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EENEX LANDSCAPE - K-ARTIST

KLEENEX LANDSCAPE

2003
About The Work

동양화를 전공한 박윤영은 동양화적인 코드를 이용해 현실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직접 채집하고 추적하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작업은 드로잉, 시, 영화,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작가만의 은유적인 전달방식을 통해 우리가 믿고 있던 ‘사실’의 진실성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박윤영의 작업은 어떠한 사건에서 출발해 이를 파헤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유추하며 새로운 연결고리들을 만들어 가는 여정이라 할 수 있다. 그 여정 안에는 전혀 다른 사건들이 서로 결합되기도 하고, 작가 개인적인 경험을 매개로 새로운 이야기가 형성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작가의 작업은 언제나 열린 결말로 남아 작가의 상상 속에서, 그리고 관객의 상상 속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아간다.

개인전 (요약)

박윤영은 일민미술관(서울, 2019-2020), 두산갤러리(뉴욕, 2011), 몽인아트센터(서울, 2010), 아라리오갤러리(천안, 한국, 2007)와 인사아트스페이스(서울, 2005)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박윤영은 국립현대미술관(과천, 한국, 2010), 아뜰리에 에르메스(서울, 2009), 중국 국립미술관(베이징, 2007), 리움미술관(서울, 2006), 유네스코(파리, 2006) 등의 국내외 유수 기관에서 진행된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수상 (선정)

박윤영은 2009년 제10회 에르메스 미술상을 수상했다.

레지던시 (선정)

박윤영은 두산레지던시 뉴욕(2011), 창동 국립미술창작스튜디오(서울, 2004) 등에 선정된 바 있다.

Works of Art

예술적 상상력을 통해 재구성하는 현실의 사건

주제와 개념

박윤영의 작업은 현실의 잔혹한 사건과 개인적 경험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며, 우리가 ‘사실’이라 믿는 것의 진실성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해체하는 데서 출발한다. 작가는 〈픽톤의 호수〉(2005)와 같은 작품에서 실존한 연쇄살인 사건을 탐사하면서, 단순한 보도나 기록 너머의 은폐된 감정과 서사를 끌어올린다. 이러한 사건들은 작가의 개인적인 상상력과 결합하며 다층적인 서사를 구축하고, 현실과 허구 사이의 긴장을 예민하게 드러낸다.

특히 박윤영은 사회적으로 잊혀지거나 소외된 장소와 인물, 불가사의한 사건들에 대한 궁금증을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그는 〈몽유생리도〉(2004)에서 텔레비전 속 이상화된 생리대 광고를 ‘몽유도원도’의 패러디로 연결시킴으로써, 일상적이고 사적인 경험 속에서도 허구적 유토피아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처럼 작가는 현실에 뿌리를 둔 이미지를 통해, 사회적 신화나 미디어의 재현을 비틀고 새롭게 구성한다.

박윤영은 개인전 《익슬란 스탑》(아라리오갤러리, 2007)에서 ‘익슬란’이라는 허구적 장소를 통해 세계의 비극적 사건들을 치유할 수 있는 공간을 상상한다. 이는 폭력이나 재앙을 극복하는 어떤 대안적 서사 구조를 모색하는 시도로, 작가는 사건의 재현을 넘어 ‘다른 방식의 존재 가능성’을 탐색하며 자신의 시적 세계를 확장한다.

최근 개인전 《YOU, Live!: 12개의 문고리》(일민미술관, 2019)에서는 체르노빌, 후쿠시마, 리비아 침공 등 동시대 재난을 소재로 하면서도, ‘문고리’라는 사적인 기억의 상징을 통해 개인과 세계사의 서사를 병치시킨다. 작가는 이질적인 시간과 공간, 기억의 단편들을 중첩시켜가며 관객으로 하여금 사건의 인과적 서사에서 벗어나, 비선형적이고 시적인 사유를 가능케 한다.

