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경의 작업은 일관되게
한국 현대사와 분단체제, 그리고 탈식민성과 근대화의 왜곡에 대한 성찰을 중심에 두고 전개되어 왔다. 초기에는 분단과 냉전의 이미지 정치학에 집중했으며, 이후에는 무속, 신화, 전통의 재해석을 통해 국가 이데올로기와 자본 근대화가 억압해온
비가시적 세계와 기억을 되살리는 데 주력했다. 이러한 궤적은 한국 사회 내부의 문화적 트라우마를 해부하는
동시에, 그것을 공동체적 치유의 자원으로 전환하려는 시도였다.
형식적으로는 사진, 슬라이드, 비디오, 다큐멘터리, 설치, 건축 모형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다층적인 서사 구조와 비선형적 편집을 통해 복합적 감각의 장을 구성해왔다. 특히
영상작업에서의 음악적 구성과 시각적 리듬은 작품을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정서적 울림을 지닌 신화적 서사로 탈바꿈시킨다. 이는 박찬경 작업의 내면적 지속성과 외연적 확장의 핵심적 기제로 작용한다.
그는 국내외 주요 기관에서
전시와 상영을 이어오며, 미술관과 영화제를 동시에 가로지르는 작가로서 독보적 위상을 형성했다. 개인전 《MMCA 현대차 시리즈:
박찬경 – 모임 Gathering》(국립현대미술관, 2019)와 같은 대형 프로젝트는 그가 동시대 한국미술의
핵심적 실천자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나아가 그의 작업은 동아시아 분단 체제나 탈근대 종교성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포괄함으로써, 세계적 비평 지형에서도 의미 있는 위치를 확보해가고 있다.
박찬경은 앞으로도 영상
기반의 설치와 시적 내러티브를 통해, 보다 추상적이고 복합적인 ‘시간의
정치학’에 천착하는 동시에 디지털 매체와 신화적 서사, 탈이데올로기적
치유라는 기존의 관심사를 확장시켜, 동시대 사회의 무질서한 감정 구조에 대한 통찰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이라는 로컬의 역사성을 매개로 한 보편적 질문은 그의 작업을 앞으로도 동시대 예술의 중요한 참조점으로 남게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