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age #1_Gobi - K-ARTIST

Mirage #1_Gobi

2009
About The Work

이명호는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현실을 드러내고 환기하거나 비현실을 만들어내는 등 이미지의 재현과 재연이라는 예술에 대한 심오한 탐구로서의 작업을 이어 왔다. 이를 위해 이명호는 ‘사진-행위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며 사진 예술에 대한 담론과 더불어 색다른 예술적 경험을 이끌어 내고 있다.
 
이명호는 세상의 한 구석을 들추고 환기하는 일이 예술의 본질일 것이라 말한다. 그의 10여 년간의 ‘사진-행위 프로젝트’는 현실을 드러내거나 비현실을 만들어내고, 또는 그 너머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오면서 사진 매체를 통한 예술의 역할을 수행해 온 일련의 과정들을 담고 있다.
 
그리고 시적이면서도 철학적인 그의 사진 이미지는 현실을 낯설게 만들어 익숙한 일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끔 환기시킨다.

개인전 (요약)

이명호는 요시밀로갤러리(뉴욕, 2009/2017), 성곡미술관(서울, 2010), 갤러리현대(서울, 2013/2018), 사비나미술관(서울, 2017) 등 국내외 주요 기관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그룹전 (요약)

또한 이명호는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2020), 장폴게티미술관(2019), 쿤스트 하우스 빈(2017), 국립빅토리아갤러리(2017), 서울시립미술관(2016) 등에서 단체전에 참여한 바 있다. 

수상 (선정)

이명호는 사진비평상(사진비평상위원회, 2006), 내일의 작가상(성곡미술관, 2009) 등을 수상했다.

레지던시 (선정)

이명호는 테이크아웃 드로잉 레지던시(서울, 2013), LIG 레지던시(뉴욕, 2014)에 입주한 바 있다.

작품소장 (선정)

이명호의 작품은 프랑스국립도서관을 비롯하여, 장폴게티미술관, 암스테르담사진미술관, 국립빅토리아갤러리, 살타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 국내외 유수의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이미지의 재현과 재연

주제와 개념

이명호의 작업은 ‘사진-행위(Photo-Act)’라는 개념을 통해 예술 행위의 본질을 탐구한다. 그는 사진을 단순한 재현의 도구가 아니라, 현실을 새롭게 인식하게 하는 철학적 실험의 장으로 확장해왔다. 2004년 시작된 ‘사진-행위 프로젝트’는 자연과 인간, 실재와 허구, 드러냄과 감춤의 경계에 대한 그의 근본적 사유를 담고 있다. 작가에게 사진은 이미지를 생산하는 기술이 아니라, 존재를 환기하는 행위 그 자체다.

초기 대표작 ‘나무’(2004–) 시리즈는 자연 속 나무 뒤에 하얀 캔버스를 세우는 단순한 행위를 통해 자연물의 존재를 분리시키며, ‘드러냄’이라는 예술 행위를 시각화한다. 이러한 연출은 자연을 낯설게 만들어 관객으로 하여금 보편적인 풍경을 새롭게 인식하게 한다. 이후 ‘신기루(Mirage)’(2009–2011) 시리즈에서는 ‘드러냄’을 넘어 ‘재연(reenactment)’의 개념을 탐구하며, 현실의 한 단면을 또 다른 현실로 치환하는 방식으로 예술의 환영성과 허구성을 드러냈다.

‘유산(Heritage)’(2015–) 시리즈에 이르러 작가의 관심은 자연에서 인공물로 확장된다. 〈유산 #3_서장대〉(2015)는 문화유산의 건축적 아름다움과 역사적 의미를 하얀 캔버스 뒤에 드러내며, 사진이 시간과 공간의 기억을 담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후 ‘Nothing, But’(2018) 시리즈에서는 ‘드러냄’의 주체조차 비워낸 채, 존재의 가능성만을 남긴다. 캔버스는 더 이상 대상을 비추는 장치가 아니라, 비움과 잠재의 은유가 된다.

