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덕 아래 둔덕 - K-ARTIST

둔덕 아래 둔덕

2013
종이에 장미, 아크릴, 아교
150 x 360 cm
About The Work

박세진은 우리 주변의 평범한 풍경을 세심한 시각으로 바라보며 화폭에 담아 왔다. 그의 풍경화는 눈에 보이는 세계의 물리적 표면 그 너머를 담고 있다. 작가는 지나온 과거와 기억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데에서 출발하여, 쉽게 지나치던 것들 또는 눈으로 볼 수 없는 다양한 풍경의 이면을 표현해 왔다.
 
박세진의 풍경화는 그 안에 살고 존재하는 것들의 이야기이며, 박세진이 세상을 대하고 스스로 인식하는 방법이다. 박세진은 보이는 세상 이면에 그 안의 이름 모를 존재들이 놓고 간 삶의 흔적들을 그의 풍경 속에서 드러내 왔다. 이러한 흔적들을 직접적으로, 혹은 아주 은밀하게 작은 단서만을 남겨 놓으며 우리의 삶이 그림 밖 누군가와 끊임없이 이어져 있음을 보여준다.

개인전 (요약)

박세진은 누크갤러리(2018, 서울), 두산갤러리 뉴욕(2012, 뉴욕, 미국), 아라리오 갤러리(2007, 천안, 한국),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2006, 서울)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그룹전 (요약)

또한 박세진은 카스텔로 디 리볼리 현대미술관(2005, 토리노,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2005, 베니스, 이탈리아), 삼성미술관(2003, 서울, 한국), 이스트링크 갤러리(2003, 상하이, 중국), 네덜란드 미디어아트 인스티튜트(2003, 암스텔담, 네덜란드), 대안공간 풀(2000, 서울, 한국), 예술의전당(1999, 서울, 한국)등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레지던시 (선정)

박세진은 두산레지던시 뉴욕(2013), 토지문화관 예술인 창작실(2019)에 레지던시 작가로 입주한 바 있다.

Works of Art

눈으로 볼 수 없는 다양한 풍경의 이면

주제와 개념

박세진의 회화는 ‘경계의 바깥 풍경’, 즉 눈에 보이는 세계의 물리적 표면을 넘어서는 풍경을 탐구해왔다. 작가는 ‘실경(實景)’을 출발점으로 하되, 보이는 풍경을 넘어 경험·기억·의식의 층위를 한 화면에 공존시키는 방식으로 풍경 개념을 확장해 왔다. 초기작 〈풍경 1993-2002〉(2002)은 1993년 판문점 견학의 기억에서 출발해 ‘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마주하며 느낀 닿을 수 없는 세계에 대한 상상을 회화로 옮긴 작품이다. 이때부터 작가의 풍경은 단순한 장소의 재현이 아니라, 기억과 상상, 감각의 교차로서의 풍경이 되었다.

‘망토’(2000-2007) 연작과 〈밤〉(2005)에서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에 대한 사유가 한층 명확해진다. 밤의 어둠 속에서 감각이 변형되는 순간, 경계는 물질적으로 사라지고 감정과 의식이 풍경의 일부로 침투한다. 작가가 말한 “밤은 고유한 색이 없으며, 그것은 보는 이가 선택한 경계의 해석”이라는 언급은 그의 세계관을 압축한다.

2007년 개인전 《Golden Age》(아라리오 갤러리, 천안)는 작가의 주제의식이 집약된 전시였다. 여기서 ‘골든 에이지’는 삶의 전성기가 아니라, 모든 존재가 구별 없이 연결된 연속적 세계를 뜻한다. 근경과 원경, 현실과 상상이 하나로 이어지는 이 세계는 작가가 오랜 시간 현실의 풍경을 관찰하며 얻은 통합적 인식의 결과이다.
2010년대 이후에는 삶의 흔적이 남긴 풍경으로 주제가 확장되었다. 〈달려라, 달려!〉(2012)와 〈벽〉(2018), 〈나의 네 그루〉(2018)에서는 일상의 공간—옹벽, 언덕, 나무—이 서로를 반사하고 흔적으로 이어지는 장면으로 등장한다. 이는 외부 풍경을 통해 존재의 관계성을 탐색하는 작가의 지속된 태도를 보여준다.

