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테리아, 엘레강스, 카타르시스; 말해진 것들은 한 번도 충분한 적이 없었다 - K-ARTIST

히스테리아, 엘레강스, 카타르시스; 말해진 것들은 한 번도 충분한 적이 없었다

2018
모터, 실리콘, 실리콘 오일, 비닐, 철선, 혼합 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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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Work

이미래는 시멘트, 레진, 철, 비계, 모터, 펌프 등 산업적이고 기계적인 재료를 활용하여 물성과 질감, 그리고 기계적인 움직임이 드러나는 조각을 만든다. 끈적한 점액질을 내뿜으며 마치 살아 움직이는 생물처럼 동작하는 그의 대형 기계 조각들은 지성이나 언어의 영역을 넘어선 인간의 원초적 욕망과 감각을 자극한다.

외피와 내피, 피부와 내부 기관의 경계를 무색하게 하는 이미래의 조각은 원시적인 동시에 고도화된 기계의 메커니즘을 상기시킨다. 천천히 바닥을 기거나 호스를 통해 끊임없이 빨아들이고 내뿜는 이미래의 그로테스크한 형상은, 조각의 범주화를 초월하는 파토스적인 폭력과 반복되는 움직임의 쾌감, 나아가 삶의 유한성과 파토스적 욕망과 좌절이 공존하는 감수성의 미학을 향해 있다.

개인전 (요약)

작가의 주요 개인전으로는 《이미래: Open Wound》(테이트 모던, 런던, 2024-2025), 《Black Sun》(뉴 뮤지엄, 뉴욕, 2023), 《Look, I’m a fountain of filth raving mad with love》(ZOLLAMT MMK, 프랑크푸르트, 2022), 《As we laydying》(Kunstmuseum Den Haag, 덴하그, 2022), 《캐리어즈》(아트선재센터, 서울, 2020))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작가가 참여한 주요 단체전으로는 부산비엔날레(2022), 제59회 베니스 비엔날레(2022), 제58회 카네기 인터내셔널(2022), 베를린 쉰켈 파빌리온(2021), 상하이 안테나 스페이스(2020), 제15회 리옹 비엔날레(2019), 제12회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 프로젝트(2018)가 있다.

수상 (선정)

2022년 PONTOPREIS MMK, 2021년 Future Generation Art Prize 특별상을 수상했다.

레지던시 (선정)

이미래는 SeMA 난지 창작스튜디오, 파리 국제 예술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바 있다.

작품소장 (선정)

그의 작품은 파리 퐁피두센터, LACMA, M+, 리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살아 움직이는 기계 조각

주제와 개념

이미래는 초기에 〈수석장〉(2014)과 〈눈물〉(2014) 같은 작업을 통해 폐기물, 파편, 일상적 감각을 수집하고 조합하며 인간 존재의 연약성과 감정의 미세한 결을 탐색했다. 이 시기 작품들은 손쉬운 감상의 틀을 거부하면서, 물질과 감정이 얽히는 지점을 조심스럽게 포착하는 데 집중했다. 작가는 세계에 대한 연민, 사물과 감정 사이의 모호한 경계에 대한 예민한 감각을 초기부터 꾸준히 구축해왔다.

2017년 《리드 마이 립스》(합정지구)에서 선보인 〈히스테리, 엘레강스, 카타르시스: 섬들〉(2017)부터는 유토와 실리콘 같은 부드럽고 유기적인 재료를 사용해 신체-기계적인 조각을 시도하면서 주제의식을 확장시켰다.

이후 《캐리어즈》(2020, 아트선재센터)에서는 '보어(vore)'라는 극단적 통합 욕망이라는 주제를 끌어들이며 ‘자기와 타자의 경계 소멸’을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이 시기 작업은 개인적 욕망, 신체성, 불완전성에 대한 탐구를 더욱 직접적이고 생물학적인 이미지로 구체화했다.

최근 개인전 《검은 태양》(2023, 뉴뮤지엄, 뉴욕)과 《Open Wound》(2024, 테이트 모던)에서는 공포, 우울, 소멸에 대한 감정이 거대하고 물리적인 조각 언어로 발현된다. 끊임없이 흘러내리고, 뱉어내고, 굳어가며 죽음과 생명의 경계를 넘나드는 구조물들은, '존재의 끝없는 변형과 실패'를 하나의 조각적 서사로 제시한다. 이처럼 이미래는 감정, 신체, 물질성, 그리고 존재론적 위기라는 주제를 시기별로 변주하며 심화시켜왔다.

형식과 내용

이미래는 재료 자체의 물성과 운동성에 대한 깊은 관심을 바탕으로 조형언어를 발전시켜왔다. 〈수석장〉에서는 다양한 질감과 탄성을 가진 폐기물과 일상적인 사물의 파편들을 나열하며 조형적 가치의 기준을 전복했고, 《리드 마이 립스》에서는 유토, 실리콘, 윤활유 등 끈적이고 취약한 재료들과 모터의 회전을 활용한 조각들로 촉각성과 시간성을 강조했다.

2018년 광주비엔날레에서 선보인 10m 크기에 달하는 대형 키네틱 조각 〈히스테리, 엘레강스, 카타르시스: 말해진 것들은 한 번도 충분한 적이 없었다〉(2018)은 조각이 자율적으로 움직이고 붕괴하는 과정을 강조했다.

그 다음해 리옹 비엔날레에서 선보인 〈망치는 자들〉(2019)에서는 레진, 와이어, 글리세린을 활용해 조각의 표면을 이루는 재료들이 모터와 펌프의 운동 지속에 따라 조각 몸체에서 떨어져나오는 과정을 효과적으로 보여주었다.

이 시기부터 작가는 점액질, 폐기물 같은 저급하고 불안정한 재료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이미래는 인간 신체와 감정의 취약함을 물질적 차원에서 구현했다.
《캐리어즈》(2020)와 《검은 태양》(2023)에서는 호스와 모터 시스템을 통한 순환 운동, 부드러운 물질의 증식과 탈락 과정을 통해 신체-기계적 하이브리드 형상을 더욱 고도화했다.

《Open Wound》(2024, 테이트 모던)에서는 터빈 홀을 가득 채우는 건축적 스케일로 확장된 설치와 터빈 시스템을 통해, 산업적 기억과 생명체적 운동을 하나의 흐름 안에 통합했다. 이처럼 이미래는 끊임없는 물질의 운동과 변형을 통해 조각과 설치의 경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조형 문법을 제시하고 있다.

지형도와 지속성

이미래는 일상적 감각과 파편성을 다루는 설치 작업으로 출발해, 점차 신체-기계의 복합적인 조각 언어로 진화해왔다. ‘히스테리, 엘레강스, 카타르시스’(2017~) 연작을 기점으로, 점액질 물질과 키네틱 시스템을 통해 존재의 취약성과 불안정성을 조형화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작가는 베니스 비엔날레(2022), 카네기 인터내셔널(2022), 리옹 비엔날레(2019), 광주비엔날레(2018) 등 세계 주요 비엔날레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현대자동차 커미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테이트 모던 터바인 홀에서 개최된 《Open Wound》는 이미래가 동시대 조각의 국제적인 흐름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하나로 확고히 자리잡았음을 보여준다.

이미래의 작업은 생명과 기계, 감정과 물질, 부드러움과 폭력성 같은 이질적 요소들을 동등하게 엮어내는 조형 언어를 통해, 동시대 미술에서 가장 급진적이고 물질성에 천착하는 경향을 주도하며 크게 주목받고 있다.

Works of Art

살아 움직이는 기계 조각

Exhibi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