이러한 일련의 시도는 작가가 예술을 ‘세상의 한 구석을 들추고 환기하는 행위’로 정의하는 태도와 맞닿는다. 이명호에게 ‘사진-행위’란 이미지를 재현하는 일이 아니라, 존재와 인식의 관계를 새롭게 재조정하는 수행적 과정이다. 그는 사라짐과 드러남, 실체와 흔적의 경계를 오가며 예술이 세계를 드러내는 방식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형식과 내용

이명호의 형식적 접근은 설치와 사진의 결합, 즉 ‘사진을 위한 설치’라는 독특한 구조로부터 출발한다. ‘나무’ 시리즈에서 하얀 캔버스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현실을 재편성하는 조형 장치로 작동하며, 풍경을 평면화하는 동시에 회화적 시각성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사진은 피사체의 물리적 형태를 바꾸지 않지만, 설치라는 ‘행위’를 통해 자연을 하나의 개념적 이미지로 전환시킨다.

‘신기루’ 시리즈는 이러한 형식을 극단으로 밀어붙인다. 사막 한가운데 펼쳐진 거대한 천은 실제 풍경 속에 또 하나의 허구를 생성하며, 실재와 환영의 층위를 교차시킨다. 이는 사진을 현실의 복제물이 아니라, 현실을 다시 쓰는 매개로 확장하는 시도라 할 수 있다. 반면 ‘9 Minutes' Layers’(2018) 시리즈에서는 디지털 프로세스를 통해 빛의 축적과 소멸을 시각화한다. 포토샵에서 RGB 색상을 중첩시켜 모든 형상을 사라지게 만드는 과정은, 사진의 본질이 ‘빛의 기록’임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2020년 창원조각비엔날레에서 선보인 작품 〈나무 그리고 색_창원 #1〉에서는 캔버스를 철판과 홀로그램 페인트로 대체하며 설치와 빛의 상호작용을 실험했다. 이는 사진적 사고가 조각과 공간 설치로 확장된 사례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자연과 관객의 움직임이 함께 작품을 완성한다. 같은 해의 ‘[드러내다]/[drənæna]’ 시리즈는 물리적으로 이미지를 ‘긁어내는’ 과정 자체를 예술 행위로 전환시킨다. 이는 드러냄과 사라짐이라는 개념적 쌍을 물질적 제스처로 구체화한 작업이다.

이처럼 그의 작업은 설치, 사진, 디지털, 조형의 경계를 넘나들며 형식적으로 진화해왔다. 하얀 캔버스는 회화의 기호에서 출발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개념적 장치, 물질적 매개, 혹은 존재의 은유로 변주된다. 그 안에서 사진은 단순히 ‘찍는 행위’가 아닌, ‘보는 행위’의 확장으로 기능한다.

지형도와 지속성

이명호는 ‘사진-행위’라는 개념을 통해 한국 현대사진에서 독자적인 위치를 점한다. 그는 사진이 기록이나 재현의 수단이라는 통념에서 벗어나, 행위와 설치, 개념을 통합한 수행적 사진의 지평을 열었다. 특히 자연과 인공, 존재와 부재, 재현과 소멸이라는 양극적 개념을 반복적으로 교차시키며 사진 매체의 본질을 재정의했다.

그의 작업은 〈나무〉, 〈신기루〉, 〈유산〉, 〈Nothing But〉, 〈9 Minutes' Layers〉, 〈[drənæna]〉 등으로 이어지며 개념적으로 점층적 발전을 이룬다. 초기에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시각화했다면, 이후에는 문화유산과 시간, 존재의 본질에 관한 사유로 확장되었다. 또한 〈나무 그리고 색_창원 #1〉 같은 설치적 실험을 통해 매체 경계를 허물며, 사진을 넘어선 조형적 차원을 탐색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장 폴 게티 미술관, 국립빅토리아갤러리 등 세계 주요 기관에 소장된 그의 작품은, 한국적 자연관과 보편적 철학성이 결합된 독창적 시각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하얀 캔버스’라는 단일한 장치를 통해 예술의 기원적 질문 ― “무엇을 드러낼 것인가” ― 에 대한 끝없는 탐구를 지속하고 있다.

향후 그의 작업은 사진 매체의 물질성과 철학적 사유를 결합하는 방향으로 더욱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존재와 비존재, 이미지와 행위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의 예술은, 한국을 넘어 세계 동시대 예술 담론 속에서 ‘사진 이후의 사진’이라는 새로운 장을 열어가고 있다.

Works of Art

이미지의 재현과 재연

Exhibi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