형식과 내용

박세진은 매체의 물성을 회화의 내용과 긴밀히 연결시키는 작가다. 유화, 아크릴, 천, 종이, 아교 심지어 체리·장미즙 같은 자연 재료를 활용하는 그의 방식은 색과 질감의 생명력을 되살리는 실험으로 읽힌다. 〈달려라, 달려!〉는 체리즙과 아교를 섞어 만든 물감을 종이에 스며들게 함으로써, 자연이 가진 유기적 색채를 풍경의 호흡으로 전환한다.

화면 구성에서도 근경과 원경의 연속성이 중요한 구조를 이룬다. 〈오래된 아침〉(2007)이나 〈Crying Soldier〉(2007)에서처럼, 세밀하게 묘사된 전경과 희미하게 녹아드는 배경은 서로의 존재를 비추며 경계를 지운다. 이러한 ‘겹침의 회화’는 물질적 표면 위에 시간의 흔적을 중첩시키는 시도로, 작가가 말한 “시간의 부재가 남긴 흔적”을 시각화한다.

〈밤〉과 같은 작업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마티에르와 붓터치의 물질성이다. 윤곽이 사라지고 붓질의 결이 전면화되며, 빛의 조건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표면이 형성된다. 이는 어둠 속 감각의 불확실성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장치다. 반면 〈벽〉과 같은 후기 작업에서는 콘크리트 벽의 얼룩, 곰팡이, 빗물 자국이 자연의 회화적 표면으로 재해석된다.

작가의 작업은 2000년대부터 한국의 하늘·돌·산 등 지역적 자연의 색과 질감에 대한 집요한 관찰이 두드러지고, 2010년대부터는 기억-의식-감정의 공명이 강화되며 ‘보이는 풍경’에서 ‘보이지 않는 관계’로 이행한다. 판문점의 기억(〈풍경 1993-2002〉)이 닿을 수 없는 타자의 세계를 상상하게 했다면, 최근의 언덕길 시리즈는 자신과 타자의 삶이 반사되어 이어지는 풍경을 그린다. 박세진의 풍경은 결국 외부의 기록이 아니라 내면의 감각이 투사된 풍경, 즉 감정의 지형으로서의 회화이다.

지형도와 지속성

박세진은 한국 풍경화의 범주 안에서 실경 기반—기억·의식의 층위화—시간의 연속성을 일관되게 탐구하며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작가로 평가된다. 그의 풍경화는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작가 내면의 감성적 층위를 층위를 회화적 언어로 전환한 실경 회화의 확장이라 할 수 있다. 초기의 사실적 관찰에서 출발해, 기억의 해상도와 감정의 층위를 병치하고, 물질과 감각의 교차를 통해 풍경의 존재론적 의미를 탐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의 독창성은 실경에 대한 집요한 관찰과 ‘스며듦’이라는 회화적 태도에 있다. 이는 전시 《Golden Age》 이후의 작업에서 지속적으로 발전해온 축으로, 종이와 캔버스, 빛과 어둠, 근경과 원경이 서로를 흡수하고 넘나드는 연속적 풍경의 언어를 구축했다.

현재 박세진의 작품은 동시대 한국미술에서 감각과 시간, 기억의 층위를 통합하는 회화적 리얼리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 2018년 누크갤러리 개인전, 2022년 스페이스 이수 2인전 등으로 이어진 최근 행보는 풍경의 시각적 차원을 넘어 감각적·정신적 층위로의 확장을 보여준다.

실경을 기반으로 하되, 자연과 인간, 감각과 기억이 교차하는 풍경을 그리는 그의 회화는 보편적 정서와 동시대적 감각을 함께 품은 언어로서, 앞으로도 한국적 회화의 지형에서 독자적인 위치를 지속적으로 점할 것으로 기대된다.

Works of Art

눈으로 볼 수 없는 다양한 풍경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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