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살인 충청도 - K-ARTIST

좋은 살인 충청도

2008 
About The Work

노순택은 한국의 분단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폭력의 의미를 사진과 글을 통해 추적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노순택은 사회정치적 주제를 다루면서 카메라의 본질과 작동원리, 그리고 사진가로서의 존재 의미를 고민한다. 그의 작품은 현장의 격렬함을 담고 있으면서도 미적 감각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의 인식을 뒤트는 유머감각을 자극하여 공감대를 이끌어낸다.
 
노순택의 사진을 관통하는 주제는 분단 이데올로기가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작가는 한국 사회의 문제를 이념의 대립으로 풀어나가기 보다는 보편적인 인간의 문제로 접근해 오며 관객에게 우리 사회와 그 안에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나 자신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왔다.
 
분단과 국가폭력, 미디어 시스템, 감시와 기록의 관계를 파헤치는 그의 시선은 한국 사회의 내적 구조를 해부하는 동시에, 이미지 생산의 윤리를 묻는다. 이를 통해 그는 한국 현대사진이 보도적 현실 인식에서 예술적 사유로 확장되는 과정에 중요한 전환점을 제시한다.

개인전 (요약)

보도사진 신문기자에서 출발한 노순택는 아트선재센터, 고은사진미술관, 동강사진박물관, 광주시립미술관, 학고재 등 국내 주요 기관과 영국, 스페인, 일본 등 해외 각지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2008년 독일 쿤스트페어라인 슈투트가르트에서 대규모 개인전 “비상국가”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룹전 (요약)

노순택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아뜰리에 에르메스, 캐나다 현대미술관, 가오슝시립미술관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2014년 사진작가 최초로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2009년 독일의 미술전문출판사 하체 칸츠(Hatje Cantz)에서 출간한 사진집으로 ‘올해의 독일사진집’ 은상을 수상했다. 2012년 제11회 동강사진상을 수상했다.

작품소장 (선정)

노순택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대림미술관, 한미사진미술관, 코리아나미술관, 동강사진박물관, 5.18기념재단, F.C 군트라흐 콜렉션(독일) 등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현장의 격렬함과 미적 감각

주제와 개념

노순택의 사진 세계는 한국의 분단체제와 정치현실이 만들어낸 작동과 오작동의 풍경을 탐구하는 데서 출발한다. 초기작 ‘분단의 향기’(2003–2010) 시리즈는 냉전 이후에도 여전히 일상 속에 작동하는 분단 이데올로기의 기이한 현실을 포착한다. 작가는 주한미군 장갑차 여중생 압사 사건, 반전시위, 그리고 미국에 대한 사회적 의존성을 기록하며, 분단이 단순한 정치적 경계가 아니라 인간의 인식 구조에 내재한 체계적 모순임을 드러낸다. 그는 이념적 대립보다 인간적 조건에 주목하며, 사회가 만들어낸 비극적 풍경을 “근사한 장면”으로 소비하는 우리의 시선을 되묻는다.

‘얄읏한 공’(2006) 시리즈에서는 이러한 분단의 현실을 물리적 풍경으로 확장한다. 평택 대추리의 들녘에 설치된 레이돔 구조물은 한반도의 감시 장치이자 ‘미국’이라는 존재의 은유로 등장한다. 노순택은 이 거대한 공을 둘러싼 농민 공동체의 해체 과정을 추적하며, 국가 폭력과 개인의 생존이 교차하는 공간을 드러낸다. 그에게 분단은 고정된 이념이 아니라 끊임없이 작동하며 사람들의 일상을 침투하는 체계적 장치로 제시된다.

이후 ‘붉은 틀’(2005–) 시리즈에서 그는 북한을 바라보는 ‘남한의 시선’을 다층적으로 분석한다. 북한의 매스게임을 담은 〈붉은 틀 I〉에서부터 북한을 재현하는 남한 사회의 시각을 다룬 〈붉은 틀 III〉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너는 나의 거울이며, 나 또한 너의 거울임을 부인하지 않는다”라는 문장으로 양측의 투사 관계를 명시한다. 즉, 그는 타자를 통해 자아를 비추는 분단체제의 거울 구조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며, ‘바라보는 행위’ 자체가 사회적 성찰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제시한다.

