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미술사 1-2 - K-ARTIST

작은 미술사 1-2

2014
사진, 텍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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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Work

미디어 작가이자 영화감독과 작가로 활동중인 박찬경은 냉전, 분단, 전통, 종교 등의 주제를 통해 서구식 근대화와 경제 성장을 무모하게 쫓아온 한국의 모습을 기록하며 한국 사회를 고찰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작가는 우리의 역사 안에서 왜곡된 지점들을 들추어 내고 그 안에서 소외된 존재들을 위로한다. 나아가 이러한 작업을 통해 우리의 현재를 새롭게 직시하도록 함으로써 우리의 미래 또한 생각하도록 만든다.

개인전 (요약)

박찬경은 1997년 첫 개인전 《블랙박스: 냉전 이미지의 기억》(금호미술관)을 열었다. 이후 국제 갤러리, 아뜰리에 에르메스, 갤러리 소소, 뉴욕 티나킴 갤러리 등에서 다양한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룹전 (요약)

박찬경은 국립현대미술관, 필라델피아 미술관, 대전아트센터, 요코하마 미술관, 경남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일민미술관 등 다양한 미술관에서 무수히 많은 그룹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박찬경은 2004년 에르메스 코리아 미술상을, 2011년 〈파란만장〉으로 베를린 국제영화제 단편영화부문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작품소장 (선정)

박찬경 작품의 주요 소장처로는 국립현대미술관, KADIST예술재단, 프랑스 낭트 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아트선재센터 등이 있다.

Works of Art

과거를 통해 직시하는 현재

주제와 개념

박찬경의 작업은 초기부터 한국 현대사를 꿰뚫는 거시적 시선을 통해 분단과 냉전의 유산을 되짚는 데서 출발했다. 첫번째 개인전 《블랙박스: 냉전 이미지의 기억》(금호미술관, 1997)을 통해 선보인 〈세트〉(2000)는 남북의 이데올로기적 대립이 형성한 시뮬라크르적 현실을 포착하며, 분단체제에서 생산된 이미지의 허구성과 정치심리를 날카롭게 드러낸다. 이는 단순히 이념 대립에 대한 기록이 아닌, 한국 사회의 집단적 무의식을 구성하는 시각적 질서에 대한 비판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박찬경은 분단과 냉전을 넘어, 한국 사회에 내재된 왜곡된 근대화의 서사를 민속신앙과 무속의 틀로 재조명하기 시작한다. 〈비행〉(2005)은 6·15 남북정상회담의 항로를 따라 한반도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며 탈냉전 시대의 서사적 전환을 은유적으로 보여주고, 〈신도안〉(2007)에서는 민속의 성역이 어떻게 근대국가에 의해 억압되었는지를 탐색한다. 여기서 작가는 한국적 근대화의 미진한 전환과 무속이 지닌 저항적 잠재력을 조명한다.

2010년대 이후, 작가의 시선은 점차 민속적 주체와 근현대사 속 무명의 존재들로 확장된다. 〈만신〉(2014)은 무당 김금화의 삶을 통해 억압된 여성성과 공동체적 치유의 역사성을 담아내며, 〈시민의 숲〉(2016)은 한국사의 비극적 사건들 속에서 희생된 이들의 안식을 기원하는 동시에 역사 인식의 갱신을 요청한다. 이는 ‘기억-애도-재현’이라는 순환적 구조 속에서 역사적 상흔과 인간 존엄성의 회복이라는 개념을 중심에 둔다.

〈늦게 온 보살〉(2019)은 현대 사회의 재난과 불안을 불교적 은유와 네거티브 영상 언어로 직조함으로써, 오늘날 한국 사회의 내적 혼란과 가치의 와해를 포착한다. 이 작업은 과거의 망령과 전통적 지혜가 현대적 위기를 해석하는 데 어떤 통로가 될 수 있는지를 묻는다. 박찬경은 언제나 과거를 통해 현재를 진단하고, 그 안에서 억압되거나 망각된 존재들의 가능성을 복권시키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형식과 내용

박찬경의 작업은 초기에 사진과 슬라이드쇼 형식을 통해 이미지의 정치성과 구성 방식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데 주력했다. 〈세트〉는 슬라이드 방식으로 정지된 이미지들을 교차 편집하여 시공간의 혼란을 유도하고, 관객의 인식 구조에 개입한다. 이러한 정적인 이미지 배열은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흐리는 수단이자, 이미지가 어떻게 국가 이데올로기를 재현하는지에 대한 형식적 질문이다.

