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 K-ARTIST

Untitled

2024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56 x 42 cm
About The Work

정희승은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대상의 본질과 이미지의 관계, 그리고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간극을 포착하고자 지속적으로 탐구해 왔다.
 
나아가 그는 대상을 이미지화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한계와 가능성을 모색해 왔다. 일상 사물과 신체, 공간을 다루며 사진 매체의 즉물성을 극대화하는 한편, 텍스트를 활용해 이미지와 언어라는 불완전한 소통 수단 사이의 관계를 조명한다.
 
또한 작가는 사진이라는 매체에 대한 한계와 가능성을 실험해 오며 ‘바라본다’는 시각적 행위를 소통의 경험으로 확장시켜 왔다. 정희승은 사진 이미지를 제작하는 데에서 나아가 이미지들을 전시에 따라 새롭게 배열하고 텍스트 또는 음악과 조합하는 등의 다양한 변주를 통해 이미지 속 대상을 명확하게 규정할 수 없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상태로 만든다.

개인전 (요약)

정희승이 개최한 개인전으로로는 《윌더(Wilder)》(갤러리바톤, 2025), 《멀리서 너무 가깝게(Faraway, so close)》(고은 깁슨 사진미술관, 2025), 《Copier》(신도문화공간, 2020), 《Rose is a Rose is a Rose》(페리지 갤러리, 2016), 《정희승》(PKM 갤러리, 2014), 《부적절한 은유들》(아트선재센터, 2013), 《Still Life》(두산갤러리, 뉴욕, 2012)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정희승은 《문지방(Threshold)》(챕터투, 2025), 《마니에라》(두산갤러리, 2023), 《브릴리언트 컷》(갤러리바톤, 2023), 《The Images》(하이트컬렉션, 2023), 《나를 만나는 계절》(대구미술관, 2022), 《수퍼 파인: 가벼운 사진술》(일민미술관, 2021), 《컬렉션_오픈 해킹 채굴》(서울시립미술관, 2021), 《올해의 작가상 2020》(국립현대미술관, 2020), 《제12회 광주비엔날레 : 상상된 경계들》(광주, 2018) 등의 단체전에 참여한 바 있다.

수상 (선정)

정희승은 제11회 다음작가상(2012), 송은미술대상 우수상(2011) 등을 수상하며 한국 현대사진계를 이끄는 주요 작가로서 입지를 굳혀왔고, 2020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최종후보로 선정되었다.

작품소장 (선정)

정희승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 미술관, 대구미술관,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런던 예술대학교(University of the Arts London) 등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대상의 본질과 이미지의 관계

주제와 개념

정희승의 초기 작업은 대상과 이미지 사이의 간극, 즉 ‘보이는 것’과 ‘드러나지 않는 것’의 차이를 포착하는 데서 출발한다. 첫 개인전 《페르소나》(갤러리 와, 2008)의 ‘페르소나’(2007) 시리즈에서 그는 배우의 얼굴을 반복적으로 촬영하며 ‘마스크(Mask)’와 ‘얼굴(Face)’의 관계를 파고든다. 이 시기 작업은 사회적 가면과 내면의 표정 사이에 존재하는 감정의 미세한 떨림을 어떻게 이미지로 옮길 수 있는가를 실험한 것으로, 사진이 포착할 수 없는 것—감정, 심리, 이면성—에 대한 관심이 점차 선명하게 드러난다.

‘Still Life’(2009–2013) 연작에서는 일상 사물에 대한 장기적 관찰과 반복 촬영을 통해 대상의 본래 의미가 벗겨지고 이미지가 독자적인 존재로 전환되는 과정을 탐구했다. 이는 대상의 기능·상징·의도가 사라질 때 비로소 이미지가 스스로 존재한다는 그의 인식을 보여준다.

2010년대 이후에는 이러한 이미지의 잠재성이 장소와 시간의 층위로 확장된다. 아트선재센터 개인전 《부적절한 은유들》(2013)은 사진 매체가 본질적으로 지닌 불완전성과 재현의 한계를 정면으로 마주하며, 의도와 은유가 제거된 이미지의 상태를 탐구한다. 이어 《제12회 광주비엔날레》(2018)에 출품한 〈기억은 뒷면과 앞면을 가지고 있다〉(2018)에서는 역사적 장소가 지닌 시간의 단절, 공기, 흔적이라는 비가시적 요소를 통해 ‘기억’과 ‘현재’의 간극을 이미지로 시각화한다.

최근 작업에서는 자연, 존재, 감각의 층위로 확장된다. 《윌더(Wilder)》(갤러리바톤, 2025)의 ‘Wilder’와 ‘멀리서, 너무 가깝게’ 시리즈, 그리고 Landless는 ‘사진은 생각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전면화하며, 자연의 우발성·불확정성·예측 불가능성을 이미지로 사고하려는 시도다. 여기서 작가는 인간 주체와 대상 사이의 위계를 지우고, ‘길을 잃는 경험’을 통해 사진을 감각·사유·몰입의 장으로 확장한다.

