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영화 - K-ARTIST

보편영화

2017
About The Work

한국 웹아트의 선구자적인 작가 노재운(b. 1971)은 인터넷을 통해 영화가 복제되고 빠른 속도로 유통되는, 디지털 매체 환경의 변화에 따른 이미지 생산과 수용의 조건에 대해 성찰한다. 작가는 자신만의 웹사이트를 개설하여 인터넷 상에서 부유하는 다양한 이미지들을 수집하고 재편집한 자신의 영화를 웹사이트에 업로드 함으로써 일종의 ‘웹-무비’(web-movie)라는 형식을 구축해 왔다.

노재운은 오늘날 미디어 환경 속 각종 시각 정보들이 우리의 지각체계에 어떻게 영향을 미쳐 왔는지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영화’로서의 웹아트와 ‘인터페이스’로서의 설치 작업들을 선보여 왔다. 작가는 여기에 구체적인 현실의 문제들을 연계시키며, 기존의 시각 정보를 지각하는 방식에 균열을 내어 새롭게 현실을 감각하고 미래를 상상할 수 있도록 한다.

개인전 (요약)

노재운은 2004년 인사미술공간에서의 개인전 《스킨 오브 사우스 코리아》를 시작으로, 《스위스의 검은 황금》 (아트스페이스 풀, 2006), 《목련아 목련아》 (아뜰리에 에르메스, 2011), 《코스믹 조크》 (아트스페이스 풀, 2018) 등의 개인전을 가졌다.

그룹전 (요약)

노재운은 광주비엔날레(2006), 《접점으로서의 미술관》(뉴뮤지엄, 뉴욕, 2008), 제10회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전시(아뜰리에 에르메스, 2009), 《스페이스스터디》(플라토 미술관, 2011), 부산비엔날레(2012), 《노코멘트》(서울대학교미술관, 2013), 미디어시티서울(2014), 《WEB-RETRO》(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2019)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한 바 있다.

작품소장 (선정)

노재운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디지털 환경 속 이미지를 통한 현실에 대한 사유

주제와 개념

노재운은 디지털 환경에서 유통되는 이미지들을 수집·재조합하며, 동시대 시청각 문명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시도해왔다. 초기 작업부터 그는 이미지가 가진 ‘현실 반영’의 기능에 의문을 제기하며, 이미지의 생성·소비·배포 방식에 따라 재구성된 ‘또 다른 현실’의 층위를 탐색해왔다. 이러한 태도는 웹 기반의 영화 플랫폼 〈비말라키넷〉(2001-)을 통해 선보인 일련의 상영작들, 예컨대 〈시퀀스 온 더 넷〉(2000)이나 〈신세계〉(2000)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의 주된 관심은 기존 영화 언어와 이미지 문법의 붕괴를 통한 새로운 인식 방식의 도입이다.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3개의 개방〉(2001)에서는 DMZ와 군사적 상징 이미지, 뉴스 장면들을 조합해 분단 현실의 이면을 재조명하며, 시청각 정보의 권력 구조와 수용자의 위치를 전복하려 했다. 이는 디지털 이미지가 현실을 재현하는 도구가 아니라, 현실을 구성하는 하나의 조건이자 장치임을 암시한다.

이후 작업들에서는 이러한 이미지 인식의 문제를 보다 확장된 철학적 층위로 가져간다. 〈총알을 물어라!〉(2008)와 같은 작업은 영화의 구조를 해체해 이미지와 텍스트, 사운드의 관계를 실험하며, 관객의 감각이 작동하는 틈을 노출시킨다. 아뜰리에 에르메스 개인전 선보였던 〈본생경〉(2011)에서는 불교 경전의 구조를 통해 윤회와 구원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오늘날의 지옥적 현실과 접속시키며, 이미지가 다루는 서사 구조의 재정의를 시도한다.

