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유어 디포 - K-ARTIST

러브 유어 디포

2019
About The Work

이주요는 가변적이고, 임시적인 그리고 견고하지 않은 일상의 사물들을 소재로 사용해, 주어진 조건 안에서 변화하고 적응해 나가는 과정을 작품에 담아왔다. 그리고 작가는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 사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사회 제도나 시스템, 그리고 그 주변부에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 질문하거나 잠재된 가치를 찾는 작업을 해왔다.
 
이를 위해 이주요는 드로잉부터 설치, 그리고 공공조형물까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우리에게 익숙한 전시의 방식에 대해 새로운 접근과 방법을 제안하거나, 규범이 만들어낸 대립과 갈등을 수면 위로 끌어내어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게 한다.
 
이주요는 낯선 도시들을 오가며 경험한 타자의 문제와 개별 존재의 불안, 분노, 연약함 등을 비정형적이고 임시적이며 가변적인 작품과 설치를 통해 표현했던 것을 시작하여, 공적인 영역으로 나아가 대안적인 시스템을 제시하고 실천하며 연약하고 불안정한 존재들을 함께 보살피고 지탱하면서 움직일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있다. 

개인전 (요약)

이주요가 참여한 주요 개인전으로는 《백 개의 카트와 그 위에》(바라캇 컨템포러리, 서울, 2023), 《올해의 작가 ‘러브유어디포_런던’》(주영한국문화원, 런던, 2020), 《The Day 3, Walls and Barbed》(Amanda Wilkinson Gallery, 런던, 2017), 《Walls To Talk To》(프랑크푸르트 현대미술관, 프랑크푸르트, 독일, 2013), 《Walls To Talk To》(반아베 미술관, 아인트호벤, 네덜란드, 2013), 《나이트 스튜디오》(아트선재센터, 서울, 2013-2014)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주요 단체전으로는 《사물들의 힘》(스페이스 이수, 서울, 한국, 2025), 《모든 섬은 산이다》(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건립 30주년 특별전, 베니스, 이탈리아, 2024), 《가변하는 소장품》(국립현대미술관(MMCA), 서울, 한국, 2021), 《러브 유어 디폿: 2019 올해의 작가상》(국립현대미술관(MMCA), 서울, 한국, 2019), 《제8기후(예술은 무엇을 하는가)》(제11회 광주비엔날레, 광주, 한국, 2016), 《Unknown Packages (Dawn Breaks)》(퀸즈미술관, 뉴욕, 미국, 2015), 《Boom She Boom: Works from the MMK Collection》(MMK 현대미술관, 프랑크푸르트, 독일, 2014), 《Intense Proximity》(라 트리엔날레/팔레 드 도쿄, 파리, 프랑스, 2012), 《The River Project》(캠벨타운 아트센터, 캠벨타운, 호주, 2010), 《In the Language of the Other》(제10회 이스탄불비엔날레, 이스탄불, 터키, 2007) 등이 있다.

수상 (선정)

이주요는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0년 제3회 양현미술상을 수상한 바 있다.

레지던시 (선정)

이주요는 퀸즈미술관(뉴욕, 2015), 두산갤러리(뉴욕, 2011) 등에서 레지던시 작가로 입주한 바 있다.

작품소장 (선정)

이주요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리움미술관, 아트선재센터, 두산아트센터, 프랑크푸르트현대미술관(MMK), 반아베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이동하는 예술

주제와 개념

이주요의 작업은 연약함과 불확정성이 지배하는 현실에서 “작품의 삶이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축으로 전개된다. 초창기 〈나이트 스튜디오〉(2008–2011)는 이태원의 집/작업실에서 시작된 생활의 기술과 즉흥적 대처(주워 온 가구의 개조, 방범·단열 장치 고안)를 통해, 개인적 불안과 환경의 물리적 조건이 예술적 결정의 기점이 되는 순간을 기록했다. 이 사적인 실험은 곧 공적 장으로 이동하며, 《이주요: 나이트 스튜디오》(아트선재센터, 2013)에서 시간·장소·관계의 변화에 따라 의미가 덧입혀지고 수정되는 작업의 “경과” 자체가 전시의 주제가 된다.

2015–2017년에는 과거 작업을 재맥락화해 현재의 이야기로 묶는 서사적 전략이 본격화된다. 김현진 큐레이터와 공동연출한 퍼포먼스 작품 〈십년만 부탁합니다〉(남산예술센터, 2017)는 위탁되어 잊혔던 작품들을 무대의 주인공으로 소환해, 예술가의 삶과 작품의 삶이 서로를 비추며 재발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프로젝트 〈도운 브레익스〉(퀸즈미술관, 2015; 광주비엔날레, 2016; 아트선재센터, 2017)는 행진 퍼포먼스와 설치를 통해 파편적 오브제들을 공동의 리듬과 동선 속에서 서사화하며, 타자들과의 협업을 작품의 본성으로 편입한다.

2019년 이후 질문은 작품의 생애주기 전체로 확장된다.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9》에서 선보인 〈파이브 스토리 타워〉(2019–2020)와 〈러브 유어 디포〉(2019)는 저장·보관·순환을 전면에 내세워 “남김/폐기”의 결정을 시장 밖의 공적 판단으로 이행시키고, 소외된 작업에 시간을 벌어 주는 제도적 상상력을 제안했다. 여기서 저장은 종결이 아니라 ‘다음 시간’을 위한 인프라, 즉 돌봄의 실천으로 정의된다.

이 구상은 공공영역으로 진입하며 현실 실험이 된다. 〈러브 유어 디포_강남 파빌리온〉(2021– )는 2019년 올해의 작가상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된 〈러브 유어 디포〉가 강남 수서동 궁마을 공원에 공공미술의 형태로 재설치된 작품으로, 공원이라는 생활 인프라에 보관과 상영, 만남의 장치를 이식해 시민과 작품이 서로의 시간을 맡기는 방식을 탐색한다.