형식과 내용

정희승의 형식적 실험은 사진의 본질적 성격—기계적 기록, 즉물성, 반복성—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다. ‘페르소나’ 연작에서는 배우의 모놀로그를 기계적으로 촬영하는 방식이 반복적 기록을 통해 우연적 표정을 포착하게 했고, 〈Reading〉(2010)에서는 텍스트와 이미지의 간극을 드러내며 언어와 감정의 상호작용을 이미지로 번역했다.

‘Still Life’ 연작에서는 최소 2주 이상 동일한 사물을 관찰하고 촬영하는 방식으로 즉흥성과 기계적 반복을 결합한다. 이 과정에서 사물은 ‘사물성’을 잃고 낯선 이미지로 변형되며, 작가는 의도가 제거된 상태의 이미지가 어떻게 독립적으로 존재하게 되는지를 관찰한다. 이러한 형식은 이후 《부적절한 은유들》로 이어져, 의미·은유·기호가 작동하지 않는 사진의 ‘비-언어적 상태’를 실험하는 작업으로 발전한다.

2018년 광주비엔날레에서는 형식적 실험이 장소 특정성(site-specificity) 과 결합한다. 〈기억은 뒷면과 앞면을 가지고 있다〉는 좁고 긴 세로 포맷, 내부/외부의 충돌, 폐허 공간의 벽·틈·빛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사진이 시간의 층위를 담아내는 방식을 확장한다. 이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장소의 공기·정서·역사적 잔향이 작동하는 이미지의 새로운 형식적 접근이었다.

2020년 《올해의 작가상》(MMCA)에서 선보인 대표작품 〈침몰하는 배에서 함께 추는 춤〉(2020)과 〈알콜중독자와 천사들을 위한 시〉(2020)에서는 사진·텍스트·음악을 결합한 시퀀스 기반 설치 형식으로 확장된다. 작가는 이미지의 배열·공간 동선·음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관람자가 ‘사진을 읽는’ 방식이 아니라 ‘경험하는’ 방식을 구축한다.

최근 갤러리바톤 개인전 《Wilder》(2025)의 ‘Wilder’와 ‘멀리서, 너무 가깝게’에서는 형식적 실험이 자연·환경적 요소와 결합해 더욱 확장된다. 2m 이상의 대형 인화본을 두 개의 패널로 나누고, 그 사이에 균일한 1cm의 틈을 만드는 방식은 사진의 상징성과 현실의 차이를 시각적으로 환기하는 장치다. ‘멀리서, 너무 가깝게’는 시간·기후·환경의 우연성을 그대로 수용하며 스튜디오 촬영의 통제를 벗어난다.

영상작업 Landless는 사진과 영상의 하이브리드 지점에서 존재의 움직임을 느린 호흡의 이미지로 담아내며, 사진이 움직임·시간·음악과 호응하는 방식으로 확장된 형식을 보여준다.

지형도와 지속성

정희승은 동시대 한국 사진에서 대상과 이미지 사이의 틈, 그리고 사진이라는 매체가 지닌 한계와 가능성을 일관되게 탐구해왔다. 그의 작업은 재현적 사진의 전형에서 벗어나, 감각·시간·언어·장소의 층위로 확장되며 한국 현대사진의 중요한 전환을 이끌었다. ‘페르소나’와 〈Reading〉이 보여준 인물·감정의 미세한 층위, ‘Still Life’와 《부적절한 은유들》의 작업이 보여준 사물·사유의 확장, 〈기억은 뒷면과 앞면을 가지고 있다〉의 장소·역사의 층위는 모두 ‘사진으로 사고하기’라는 작가의 일관된 문제의식을 뒷받침한다.

또한 그는 사진을 고정된 이미지 단위가 아니라, 배치·조합·시퀀스·공간적 체험으로 구성되는 하나의 언어 체계로 다루는 방식에서 독창적 위치를 갖는다. MMCA의 《올해의 작가상》(2020)에서 표현한 사진·텍스트·음악의 연결, 《Wilder》에서의 대형 패널 분할·틈·우연성 수용은 그가 ‘이미지를 배열하고 조합하는 작가’라는 점을 더욱 강화한다.

작가의 작업 세계는 점차 자연·환경·존재의 층위로 넓어지고 있으며, 이미지가 단일한 의미를 지시하는 대신 영원히 변화하는 존재들의 집합체임을 인식하도록 만든다. 이는 동시대 이미지 문화 속에서 사진이 단순한 기록을 넘어 감각적·철학적 체험의 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시도다.

향후 정희승의 작품은 ‘사진의 사유성’이라는 독자적 요소를 기반으로 더 넓은 확장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장소 특정적 프로젝트,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한 우발성 실험, 사진·영상·텍스트의 하이브리드 방식, 특히 ‘Wilder’ 등의 최근 작업은 자연·감각·사유의 결합을 통해 동시대 사진을 재정의하고, 작가가 지속적으로 던져온 질문—“사진은 생각할 수 있는가?”—는 세계 무대에서도 유효한 담론으로 자리할 것으로 기대된다.

Works of Art

대상의 본질과 이미지의 관계

Exhibitions

Activit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