〈비행〉부터 박찬경은 비디오 매체로 전환하면서 시간성과 서사성을 확보하게 된다. 이 시기의 작업들은 아카이브 영상, 다큐멘터리 푸티지, 뉴스 영상 등을 교차 편집하며 시간의 흐름을 재배열하고, 역사적 사건을 새로운 시각으로 전개한다. 특히 〈비행〉은 윤이상의 음악과 함께 서정적이면서도 비판적인 정조를 형성해, 영상과 사운드가 결합된 ‘정치적 시’로 기능한다.

〈신도안〉 이후 박찬경은 영상 다큐멘터리를 중심으로 사진, 건축 모형, 아카이브 자료 등을 복합적으로 구성한 전시 형식을 적극 도입한다. 이는 전시 자체를 일종의 ‘의례적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며, 관람자에게 역사적 서사와 신화적 구조를 교차 체험하게 한다. 예컨대 개인전 《신도안》(아뜰리에 에르메스, 2008)에서는 건축모형과 영상이 함께 구성되어 공간의 역사성과 신비성을 직조하는 복합적 설치가 형성된다.

비교적 최근작인 〈늦게 온 보살〉은 네거티브 영상이라는 독특한 미장센을 통해 시각적 불안과 현실의 와해를 감각적으로 전달한다. 작품은 내러티브와 상징 이미지가 분절적으로 충돌하는 형식을 취하며, 비선형적 영상언어를 통해 현대 사회의 불연속성과 단절을 형상화한다. 이처럼 박찬경의 작업은 매체의 특성과 감각적 구조를 철저히 활용하여 내용의 정합성과 형식의 급진성을 동시에 추구해왔다.

지형도와 지속성

박찬경의 작업은 일관되게 한국 현대사와 분단체제, 그리고 탈식민성과 근대화의 왜곡에 대한 성찰을 중심에 두고 전개되어 왔다. 초기에는 분단과 냉전의 이미지 정치학에 집중했으며, 이후에는 무속, 신화, 전통의 재해석을 통해 국가 이데올로기와 자본 근대화가 억압해온 비가시적 세계와 기억을 되살리는 데 주력했다. 이러한 궤적은 한국 사회 내부의 문화적 트라우마를 해부하는 동시에, 그것을 공동체적 치유의 자원으로 전환하려는 시도였다.

형식적으로는 사진, 슬라이드, 비디오, 다큐멘터리, 설치, 건축 모형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다층적인 서사 구조와 비선형적 편집을 통해 복합적 감각의 장을 구성해왔다. 특히 영상작업에서의 음악적 구성과 시각적 리듬은 작품을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정서적 울림을 지닌 신화적 서사로 탈바꿈시킨다. 이는 박찬경 작업의 내면적 지속성과 외연적 확장의 핵심적 기제로 작용한다.

그는 국내외 주요 기관에서 전시와 상영을 이어오며, 미술관과 영화제를 동시에 가로지르는 작가로서 독보적 위상을 형성했다. 개인전 《MMCA 현대차 시리즈: 박찬경 – 모임 Gathering》(국립현대미술관, 2019)와 같은 대형 프로젝트는 그가 동시대 한국미술의 핵심적 실천자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나아가 그의 작업은 동아시아 분단 체제나 탈근대 종교성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포괄함으로써, 세계적 비평 지형에서도 의미 있는 위치를 확보해가고 있다.

박찬경은 앞으로도 영상 기반의 설치와 시적 내러티브를 통해, 보다 추상적이고 복합적인 ‘시간의 정치학’에 천착하는 동시에 디지털 매체와 신화적 서사, 탈이데올로기적 치유라는 기존의 관심사를 확장시켜, 동시대 사회의 무질서한 감정 구조에 대한 통찰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이라는 로컬의 역사성을 매개로 한 보편적 질문은 그의 작업을 앞으로도 동시대 예술의 중요한 참조점으로 남게 만들 것이다.

Works of Art

과거를 통해 직시하는 현재

Exhibi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