‘망각기계’(2008-2012) 시리즈에서는 분단의 기억이 어떻게 망각으로 전이되는지를 탐구한다. 광주민주화운동의 현장을 기록한 이 작업에서 노순택은 훼손된 영정사진, 폐허화된 묘지, 그리고 생존자들의 풍경을 통해 “기억한다는 것”과 “잊는다는 것”의 경계를 묻는다. 작가에게 광주는 분단사의 연장선이며, 사회가 기억을 제도화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불편한 진실’을 삭제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소다.

형식과 내용

노순택의 사진은 철저히 기록의 윤리와 시선의 문제를 다룬다. 그는 보도사진 기자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사진이 현실을 재현하는 방식 자체를 질문한다. ‘좋은, 살인’(2008–2009) 시리즈는 군용물자를 둘러싼 사회적 풍경을 통해 “좋은 기계이지만 살인무기”라는 역설을 시각화한다. 공군의 에어쇼, 무기를 체험하는 아이, 방위산업 전시장의 장면들은 사진이 ‘폭력의 미학’을 어떻게 구성하는지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고발이 아니라, 카메라가 폭력을 재현하고 동시에 은폐하는 구조를 폭로하는 방식이다.

‘무능한 풍경의 젊은 뱀’(2008–2014)은 사진의 작동 방식에 대한 자기 성찰적 탐구로 확장된다. 작가는 시위 현장에서 서로를 찍는 사람들을 촬영하며, 카메라가 증언의 도구이자 공격의 무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무능한 풍경’은 현실적으로 어찌할 수 없는 잔혹한 장면을, ‘젊은 뱀’은 빠르고 교활하게 작동하는 사진의 속성을 가리킨다. 이 시리즈는 사진이 진실을 포착하는 듯하지만, 사실은 맥락을 제거한 표피적 시선만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을 드러내며, 작가의 매체적 자의식을 상징한다.

노순택의 이미지는 현장을 정면으로 마주하기보다는, 상징적 사물(레이돔, 군사 퍼레이드, 공허한 묘역)을 통해 체제의 폭력을 간접적으로 제시한다. 이처럼 그는 직접적 폭로 대신, 질서와 미학 사이의 긴장 속에서 사회적 불안을 시각화하는 전략을 택한다.

그의 사진에서 형식은 단순한 다큐멘테이션이 아니라 서사적 장치로 기능한다. 반복, 병치, 프레이밍의 전환을 통해 그는 현실의 연속된 순간들을 하나의 정지된 풍경으로 응축시킨다. 이로써 노순택의 작업은 보도사진의 현장성과 예술사진의 형식미학이 교차하는 지점에 놓인다. 그의 텍스트 작업 또한 중요한 구성 요소로, 이미지를 둘러싼 언어의 권력과 해석의 층위를 병치하며 사진의 한계를 인식시킨다.

지형도와 지속성

노순택은 2000년대 이후 한국 현대사진의 가장 일관된 정치적 기록자이자, 사진 매체의 윤리를 끊임없이 갱신해온 작가로 평가된다. 초기의 〈분단의 향기〉와 〈붉은 틀〉이 분단의 상징적 풍경을 해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좋은, 살인〉과 〈무능한 풍경의 젊은 뱀〉에서는 시선의 권력과 이미지의 폭력성에 대한 자기 비판적 시선으로 전환한다. 그는 사회적 사건의 중심을 기록하는 동시에, 사진이 그 사건을 어떻게 재생산하고 왜곡하는지를 병렬적으로 드러낸다.

분단과 국가폭력, 미디어 시스템, 감시와 기록의 관계를 파헤치는 그의 시선은 한국 사회의 내적 구조를 해부하는 동시에, 이미지 생산의 윤리를 묻는다. 이를 통해 그는 한국 현대사진이 보도적 현실 인식에서 예술적 사유로 확장되는 과정에 중요한 전환점을 제시했다.

그는 ‘사진’이라는 오래된 장치를 통해, 여전히 작동 중인 권력의 풍경을 해체하며, 한국을 넘어 동시대 세계가 직면한 윤리와 기억의 문제를 형상화함으로써, ‘기록’이 예술로 작동할 수 있는 사회적 가능성을 실험하는 예술가로 자리매김해나가고 있다.

Works of Art

현장의 격렬함과 미적 감각

Exhibi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