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의 새밤 09 - K-ARTIST

공원의 새밤 09

2020
리넨에 유채
91 x 116 cm
About The Work

박진아는 우리의 일상 속 수많은 찰나의 순간들을 사진으로 포착하고 회화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전시를 준비하는 미술관의 모습, 공항에서의 낯선 사람들의 모습, 촬영장의 백스테이지 등 무언가 일어나고 있는 일상적인 장소들에 주목한다. 박진아의 작업은 일상 속에서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우연한 찰나의 순간들을 스냅사진으로 기록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에게 사진의 기능은 눈으로는 놓쳤을 우연한 순간들의 장면을 붙잡고 ‘전환의 상태’에 놓인 이미지를 기록하는 데에 그친다.
 
박진아는 ‘회화는 이미지이자 물질’이라 규정하며, 회화의 고유한 물질성에 집중해 왔다. 사진으로 기록된 우연의 찰나들은 이후 회화라는 물질을 통해 오랜 시간에 걸쳐 화면 위에 겹겹이 쌓아 올려지게 되고, 이로써 새로운 시간성과 물질성을 입게 된다.

개인전 (요약)

박진아가 참여한 주요 개인전으로는 “휴먼라이트”(국제갤러리 부산점, 2021), “사람들이 조명 아래 모여 있다”(합정지구, 2018), “네온 그레이 터미널”(하이트컬렉션, 2014), “스냅라이프”(성곡미술관, 2010)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박진아는 성곡미술관(2024), 부산시립미술관(2023), 서울대학교미술관(2023), 대구미술관(2022), 인천아트플랫폼(2021), 뮤지엄 산(2020), SeMA 창고(2019), 삼성미술관 플라토(2015), 뒤셀도르프 플란디 갤러리(plan.d. produzentengalerie e.V.)(2015), 국립현대미술관(2015), 아르코미술관(2014), 광주비엔날레(2008) 등 국내외 유수 기관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수상 (선정)

박진아는 2010년에는 에르메스 재단이 후원하는 에르메스 미술상 최종후보로 선정된 바 있다. 

작품소장 (선정)

작가의 작품은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대구미술관, 금호미술관 등 다수의 주요 기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찰나의 일상적 파편들

주제와 개념

박진아는 비연출된 일상의 찰나를 포착해 회화로 재구성함으로써, 보통의 순간이 가진 잠재적 의미를 탐구한다. 그의 작업은 작가 주변에서 포착한 스냅사진이나 파운드 이미지를 바탕으로 하며, 이러한 일상의 파편들을 회화적 이야기로 치환하는 과정에서 감정의 여운과 장면의 서정을 포착한다. 〈안부를 전하며〉(2002), 〈정원〉(2005) 등의 작업은 익숙한 공간과 관계의 순간을 조용히 응시하는 태도를 반영한다.

작가의 시선은 점차 개인의 일상에서 공공의 공간으로 확장되며, 익명의 타인들과 그들이 존재하는 장소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초기작 ‘문탠 04’(2007-) 연작이나 ‘로모그래피’(2004–2007) 연작은 공원 산책, 스냅 촬영 등 평범한 순간들을 회화로 옮기되, 인공광의 극적인 조명 효과를 활용해 현실의 재현을 탈피하고 회화적 감수성으로 전환한다. 이러한 시도는 일상과 비일상, 우연과 계획 사이의 틈새를 시각화하려는 작가의 철학을 반영한다.

2010년대 이후 박진아는 미술관, 공항, 촬영 현장 등 노동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에 주목한다. 〈크루〉(2015), 〈여름 촬영〉(2015) 등은 영화나 공연 리허설 현장의 인물들을 거리감 있게 묘사하며, 인물 자체보다는 그들이 처한 노동 환경과 일시적 관계 속 몸짓에 주목한다. 이는 작가가 명시적 서사를 지양하고 무의미해 보이는 행위에서 회화의 순간을 추출해내는 방식과 연결된다.

최근작에서도 박진아는 노동, 무대 뒤편, 주방 등 ‘보이지 않는 장면들’에 집중한다. 최근 개인전 《돌과 연기와 피아노》(2024, 국제갤러리)에서 박진아는 ‘미술관 전시장’, ‘레스토랑 키친’, ‘피아노 공장’이라는 서로 다른 장소들을 ‘돌’, ‘연기’, ‘피아노’라는 은유로 엮어낸다.

