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넌트 스트라이프 - K-ARTIST

도미넌트 스트라이프

2020
대리석 판재
83 x 25 x 16 cm
About The Work

최고은의 작업은 주변부로 밀려난 존재들을 다시 바라보는 일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쓰임을 다 하고 버려진 폐가전, 파이프, 가구들을 수집해 재조립하고 새로운 공간에 위치시킨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감각을 환기시키는 그의 작업은 오늘날 디지털 시대의 이면에 감춰진 채 도시 환경을 구성하는 물질의 존재를 드러내기를 시도한다.

최고은의 조각적 실험은 디지털 시대 이면에 감춰진 사회 시스템과 도시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물질들을 드러내는 작업이다. 누구에게나 친숙한 기성품에 주목해 온 작가는 기존에 구축되어 있던 획일화된 시스템을 해체하며 사물이 지닌 물성을 전면에 드러낸다.

폐기물을 통한 오늘날 물질이 사회에 존재하는 방식

개인전 (요약)

최고은은 2016년 김종영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 《토르소》를 시작으로 조각과 물질성에 대한 실험적인 작업을 본격적으로 선보였다. 이후 《오렌지 포디움》(시청각, 서울, 2018), 《Disillusionment of 11am》(토마스파크 갤러리, 뉴욕, 2019), 《비비드 컷츠》(P21, 서울, 2021), 《코너링》(아마도예술공간, 서울, 2022) 등 도시 시스템과 소비 사회 속 물질의 의미를 탐색하는 개인전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그룹전 (요약)

작가는 《사물들: 조각적 시도》(두산갤러리, 2017), 《냉장고 환상》(국립아시아문화전당, 2017), 《Point Counter Point》(아트선재센터, 2018), 《신체감각》(아르코미술관, 2019), 《기묘한 일상》(문화역서울 284, 2020), 《화이트 랩소디》(우란문화재단, 2020), 《조각 충동》(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2022), 《오프사이트》(아트선재센터, 2023), 《경계없이 낯설게》(2024 도시조각페스티벌, 열린송현 녹지광장, 2024), 제7회 창원조각비엔날레(2024) 등 국내외 주요 기획전에 참여하며, 폐기된 사물과 도시 물질의 흐름을 조각의 언어로 풀어내는 독자적인 작업 세계를 구축해왔다.

수상 (선정)

최고은은 2016년 서울문화재단 시각예술부문 선정작가로 이름을 올렸으며, 같은 해 김창열미술관의 ‘Creative Young Artist’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2015년에는 아르코 인사미술공간 작가 워크숍에 참여했으며, Art Space O에서 한 달간의 단기 레지던시 프로그램도 수행한 바 있다.

레지던시 (선정)

2017–2018년 금천예술공장 9기 입주작가로 활동했으며, 2019년에는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13기 입주작가로 선정되어 서울 도심의 창작 공간에서 물질과 조각의 관계를 심화시키는 작업을 이어갔다.

Works of Art

폐기물을 통한 오늘날 물질이 사회에 존재하는 방식

주제와 개념

최고은은 버려진 물건들, 즉 더 이상 쓰이지 않는 폐가전과 기성품들에 주목하며,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 생태계와 자본 시스템의 구조를 조각적으로 드러낸다. 작가의 관심은 본래 기능을 상실한 사물들이 지닌 물질성, 그리고 그 이면에 숨겨진 사회적 코드에 있다. 그는 작업을 환기한다.

‘앨리스 인 체인스(Alice in Chains)’라는 비유처럼, 최고은은 우리가 소비하는 상품과 그 경험이 반복되고 통제된 체계 속에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작가는 사물을 자르고, 해체하고, 변형시키는 과정을 통해 이 반복의 구조를 끊어내고, 조각이라는 예술적 형식을 통해 물질에 대한 새로운 사유를 제안한다. 그에게 조각은 대상의 본질을 물리적으로 가시화하는 동시에, 사회 시스템 속에서 작가와 관객의 역할을 되묻게 만드는 장치다.

형식과 내용

최고은의 조형언어는 일상 속 기성품의 구조를 해체하고, 그 본질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초기 작업인 <머터리얼 풀>(2016-)에서는 냉장고, 에어컨 등 백색 가전을 수집해 수평 구조로 재조립함으로써, 일상의 규격화된 질서를 전복하는 시도를 보여주었다. 이어지는 <화이트 시리즈>(2018)는 외관상 거의 동일한 스탠딩 에어컨들을 해체해 벽면에 세워 놓고, 그 미묘한 색상 차이와 크기의 편차를 통해 표준화된 제품이 가진 차이를 가시화했다.

작가의 주요 스타일적 특징 중 하나는 ‘자르기(cutting)’라는 물리적 개입이다. <컷>(2021), <트로피>(2022), <글로리아>(2024)에서 작가는 동파이프를 자르고 휘고 펼치며, 원형의 파이프가 가진 기능성을 제거하고 조형적인 곡선으로 전환시킨다. 이는 단순한 형식적 실험을 넘어, 우리가 기술 혹은 시스템으로 받아들이는 물질들의 구조를 낱낱이 드러내는 작업이다.

또한 최고은은 자신의 작업이 전시 공간에 설치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언급한다. 이러한 입장은 그의 작업이 언제나 특정 맥락과 환경에 따라 반응하고, 유동적으로 변화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조각의 의미는 단지 사물을 변형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이 놓이는 공간, 그리고 관객의 행위에 따라 확장되며 작동한다. 따라서 최고은의 작업은 조형성과 공간성, 그리고 사회적 메시지를 아우르는 복합적인 미적 구조를 지닌다.

지형도와 지속성

최고은의 작업은 도시의 가장자리에 버려진 물건에서 출발해, 다시 도시의 구조와 흐름을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화이트 홈 월>(2018)은 전시 공간에 하얀 스탠딩 에어컨의 외피를 선처럼 도열시켜, 기계적 생산이 만들어낸 시간성과 공간성을 새로운 지층으로 전환시킨 사례다. 작가는 버려진 물건의 껍데기를 단순히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소비와 유통, 폐기의 시스템을 역추적한다.

그의 작업은 점차 정적인 사물에서 이동성을 지닌 사물로, 내부 공간에서 외부 공간으로 확장되어왔다. <썬베이크>(2023)와 <글로리아>(2024)에서 동파이프는 전시장 내부를 넘어 건물 외벽으로 뻗어나가며 도시 자체를 조각의 기반으로 삼는다. 이러한 확장은 조각을 전시장 안에 가두지 않고, 도시라는 생태계 전반을 감각하게 하는 방식으로 기능한다.

특히 《비비드 컷츠》 (2021) 전시에서 작가는 자르기라는 행위를 통해 조각, 사물, 시스템 간의 긴장과 순환을 드러냈다. 물건은 조각이 되고, 조각은 다시 물질의 잔상을 남긴다. 자르면 자를수록 그 시스템은 더 선명한 얼굴을 드러내며, 우리는 그 속에서 쇼퍼로서, 또 소비자이자 관객으로서의 자리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처럼 최고은의 작업은 동시대 도시와 자본 구조의 작동 원리를 시각화하는 동시에, 그 안에서 조각이 할 수 있는 역할과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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