최근작 〈보편영화 2019〉(2019)는 이미지의 생산과 소비가 스마트기기와 플랫폼을 통해 이루어지는 오늘날의 환경에서, 이미지가 주체의 감각을 어떻게 매개하는지 묻는다. 이미지가 단순한 시각 자극을 넘어 현실을 구조화하는 조건으로 작동함을 전제하며, 그는 이미지 자체가 하나의 인터페이스라는 사유적 개념을 구축해왔다.

형식과 내용

노재운의 작업은 웹아트, 영상, 설치, 텍스트를 아우르며, 형식적으로는 항상 플랫폼의 조건과 기술 환경을 반영해왔다. 그의 대표적인 작업 〈비말라키넷〉(2001-)은 일종의 온라인 극장으로 기능하며, 웹 기반 영화의 형식 가능성을 실험한 선구적 작업이다. HTML과 하이퍼링크를 통한 시퀀스 구조, 불연속적 이미지의 몽타주, 시공간의 해체 등은 웹-영화라는 새로운 매체 형식을 구축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였다.

〈버려진〉(2009)은 형형색색의 도형으로 구성된 인터페이스를 통해 관객이 직접 영상을 선택하고 감상하게 하는 ‘능동적 영화 경험’을 제안하며, 콘텐츠와 인터페이스가 동일한 층위에서 기능하도록 한다. 이는 영화라는 장르가 지니던 선형적 시간성과 감상 구조에 균열을 가하는 시도이며, 기술적 매체와 사용자 경험의 통합에 주목한 결과다.

이후 〈스킨 오브 사우스 코리아〉(2004)에서는 온라인 기반의 디지털 이미지들을 ‘범용 디스플레이 이미지’라는 방식으로 출력·설치하며, 오프라인 공간으로의 확장을 꾀한다. 이는 이미지의 물질성 회복이 아니라, 이미지의 장소성과 형식을 불확정적으로 재설정하는 전략이다. 이때 출력된 이미지들은 전통적인 회화, 사진, 영상 설치와는 다른 혼종적 구조를 가지며, 전시공간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치환한다.

〈보편영화 2019〉(2019)와 같은 작업에서는 오브제, 영상, 관객의 스마트폰까지 매체 범위를 확장하며, 관객의 동선과 촬영 행위까지 작업의 일부로 흡수한다. 이러한 작업들은 이미지, 매체, 공간, 인간 감각이 상호작용하는 총체적 설치 형식으로 진화하며, 더 이상 ‘이미지를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 속을 ‘이동하고 기록’하는 동시적 체험을 제공한다.

지형도와 지속성

노재운은 웹아트의 형식을 통해 ‘이미지-플랫폼-현실’ 간의 관계를 사유해온 한국 미디어 아트의 핵심 작가 중 하나다. 그는 1990년대 말부터 디지털 기술이 개인적 창작과 사회적 상상력에 어떤 구조적 전환을 요구하는지 선구적으로 포착해왔으며, 웹 기반 영화라는 장르 실험, 오프라인 설치로의 확장, 그리고 감각적·사유적 인터페이스 구성이라는 일관된 맥락을 유지하고 있다.

초기에는 웹사이트 자체가 상영관이자 플랫폼이었고, 관객은 마우스 클릭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재편집하는 주체로 설정되었다. 이후 〈총알을 물어라!〉(2008)나 〈본생경〉(2011)에서는 이미지의 서사성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미디어 퍼블리싱 방식이 도입되었으며, 최근 〈보편영화 2019〉(2019)에서는 플랫폼을 현실 공간으로 확장하는 전략이 중심이 되었다. 이는 형식의 확장이자 철학적 사유의 공간화로 볼 수 있다.

그의 작업은 디지털 전환기 이후 동시대 미술이 마주한 ‘감각적 전환의 과제’에 대한 실천적 응답이라 할 수 있다. 한국사회와 미디어 환경, 종교적 서사와 국제 정세 등 구체적 현실과 기술적 이미지 사이의 간극을 탐구하면서, 노재운은 미디어-정치-감각의 접점을 재정의해왔다.

Works of Art

디지털 환경 속 이미지를 통한 현실에 대한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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