 하는 철학적 장치가 된다.

형식과 내용

현남은 전통적인 조각 매체와 기술을 해체·재구성하는 실험적 태도를 통해 물질 그 자체의 조형성을 탐색한다. 그의 주요 재료인 에폭시, 폴리스티렌, 시멘트 등은 도시 건축물의 잔해이자 표피로서, 현대 산업사회의 이면을 구성하는 매개체다.

《축경론》에서 선보인 〈뒤집힌 도시〉(2019)와 〈텅 빈 절벽〉(2020)에서는 재료의 흐름과 화학 반응, 기포, 붕괴의 과정을 드러내며 재현보다 생성의 논리에 기초한 조각 형식을 보여준다.

특히 그는 조각의 물리적 구축 과정을 ‘채굴’ 혹은 ‘네거티브 캐스팅’이라는 방법론으로 접근한다. 폴리스티렌 내부에 재료를 흘려 넣은 뒤 이를 녹여 없애는 네거티브 캐스팅 방식은 우연성과 비가시성을 조각의 핵심 작동 원리로 수용한다.

이는 '공축' (2022–) 연작 등에서 극대화되며, 내부의 구(sphere) 형태의 덩어리를 제거한 자리에 유리섬유와 에폭시 합성물 등 새로운 물질을 주입함으로써 ‘텅 빈 상태의 반전’을 시각화한다.

그는 또한 색채와 질감에 있어서도 극단적인 대비를 적극 수용하며, 도시적 잔재들이 환기하는 기묘한 시각 경험을 유도한다. ‘축산’(2020-) 연작에서 작가는 게임, 애니메이션 등 대중문화에서 기인한 형광색이나 채도가 높은 색을 선택해 시각적 자극성과 부식, 변색, 부패를 병치한다. 이러한 색의 선택과 물리적 변화는 산업화된 세계의 ‘즉시성’과 ‘소멸성’을 동시적으로 품은 조각의 조건을 만들어낸다.

최근 개인전 《카와 오졸》(ROH Projects, 자카르타, 2024)에서는 기후와 문화, 산업이 뒤섞인 아시아의 지역성을 반영한 재료 실험이 더욱 두드러진다. 이렇게 그의 조각은 재료와 기법의 물성 실험이면서, 동시대 사회의 재구성적 제안이기도 하다.

지형도와 지속성

현남은 초기부터 ‘작은 조각에 세계를 압축하는’ 축경적 인식을 기반으로 작업을 지속해왔다. 《축경론》에서 시작된 이 조형적 언어는 이후 《무지개의 밑동에 굴을 파다》, 2022년 부산비엔날레 등에서 도심의 인공 구조물, 통신 기술, 정치경제 구조 등으로 확장되며 오늘날의 사회적 ‘풍경’을 구축하는 하나의 비평적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동양의 전통적 미감(수석, 분재 등)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그것을 도시 건축의 잔해나 통신 기술의 탑, 산업화된 세계의 폐허 등으로 전유하여 현대적이고 기술 비평적인 조각으로 전환한다. 이는 조형예술이 전통성과 동시대성을 어떻게 결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로, 동시대 미술에서 독자적 입지를 구축하는 기반이 되었다.

최근 인도네시아 ROH Projects 레지던시 참여와 같은 해외 활동이나 세계적인 갤러리 리만머핀 서울지점에서의 단체전 《원더랜드》(2024) 참여는 그의 작업이 아시아의 전통성과 산업 도시의 보편 구조를 동시에 포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적 확장 가능성을 시사한다.

앞으로도 현남은 지역의 물질성과 기억, 권력의 구조를 축경의 방식으로 해석하며, 세계 각지의 '조각 가능한 세계'를 구축해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Works of Art

축경(縮景)의 방식으로 건축하는 오늘날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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