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극단 “심각한 밤을 보내리” - K-ARTIST

유령극단 “심각한 밤을 보내리”

2022
퍼포먼스
About The Work

권병준은 ‘소리’와 ‘로봇’을 중심 테마로 하여 동시대의 감각과 사회를 어떻게 다시 연결할 수 있는가에 질문을 두고 작업을 한다. 
 
권병준 작가의 작업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축으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대규모 야외 공간을 위한 오디오 AR의 고도화—도시 스케일의 입체음향 매핑과 시민 참여형 청취 프로그램의 결합. 둘째, 저예산·저전력 부품으로 구성된 로봇 시어터의 투어링 포맷화—로컬 기술자·공예자와의 협업을 통해 지역 서사를 현지화하는 방식. 셋째, 미술관·극장·공공장소를 잇는 하이브리드 상영 구조—걷기, 멈춤, 기다림을 포함한 ‘감상 동선’의 디자인. 넷째, 교육·아카이브와 연동된 소리 컬렉션—난민, 전쟁, 이주, 재개발 등 사회 이슈의 장기적 청취 기록화다.
 
권병준의 작업은 어떻게 타인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을지, 어떻게 나아가야할 수 있을지에 대한 작가의 고민을 투영한다. 그리고 이때 작가는 기술을 사용함에 있어서 자본주의의 산물로 탄생한 기술의 문법을 거스르며, 우리 사회와 개인을 투영하는 매체로서의 역할을 부각시킨다. 이러한 그의 작업은 타인에 대한 공감과 이해를 가능케 하며 연대의 공동체를 꿈꾸게 한다.

개인전 (요약)

권병준은 2010년 첫 개인전 《모든 것을 가진 작은 하나》 (LIG 아트홀, 서울)을 시작으로 대안공간 루프(서울, 2018), 플랫폼 엘(서울, 2020), 부산시립미술관(부산, 2021)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룹전 (요약)

권병준은 또한 제10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를 비롯해 서울시립미술관(서울), 일민미술관(서울), 히로시마 현대미술관(히로시마, 일본), 아르코미술관(서울) 등 국내외 다수의 기관에서의 단체전에 참여한 바 있다. 

수상 (선정)

권병준은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올해의 작가상 2023”의 최종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Works of Art

"소리" 와 "로봇"

주제와 개념

네덜란드 헤이그 왕립음악원에서 아트 사이언스를 공부하고, 1990년대 초반 뮤지션으로서도 활동한 경력이 있는 권병준은 ‘소리’와 ‘로봇’을 중심 테마로 하여 동시대의 감각과 사회를 어떻게 다시 연결할 수 있는가에 질문을 두고 작업을 한다. 2010년대 초기 작업은 소리를 시각·촉각·공간 감각으로 확장하는 실험이 중심이 된다.

〈이것이 나다〉(2013)에서 그는 자신의 얼굴을 스크린으로 삼아 타인의 이미지로 덮어 씌우며 개별 정체성을 지우는 경험을 제시했고, 〈또 다른 달, 또 다른 생〉(2014)에서는 물·바람·증기·빛·사운드가 맞물린 장(場) 속에서 관객의 감각을 다층적으로 깨운다. 작가의 작품에서 소리는 더 이상 귀로만 듣는 정보가 아니라, 몸과 공간을 통과해 관계를 만드는 매개가 된다.

2017년 이후 작품부터는 ‘이방성’과 ‘연대’의 메시지가 뚜렷해진다. ‘오묘한 진리의 숲’(2017–2019) 시리즈는 관객이 직접 위치 인식 헤드폰을 쓰고 걸으며 예멘 난민의 노래, 교동도의 경계 소리, 다문화가정의 자장가 등을 들으며 ‘소리산책’을 할 수 있게 하는 작품으로, 사회의 주변부를 향한 청취를 실제 동선과 결합시킨다.
개인전 《클럽 골든 플라워》(대안공간 루프, 2018–2019)에서 등장한 외팔 로봇 ‘GF’는 낯선 타자이자 우리 사회의 거울을 상징한다. 로봇들이 서로를 향해 전등 빛을 비출 때 두 그림자가 합쳐져 ‘양팔’이 되는 장면은, 결핍을 연대로 메우는 상징으로 읽힐 수 있다.

이러한 주제의식은 〈싸구려 인조인간의 노랫말 2(로보트 야상곡)〉(2020)과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수상작인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로봇〉(2023)에서 확장된다. 권병준의 로봇은 효용을 위해 설계되지 않는다. 부채춤을 추고(〈부채춤을 추는 나엘〉, 2021), 오체투지나 면벽 수행을 반복하는 로봇은 ‘쓸모’로 가치를 매기는 자본의 문법을 비껴가며, 타자와 함께 사는 감각—머뭇거림, 기다림, 동반—을 환기한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기획전 《도시공명》(2022)에서 선보인 〈청주에서 키이우까지〉(2022)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먼 곳의 비극’을 소리로 현재화한다. 과거의 평화로운 풍경음과 한국의 현장 소음을 겹쳐 들려주며, 망각되기 쉬운 타인의 공포를 관객의 신체 감각으로 이행시킨다. 권병준에게 기술은 스펙터클의 수단이 아니라, 사회적 감수성을 옮기는 번역기다.

