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 - K-ARTIST

낮잠

2021
캔버스에 유채
80.5 x 117 cm
About The Work

노충현은 우리의 일상 속 익숙한 풍경들을 포착하고 교감하며 자신만의 회화적 언어로써 캔버스 위에 옮겨왔다. 그는 직접 자신이 서 있는 장소에서 바라본 풍경을 카메라로 담은 다음 이를 회화라는 매체로 번안한다. 그의 회화는 무덤덤하게 풍경을 담고 있으면서도 우리의 기억 속 어느 한 부분을 건드리거나 정서적 울림을 자아내곤 한다.

그는 한강시민공원, 동물원, 홍제천 등 멀리 있는 특별한 풍경이 아닌, 일상의 평범한 장소 속에서 인간적인 풍경을 바라보고 교감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완성된 그의 회화는 건조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띠면서도, 삶의 풍경을 향한 작가의 따뜻한 시선과 인간적인 온기를 담고 있다.

개인전 (요약)

작가는 상업화랑 사직(2023), 챕터투(2021), 스페이스 윌링앤딜링(2020), 페리지갤러리(2017), 갤러리 소소(2015), 국제갤러리(2013) 등지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룹전 (요약)

참여한 주요 그룹전으로는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2024), 누크갤러리(2023), 일민미술관(2023), 갤러리 소소(2021), 국립현대미술관(2021),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2018),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2018), 챕터투(2017) 등이 있다. 

레지던시 (선정)

2010년에는 몽인아트센터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Works of Art

평범한 삶의 풍경이 품은 온기

주제와 개념

노충현은 도심 속 일상적인 장소들—한강시민공원, 동물원, 홍제천 등—을 통해 삶의 풍경이 지닌 정서적 울림과 잔상을 화폭에 담아왔다. '살풍경(Prosaic Landsacpe)' (2005-) 연작은 서울 도심 속에서 비어 있고 소외된 공간, 그중에서도 한강시민공원의 황량한 풍경을 지속적으로 포착해온 대표적 작업이다.

이러한 풍경들은 단순한 장소 재현을 넘어서, 익숙하지만 무심히 지나쳤던 공간에 서린 정서, 인간 존재의 위치를 성찰하게 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특히 〈장마〉(2008), 〈유수지의 밤〉(2013) 등은 물리적 장소의 인상에 작가의 감각적 기억이 중첩되면서, 관람자로 하여금 정서적 경험의 층위를 환기시킨다.

2006년부터 이어진 ‘자리(Zari)’ 연작은 장소를 비워냄으로써 오히려 장소성의 역설을 구성한다. 텅 빈 동물원을 그린 〈뿔〉(2006)이나 〈서커스〉(2006)와 같은 작품은 인위적인 공간의 모호한 정체성, 그리고 근대성의 구조적 위태로움을 통해 삶의 비극성과 희극성이 교차하는 무대 장면을 연출하는데, 이는 작가가 지각한 세계의 구조와 닮아 있다.

이후 개인전 《실밀실》(2009,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에서는 한국 사회의 정치적·사회적 억압의 장소를 ‘밀실’이라는 개념으로 형상화하며, 현실과 역사를 동시에 바라보는 태도를 보여준다. 이처럼 노충현의 회화는 단지 ‘보이는 풍경’이 아닌, 그곳에 깃든 기억과 정서를 통해 인간의 감각적 삶을 성찰한다.

형식과 내용

작가는 도시 공간에서 발생하는 비일상성과 정서적 기미를 포착하고, 물감의 농도와 화면의 흐릿함을 통해 풍경의 물성과 감각의 비물성을 동시에 드러내는 감각적 풍경의 회화화를 지속해왔다.

노충현의 회화는 디지털 카메라로 직접 촬영한 장면을 기반으로, 기억의 인상과 정서의 밀도를 담아내기 위한 회화적 번안을 시도한다. 그는 사진이 제공하는 정확한 투시나 명료한 재현을 그대로 따르기보다는, 흐릿하거나 뿌연 질감으로 장면을 덮음으로써, 감각의 여운과 심상의 중첩을 만들어낸다.

〈서커스〉, 〈고도를 기다리며〉(2006)에서는 동물이 빠진 빈 우리, 무용한 오브제(훌라후프, 타이어, 생수통) 등이 등장한다. 작품에 드러나는 모티프들은 형식적으로는 사실적 묘사를 따르지만, 내용적으로는 존재의 부재와 아이러니를 부각한다.

《실밀실》에서는 군사독재시설과 같은 실제 역사적 장소를 사진과 인터넷으로 채집하고 이를 회화적으로 반복하며 그리기-지우기의 과정을 거친다. 화면뿐 아니라 공간 자체를 구조화한 시멘트 벽 설치는 회화의 장소성과 전시 공간의 물리성을 결합하는 실험으로 이어진다. 이는 노충현의 회화가 시간적 기억과 물리적 공간, 감정과 사회를 교차시켜 사유하는 독특한 양식을 지녔음을 보여준다.

지형도와 지속성

노충현의 작업은 동시대 회화에서 '일상성의 감각'과 '장소-기억-정서'의 관계를 사유하는 중요한 좌표를 제공한다. 작가는 2000년대 초부터 한국 회화에서 구상과 리얼리즘이 새롭게 갱신되는 흐름 속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단색화와 민중미술이라는 기존 미술계의 양대 구도에서 벗어나, 사진을 회화적으로 번안하고 풍경 안에서의 정서를 포착하는 방식으로 독자적인 회화 세계를 구축해왔다.

최근 작업에서는 한강 주변의 계절 변화, 홍제천의 여름밤처럼 더욱 섬세한 감각의 결을 탐색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작가의 말처럼 “특정한 장소”보다는 “그곳에서 느낀 정서”에 집중하는 작업 태도는 장소와 감정의 관계를 회화적으로 전이시키는 중요한 미적 전략으로 작용한다. 얇게 깔린 색층과 최소한의 붓질로 구축된 흐릿하고 투명한 색조의 화면은 시각보다는 정서적 호흡에 가까운 시지각적 구조를 만들어낸다.

Works of Art

평범한 삶의 풍경이 품은 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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