세 장소는 모두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는 경계 안에서 보이지 않는 노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며, 작가는 그 속에서 의미 없는 동작, 흐릿한 기억, 배경으로 치부되던 장면을 감각적 회화로 전환시키며, 장소의 서사적 재해석을 시도한다. 작가는 ‘관찰자의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시간의 밀도와 감정의 온도를 은근히 전달하는 방식으로 주제의 깊이를 더해간다.

형식과 내용

박진아의 작업은 회화를 단순한 이미지 재현이 아닌, 사진의 순간성과 회화의 물질성이 결합된 독립적 언어로 제시한다. '로모그래피'(2004-2007) 연작은 토이카메라로 연속 촬영된 네 컷의 사진을 기반으로 하여 회화적 시간성을 실험하며, 같은 장면 안에 여러 시간의 층위를 병치하는 방식으로 시간의 물성을 회화에 구현한다.

〈활주로가 보이는 창〉(2013)이나 〈여름 촬영〉에서는 카메라 플래시와 왜곡된 시점을 의도적으로 반영해 회화의 평면성과 조형성을 강조한다. 이처럼 사진 기반 회화는 일상의 시간과 움직임을 다루는 작가의 형식적 전략 내지는 회화의 추상성과 구상성을 동시에 확장시키는 매개로 기능한다.

작가는 인물의 내면보다는 몸짓, 자세, 관계성에 주목하며 인물을 풍경처럼 다룬다. 이는 〈의논〉(2016)처럼 다수의 인물이 등장하는 작업에서 특히 두드러지며, 부감 구도나 수평적 배치, 의도적인 균형 감각을 통해 회화 내부의 위계를 제거한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제스처, 혹은 의미 없는 듯 보이는 동작은 화면의 중심이 되는 내러티브가 아니라, 장면 전체의 정서를 감각하게 만드는 도구로 사용된다.

박진아의 색채와 질감, 그리고 붓질은 ‘순간의 불완전성’과 ‘전환의 상태’를 드러내는 데 집중된다. 예를 들어 〈활주로가 보이는 창〉은 공항이라는 공간의 낯섦과 일시성, 인물 간의 거리감을 불투명한 색면과 붕 떠 있는 구도로 표현한다. 그는 회화를 ‘이미지이자 물질’로 정의하며, 물질성과 감각성 모두를 견인하는 회화의 다층적 가능성을 꾸준히 확장해왔다.

개인전 《휴먼라이트》(2021, 국제갤러리 부산)에서처럼 야외 야간 풍경을 다룰 때에도 인물이나 사건보다 빛, 색면, 몸짓의 구성이 강조되었다. 초기작이었던 ‘문탠’ 연작에서 볼 수 있듯, 밤이라는 시간대의 정서와 인공조명의 강렬함은 공간을 납작하게 만들고, 인물들은 마치 무대 조명의 피사체처럼 평면적으로 표현된다. 이는 회화가 현실을 재현하는 도구가 아니라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장치임을 보여준다.

지형도와 지속성

박진아는 2000년대 초반부터 일상의 흐릿한 장면을 사진으로 포착하고 이를 회화로 전환하는 방식을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익숙한 공간과 낯선 타자의 몸짓을 응시하며, 개인적 기억에서 사회적 현장으로 시선을 확장해온 그의 태도는 ‘보통의 순간에 대한 존중’이라는 주제의식을 관통시킨다.

그는 장면을 연출하지 않고 포착하며, 이를 회화라는 감각적 시간의 매체로 전환하는 방식을 지속적으로 탐구해왔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요소들 — 익명의 노동자, 흐릿한 윤곽, 구도 속 겹침과 생략, 평면적 구성 — 은 작가가 회화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데 있어 일관되게 사용한 전략이다.

그의 작업은 회화적 구도와 색채, 제스처의 선택을 통해 ‘지극히 사적이지만 익명의 순간’을 공감 가능한 감각으로 치환한다. 초기 전시부터 비교적 최근 개인전 《사람들이 조명 아래 모여 있다》(합정지구, 2018), 《휴먼라이트》, 《돌과 연기와 피아노》 등으로 이어지는 작품세계의 흐름은 작가가 시공간의 밀도와 회화적 매체의 고유성을 균형 있게 통합해온 결과다.

박진아는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대구미술관, 금호미술관 등 주요 기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으며, 국내외 유수의 전시에 참여하며 동시대 회화의 경계를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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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일상적 파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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