형식과 내용

권병준은 하드웨어 엔지니어링(네덜란드 STEIM)과 무대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소리를 둘러싼 장치’를 설계한다. 〈이것이 나다〉에서의 얼굴 프로젝션, 〈또 다른 달, 또 다른 생〉에서의 증기 스크린·공중 스피커·하이브리드 피아노처럼, 하나의 사운드가 다양한 매질을 경유하며 형태를 바꾸는 과정을 드러낸다. 내용은 장치의 사용법에서 나오고, 장치는 다시 관객의 감각 사용법을 바꾼다.

권병준에게 ‘소리산책’은 기술 스펙을 서사로 치환하는 대표 형식이다. ‘오묘한 진리의 숲’ 시리즈는 LPS 기반 위치 인식 헤드폰으로 구역별 소리를 호출했고, 해당 시리즈의 연장선이 되는 최근 작품인 〈청주에서 키이우까지〉는 GPS-RTK와 입체음향 매핑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야외 광장을 ‘오디오 증강현실’로 확장했다. 관객은 화면 대신 이동과 회전, 고개 돌림으로 ‘재생’을 제어하며, 청취 행위 자체가 작품의 핵심 절차가 된다.

로봇이 직접 펼치는 극(퍼포먼스)은 또 다른 축이다. 《클럽 골든 플라워》에서는 삼각대·사다리·손전등 등 일상의 저예산 부품으로 조립된 로봇들이 빛/그림자/동작이 얽히는 물질성으로 무대를 채운다. 〈싸구려 인조인간의 노랫말 2(로보트 야상곡)〉와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로봇〉에서는 조명·음향·기계 동선이 극장 문법으로 정교화되지만, 로봇의 동작은 의도적으로 비효율적이며 허술하게 유지된다. 효율을 거부하는 형식이 곧 권병준 작품의 내용이기도 하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개인전 《네버랜드 사운드랜드: 소리산책》(부산시립미술관 어린이갤러리, 2021)처럼, 동일한 형식을 연령·맥락에 맞게 번역하는 유연함도 눈에 띈다. 편경 음계를 모티프로 한 설치, 입체 음향관, 참여형 작품 〈노래의 손짓〉 등은 전문적 기술을 놀이와 학습의 경험으로 단순화한다. 요컨대 그의 형식은 ‘고도 기술’과 ‘로우테크 물질성’, ‘극장’과 ‘야외 산책’을 오가며, 청취와 관계 맺기를 최종 산출물로 만든다.

지형도와 지속성

권병준은 한국 동시대미술에서 사운드 아트, 로봇 시어터, 장소특정 퍼포먼스를 가로지르는 드문 작가다. 기술을 기능 최적화나 시각적 과시로 쓰지 않고, 청취 행위와 느린 동작, 타자성의 체험을 설계하는 데 투입한다.

‘오묘한 진리의 숲’ 시리즈와 〈청주에서 키이우까지〉는 청취의 사회적 윤리를,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로봇〉을 비롯한 다양한 로봇 퍼포먼스는 연대의 상상력을 각기 다른 문법으로 제시한다. 《올해의 작가상 2023》에서 최종 수상자로 낙점된 것은 이러한 경향의 동시대적 의미를 확인시키고 있다.

권병준 작가의 작업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축으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대규모 야외 공간을 위한 오디오 AR의 고도화—도시 스케일의 입체음향 매핑과 시민 참여형 청취 프로그램의 결합. 둘째, 저예산·저전력 부품으로 구성된 로봇 시어터의 투어링 포맷화—로컬 기술자·공예자와의 협업을 통해 지역 서사를 현지화하는 방식. 셋째, 미술관·극장·공공장소를 잇는 하이브리드 상영 구조—걷기, 멈춤, 기다림을 포함한 ‘감상 동선’의 디자인. 넷째, 교육·아카이브와 연동된 소리 컬렉션—난민, 전쟁, 이주, 재개발 등 사회 이슈의 장기적 청취 기록화다.

점차 확장되고 발전되어 가는 작품 전개의 양상 속에서 공통분모는 ‘효용을 비껴가는 기술’과 ‘관객의 참여로 완성되는 서사’다. 기술의 언어를 인간의 감각과 관계의 언어로 번역하는 태도는 일관된다. 권병준은 기술을 ‘쓰임’의 도구가 아니라 ‘함께 있음’의 매개로 다루는 작가로, 그의 작품이 앞으로도 다양한 비엔날레·페스티벌·도시 프로젝트에서 활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Works of Art

"소리" 와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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