형식과 내용

박윤영은 동양화의 전통적 문법을 기반으로, 로고, 픽토그램, 사진, 영상, 텍스트, 설치 등 다양한 시각언어를 병치하며 자신만의 조형어법을 구축해왔다. 초기 작업 Kleenex Landscape(2003)에서는 일상 사물인 티슈갑 위에 산수화를 그려 넣음으로써, 현실과 상상의 접점을 유머러스하면서도 날카롭게 포착했다. 이처럼 그는 평면의 회화적 언어에 개입하거나, 전통의 틀을 재구성하는 실험을 통해 고정된 매체의 경계를 허문다.

〈픽톤 파라다이스〉(2004), 〈그림자 호수〉(2005)에서는 병풍이라는 동양화적 형식을 차용해 다중 이미지와 서사를 수용 가능한 구조로 활용했다. 병풍은 단순한 회화적 지지체를 넘어, 회화·조각·설치·영상을 통합하는 복합적 플랫폼으로 작동하며, 사건의 파편적 조각들을 조형적으로 엮는 서사 장치로 기능한다. 이러한 확장은 이후 《YOU, Live!: 12개의 문고리》에서 연극-전시라는 다매체적 플랫폼으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전시 《YOU, Live!: 12개의 문고리》는 작가의 자전적 경험과 역사적 재난을 엮은 12개의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스크립트, 드로잉, 사운드, 영상, 아카이브, 조각을 유기적으로 엮은 복합 설치로 구성된다. 이처럼 박윤영은 특정 서사를 하나의 매체에 종속시키지 않고, 공간적 감각과 시간의 다층적 흐름 속에 해체하여 배치하는 방식으로 전시 전체를 하나의 이야기 구조로 직조한다.

《익슬란 스탑》에서는 환각 식물(페요테, 짐슨위드, 싸일로싸이브)을 형상화하여, 총기나 유조선과 같은 물리적 방아쇠를 덮고 자라나는 이미지로 시각화했다. 이는 전통 수묵화의 생장과 번짐, 그리고 자연의 생명력이라는 조형적 상징을 빌려, 비극적 사건의 전환과 치유를 시각적으로 제안한 것이다.

지형도와 지속성

박윤영은 동양화의 전통적 조형어법을 현대의 사건과 연결하며, 역사와 현실, 상상과 기록, 개인적 경험과 공적 서사를 교차시키는 독창적인 미술언어를 구축해왔다. 로고 산수, 픽토그램 산수 등으로 시작된 형식 실험은 사건 탐색과 재구성이라는 서사적 관심과 맞물려, 회화-설치-스크립트-영상이 통합된 확장적 서사구조로 진화하였다.

그의 작업은 단순히 사건을 재현하거나 고발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상상적 중간지대(익슬란, 문고리 뒤의 세계 등)를 설정함으로써 비극적 현실을 초월하거나 전환하는 시공간을 제시한다. 이러한 세계관은 동시대 한국 미술계 안에서도 매우 드문 방식으로, 박윤영은 회화적 상상력과 서사적 구축능력을 동시에 지닌 몇 안 되는 예술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까지는 동양화의 해체와 재구성이 중심이었다면, 2010년대 이후에는 극작적 서사와 설치, 참여적 내러티브로 확장되어, 관객의 개입과 읽기 경험까지 포괄하는 방식으로 진화해왔다. 특히 최근 개인전에서 보이는 타임라인의 파편화와 연극적 내레이션은 향후 그의 작업에서 더욱 심화될 서사 실험의 출발점으로 보인다.

현재 캐나다와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는 박윤영은, 동시대의 비극을 새로운 서사로 전환시키는 역량과 시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향후 보다 국제적인 서사적 확장과 매체 간 실험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작가가 꾸준히 보여온 사회적 감각과 형식의 유연성은, 한국 현대미술의 서사적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주요한 사례가 될 것이다.

Works of Art

예술적 상상력을 통해 재구성하는 현실의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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