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ly and the Fool - K-ARTIST

The Sly and the Fool

2024
캔버스에 유채
181.8 x 227.3 cm


About The Work

윤미류는 보통의 대상을 관찰하고 경험하는 과정에서 가지게 된 정서와 순간의 감각을 바탕으로 작업을 시작한다. 그는 인물을 중심으로 드러나는 여러 단면들을 포착하고 생성하여 그것을 화면에 조직하는 방식에 대해 탐구하고, 이를 통해 낯익은 대상이 환기하는 사적이고 추상적인 감각을 회화적 언어로 표현한다.

그의 인물화는 회화로 번역된 인물들을 매개로 보는 이의 상상 속에서 무한히 확장될 새로운 서사의 불씨를 만들어 내며, 단순히 그림에 재현된 인물의 형상을 보는 것에서 나아가 사적이고 추상적인 경험으로 이끌어 낸다.

개인전 (요약)

윤미류는 2021년 《Not Walking at a Consistent Pace》(Plan C, 전주)를 시작으로, 《B형 비염 귀염》(상업화랑, 서울, 2022), 《Double Weave》(카다로그, 서울, 2022), 《방화광》(SeMA 창고, 서울, 2023), 《Do Wetlands Scare You?》(파운드리 서울, 서울, 2024) 등 개인전을 이어왔다.

그룹전 (요약)

윤미류는 아트플러그 연수(인천), 전북도립미술관(완주)을 비롯해 팔복예술공장(전주), 교보아트스페이스, 뮤지엄헤드, 파이프 갤러리, 공간 일리,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송은,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AOD 뮤지엄(이상 한국), 그리고 L.U.P.O.(밀라노), 콘 갤러리(도쿄)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윤미류는 이팝프렌즈 예술상(2021)을 수상했으며, 전북청년 2022(2022)와 서울시립미술관 신진미술인(2023)에 선정되었다.

레지던시 (선정)

윤미류는 아트플러그 연수(2021, 인천), 팔복예술공장(2022, 전주), 금천예술공장(2023, 서울),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2024,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2026, 고양)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작품소장 (선정)

윤미류의 작품은 정부미술은행, 인천문화재단, 전북도립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찰나의 순간이 가진 추상적 감각

주제와 개념

윤미류의 작업은 현실과 허구, 연출과 우연, 감각과 재현 사이의 긴장을 탐구하는 데서 출발한다. 작가는 특정한 장소와 상황을 설정하고 인물을 배치하는 철저히 연출된 조건을 마련하는 동시에, 그 안에서 발생하는 빛, 온도, 움직임, 순간적인 표정과 같은 예측 불가능한 요소들을 포착한다. 이러한 이중적 구조는 이미지가 단순한 재현을 넘어, 찰나의 감각이 응축된 사건으로 기능하도록 만든다. 즉, 그의 회화는 어떤 장면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감각이 발생하는 조건을 구성하고 이를 시각적으로 번역하는 과정에 가깝다.

이때 인물은 서사의 중심이기보다 회화적 실험을 위한 매개로 작동한다. 윤미류는 실제 인물을 캐스팅하여 허구적 존재를 수행하게 하고, 그들이 자연 환경 속에서 만들어내는 감각적 충돌과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의 층위를 구축한다. 이는 익숙한 대상이 낯설게 인식되는 순간, 즉 현실과 비현실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언캐니(Uncanny)’한 감각과 맞닿아 있다. 작가는 이러한 감각을 통해 대상의 구체성을 해체하고, 개인적이면서도 비가시적인 정서와 분위기를 회화 속에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결과적으로 윤미류의 작업은 구체적인 인물과 상황에서 출발하지만, 그 재현을 넘어서는 독립적인 이미지의 생성으로 나아간다. 그는 디지털 이미지와 회화 사이를 오가며, 감각이 형상으로 변환되는 과정을 탐구하고, 현실의 일부를 차용하면서도 그것을 다른 차원의 존재 방식으로 전환한다. 이러한 실천은 동시대 시각문화 속에서 회화가 수행할 수 있는 새로운 역할—즉, 감각적 경험을 조직하고 재구성하는 장치로서의 회화—를 제안한다.