최근 개인전 《백 개의 카트와 그 위에》(바라캇 컨템포러리, 2023)는 개인 서사에서 출발한 ‘다섯 대의 카트’가 ‘백 대’로 증식하는 여정을 통해, 불안정한 주변부를 지탱하는 이동·임시·공유의 윤리를 가시화한다.

형식과 내용

형식은 리서치 기반 설치에서 장치적 무대로 진화하며, 전시공간의 물리성을 관람자의 신체로 번역한다. 초기 국내 개인전 《이주요: 나이트 스튜디오》의 〈무빙 플로어〉는 전시장 바닥과 동일한 재질의 이동판을 통해 관객이 “불안정한 지면”을 걷게 만들고, 사적 체험(두려움·불안)을 공적 감각으로 치환한다. 이는 물질·몸·동선을 하나의 문법으로 엮는 작가의 ‘피지컬리티(Physicality)’ 선언과 맞닿는다.

〈십년만 부탁합니다〉와 〈도운 브레익스〉는 말/침묵, 빛/어둠, 움직임/정지의 상반된 요소를 장면 구성의 어휘로 삼아, 과거 작업의 잔여(오브제·이미지)를 현재형 사건으로 재구성한다. 특히 퍼레이드 형식은 오브제들을 여섯 개의 챕터로 통과시키며, 텍스트 없이도 질서·시간·관계를 부여하는 ‘이동하는 극장’을 만든다.

〈파이브 스토리 타워〉는 분체도장 철 구조, 아연각, 강선, 블라인드·형광등 등 ‘창고의 재료학’을 노출한 모듈형 랙으로, 층고와 조건에 따라 8가지 배치로 가변 설치된다. 〈러브 유어 디포〉는 전시장 상주 참여자들의 기록·송출을 결합해 ‘공개 저장’과 ‘콘텐츠 순환’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운영한다. 이때 배포는 소비의 반대가 아니라 공유의 갱신이며, 저장은 소유의 반대가 아니라 시간의 연장으로 기능한다.

〈러브 유어 디포_강남 파빌리온〉의 〈턴 디포〉는 3분 주기의 초저속 회전 바닥과 반사 알루미늄 외피로 “지속적 변모”를 시각화하고, 〈언더 디포〉는 전자전환 유리로 전시공간과 스크린 사이를 왕복시키며 비물질적 작업(연기·빛·사운드·영상·퍼포먼스)의 보관/상영 조건을 재설계한다.

《백 개의 카트와 그 위에》의 〈페인팅 플레이트〉(2023)는 좌우 슬라이딩 프레임으로 평면작업의 관람 각도를 다층화하고, 목재로 된 요소들을 금속으로 재주조해 ‘연약한 구조’의 지속가능성을 물질적으로 보강한다.

지형도와 지속성

이주요의 작업을 가로지르는 고유성은 세 축으로 수렴한다. 첫째, 전시 이후의 시간을 연장하는 ‘공개 저장/배포’의 윤리(〈파이브 스토리 타워〉, 〈러브 유어 디포〉, 〈러브 유어 디포_강남 파빌리온〉). 둘째, 이동·임시·공유(카트·랙·파빌리온)를 조형 어휘로 전환해 관객을 증언자이자 공동 보관인으로 위치시키는 장치 설계. 셋째, 제도 내부(미술관 소장·보존 담론)와 도시 공공영역을 횡단하며 작품–공공–제도의 균형을 갱신하려는 태도다. 이러한 방향성은 일찍이 2010년 제3회 양현미술상으로 실험의 설득력을 인정받았고,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수상으로 제도 안팎을 잇는 실천으로 공인되었다.

전개의 궤적도 뚜렷하다. 사적 공간의 생존 기술을 드러낸 〈나이트 스튜디오〉가 2010년대 중반 〈십년만 부탁합니다〉, 〈도운 브레익스〉로 확장되며, 과거 작업의 잔여를 현재형 사건으로 재맥락화하는 서사적·협업적 형식이 정착됐다. 이 과정은 국제 전시 맥락에서도 누적되었는데, 제3회 파리 트리엔날레(2012), 제11회 광주비엔날레(2016)와 같은 국제 미술제 현장에서 이동과 임시성, 협업의 언어가 공론장 속에서 시험되었다. 〈파이브 스토리 타워〉와 〈러브 유어 디포〉는 저장·보관·순환을 작품의 핵심 내용으로 전면화하며 작업의 관심을 ‘작품의 생애주기 설계’로 확장했다.

현재 이주요는 한국 동시대 미술에서 보기 드문 ‘인프라 미학’을 정교하게 구축한 사례로 위치한다. 《백 개의 카트와 그 위에》는 개인적 서사에서 제도 밖 주변부의 돌봄으로 이어지는 확장을 시각화했고, 〈러브 유어 디포_강남 파빌리온〉은 공원이라는 생활 인프라 안에서 공개 저장의 프로토콜을 실험했다. 동시에 미술관 내부 담론에서도 기획전 《가변하는 소장품》(국립현대미술관 서울, 2024) 속 〈파이브 스토리 타워〉의 재전개처럼 ‘공개 저장’의 윤리를 제도 언어로 번역하는 시도가 이어진다.

요컨대 이주요는 전시의 끝을 작품 생의 시작으로 되돌리는 방법을 모색해 온 작가다. 불확정한 존재들과의 연대를 위해 저장·배포·이동의 인프라를 조형 언어로 구축하며, 한국 동시대 미술에서 드물게 ‘제도 갱신’을 실천하는 모델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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