형식과 내용

윤미류의 작업은 사진과 회화를 가로지르는 매체적 전환 과정 속에서 형식과 내용을 함께 구축한다. 작가는 아이폰의 ‘라이브 포토(Live Photo)’ 기능을 활용해 특정 장면을 촬영하고, 그 안에 포함된 미세한 움직임과 시간의 흐름을 회화로 옮긴다. 이때 회화는 단일한 순간을 고정하는 것이 아니라, 연속된 프레임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과 지연된 시간을 압축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사진에서 포착되지 않는 감각의 여분, 즉 움직임의 흔적과 잔여 시간은 붓질과 색채를 통해 다시 조직되며, 화면 위에 새로운 리듬과 긴장을 형성한다.

그의 회화는 인물, 물, 빛, 식물 등 다양한 요소들이 뒤섞인 환경 속에서 구성되며, 특히 물과 늪과 같은 유동적인 공간이 중요한 배경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환경은 인물의 몸과 긴밀하게 맞닿으며, 경계를 흐리는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낸다. 작가는 두터운 붓질과 빠른 제스처, 점성과 밀도를 지닌 색채를 통해 물결, 반사, 흐름과 같은 감각을 물질적으로 구현한다. 이 과정에서 인물은 완결된 형태로 제시되기보다 일부가 잘리거나 중첩되고, 때로는 서로 다른 순간이 하나의 화면 안에 병치되며 파편화된 상태로 나타난다. 이는 회화가 더 이상 안정된 재현의 틀이 아니라, 감각과 사건이 교차하는 장이라는 점을 드러낸다.

또한 윤미류의 작업은 연출된 장면과 즉흥적인 반응이 공존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작가는 인물에게 특정한 역할과 상황을 제시하지만, 그 안에서 발생하는 자율적인 움직임과 감정을 그대로 수용한다. 이러한 태도는 영화적 연출과 다큐멘터리적 포착이 결합된 형태로 나타나며, 회화는 그 사이에서 생성된 이미지들을 재구성하는 매체로 작동한다. 결과적으로 그의 작업은 서사적 완결성을 지향하기보다는, 이미지 간의 관계와 감각적 단서들을 통해 관람자가 스스로 장면을 연결하고 해석하도록 유도하는 열린 구조를 형성한다.

지형도와 지속성

윤미류의 작업은 특정한 장소와 환경을 중심으로 축적되며, 반복적으로 호출되는 장면과 설정을 통해 하나의 지형도를 형성한다. 초기 작업에서부터 등장하는 작업실, 자연 환경, 그리고 최근의 늪과 같은 공간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 사건이 발생하는 조건이자 감각이 생성되는 장으로 기능한다. 이러한 장소들은 서로 다른 작품 속에서 변주되며 반복되고, 각기 다른 시간과 빛, 기후 속에서 다시 구성되면서 하나의 느슨한 서사적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이는 개별 작품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면서도, 동시에 서로를 참조하고 확장하는 구조를 만들어낸다.

특히 최근 작업에서 두드러지는 늪이라는 환경은 생명과 죽음, 현실과 비현실, 의식과 무의식이 교차하는 경계적 공간으로서 작가의 관심을 집약한다. 늪은 고정된 형태를 갖지 않는 유동적인 장소이자, 끊임없이 변하는 감각의 층위가 축적되는 공간이다. 작가는 이러한 환경 속에서 인물과 비인물, 인간과 타자,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흐리며, 서로 다른 존재 방식이 공존하는 조건을 실험한다. 이처럼 특정 환경을 중심으로 한 반복과 변주는 작업 전반에 일관된 문제의식을 부여하는 동시에, 새로운 형식적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생성하는 동력이 된다.

또한 윤미류의 작업은 디지털 이미지와 회화 사이를 오가는 방식 자체에서 지속성을 확보한다. 라이브 포토를 기반으로 한 이미지 수집과 회화로의 전환은 단순한 기술적 방법이 아니라, 시간과 감각을 다루는 작가의 태도를 드러내는 핵심적인 구조이다. 이러한 방법론은 매 작업마다 다른 장면과 인물을 다루면서도 일관된 프로세스를 유지하게 하며, 결과적으로 그의 작업이 하나의 세계관 혹은 ‘유니버스’로 확장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반복되는 실험과 변형 속에서 윤미류의 회화는 점차 감각적 경험을 조직하는 독자적인 체계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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