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합니다 - K-ARTIST

미안합니다

2009–2010
천에 자수
148 x 226.5 cm
About The Work

함경아는 현실의 이면에 감춰진 시스템의 규칙과 금기에 도전하며 모순과 부조리의 틈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작가다. 작가는 회화, 설치, 비디오, 퍼포먼스, 자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그러한 보이지 않는 사회적 구조와 현상에 대해 이야기해 왔다. 미술 안팎으로 가로지르며 직접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거나 닿을 수 없는 국경 너머의 타인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온 함경아의 작업은 그러한 노동직얍적 표현과 통제불가능한 과정의 변수가 응축된 형태로 드러난다.
 
함경아의 작업은 한국 현대사의 가장 민감한 지점, 특히 분단과 이데올로기의 문제를 다루면서도 그것을 직접적인 재현의 대상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북한은 그의 화면에 단순히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북한 자수 노동자와의 협업이라는 제작 구조 자체를 작품 안으로 끌어들인다. 이때 분단은 이미지가 아니라 과정이 된다. 완성된 자수 표면은 화려하고 장식적이지만, 그 뒤에는 예측할 수 없는 전달 경로와 지연, 위험, 긴장이 응축되어 있다. 함경아의 작업은 바로 그 보이지 않는 과정 전체를 작품의 일부로 만든다.
 
함경아는 “실재하지만 실재하지 않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 예술이자 예술가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이러한 행위는 ‘유령 발자국’을 쫓는 여정이다. 북한의 노동자, 탈북민 등 거대 권력 아래에 억압되어 있는 모든 존재들은 보이지 않는 유령처럼 실재하고, 작가는 그들의 발자국을 따라 그들을 찾아내며 소통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개인전 (요약)

함경아가 개최한 주요 개인전으로는 《욕망과 마취》(아트선재센터, 서울, 2009), 《어떤 게임》(쌈지 스페이스, 서울, 2008), 《방안에 보이는 전경》(대안공간 루프, 서울, 1999), 《유령의 발자국》(국제갤러리, 2015), 《함경아》(페이스 갤러리, 홍콩, 2018)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최근 함경아는 《The Shape of Time: Korean Art after 1989》(필라델피아 미술관, 2023, 미니애폴리스 미술관, 2024), 《Hallyu! The Korean Wave》(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 런던, 2023, 보스턴 현대미술관, 2024,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 2025), 《Active Threads》(아르테나 재단, 뒤셀도르프, 2021) 등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또한 작가는 《올해의 작가상 2016》(국립현대미술관, 서울, 2016), 제1회 뉴욕 아시아 소사이어티 트리엔날레(2020), 제10회 타이베이비엔날레(2016), 제4회 광저우트리엔날레(2012) 등 다양한 국내외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함경아는 싱가폴 아트 뮤지엄에서 Asia Pacific Breweries Signature Art Prize 파이널리스트(2011)에 선정된 바 있다.

레지던시 (선정)

함경아는 Transfer Korea-NRW Residency, Osthausmuseum(하겐, 독일, 2013), Couvent des Recollets Residency(파리, 프랑스, 2004), Art Initiative Tokyo Residency(도쿄, 2004) 등 다양한 국가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입주한 바 있다.

작품소장 (선정)

함경아의 작품은 리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빅토리아앤알버트뮤지엄(런던), 울리 지그 컬렉션(스위스) 등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현실의 이면에 감춰진 시스템의 규칙과 금기

주제와 개념

함경아(1966–)는 일상의 단서에서 출발해 그 이면에 작동하는 사회적 시스템과 권력 구조를 추적해온 작가다. 그의 작업은 언제나 개인의 경험을 통과해 구조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체이싱 옐로우〉(2000–2001)에서 작가는 아시아 여러 국가를 여행하며 노란 옷을 입은 사람들을 따라 인터뷰했고, ‘노란색’을 관계를 시작하는 약속의 기호로 설정했다. 서로 다른 개인의 삶은 하나의 색을 매개로 연결되며, 그 안에 내재된 문화적·종교적·제도적 맥락이 드러난다. 초기부터 그는 개인의 서사를 통해 보이지 않는 사회적 구조를 가시화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오데사의 계단〉(2008)은 군부독재 시기의 전직 대통령 집에서 나온 폐기물들을 모아 구성한 설치 작업이다. 제목은 에이젠슈타인의 영화 〈전함 포템킨〉(1925)에 등장하는 학살 장면의 공간을 참조한다. 나무 계단 위에 배치된 문짝, 변기, 골프화, 감시카메라, 권총, 쇼핑 카트 등은 사적 공간과 국가 폭력의 역사를 병치한다. 이 작업은 몽타주적 구성 방식을 통해 한국 정치사의 비극을 사적 오브제의 조합으로 재편집한다. 역사적 사건과 개인의 영역은 분리되지 않고, 서로를 반영하며 긴장 관계를 형성한다.
 
이후 전개된 ‘자수 프로젝트’는 그의 작업에서 결정적인 전환점이 된다. 〈Flyer/Byongpoong Bill 01/ 병풍 삐라 1〉(2008)을 시작으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 이미지를 자수로 번안한 ‘Such Game’(2009) 연작, 그리고 ‘Some Diorama’, ‘Some Sunday Morning’으로 이어지며 그는 전쟁과 이데올로기, 분단의 기억을 다룬다. 이 작업들은 북한 자수 노동자와의 간접 협업을 전제로 한다. 작가가 설계한 도안은 중개인을 통해 전달되고, 예측할 수 없는 시간 이후 자수의 형태로 돌아온다. 이 불확실성과 지연은 단순한 제작 과정이 아니라, 분단 현실 그 자체를 반영하는 구조다.
 
‘당신이 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다섯 개의 도시를 위한 샹들리에’(2014–2015) 연작에서 그는 분단과 제국주의 권력의 역사를 샹들리에라는 화려한 이미지로 은유한다. 북한 카드섹션 장면에서 잠시 얼굴을 드러낸 소년의 순간을 하나의 픽셀로 인식한 경험은, 거대한 이미지 속에 가려진 개별 존재의 문제를 환기한다. 겉으로는 장식적이고 화려한 샹들리에이지만, 그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노동과 통제, 분단의 역사가 응축되어 있다. ‘유령’이라는 개념은 이처럼 실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존재와 구조를 지시하는 핵심어로 자리 잡는다.

형식과 내용

함경아의 형식은 개념과 분리되지 않는다. 그는 영상, 설치, 퍼포먼스, 회화, 자수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매체 자체를 사회적 조건과 연결시킨다. 〈뮤지엄 디스플레이〉(2000–2010)에서 그는 박물관 카페와 상점에서 훔친 물건들을 전시 형식으로 배열했다. 절도라는 행위를 공개적으로 자백하며 제국주의적 약탈의 구조를 현재로 호출한다. 박물관의 디스플레이 방식은 그대로 차용되지만, 그 안의 오브제는 제도적 권위와 욕망을 역전시킨다.
 
자수 작업은 그의 형식적 실험이 가장 응축된 지점이다. 회화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천 시간의 노동이 축적된 직물 작업이다. 각 작품의 캡션에는 노동 시간과 참여 인원이 명시된다. 이는 이미지의 미학적 완성도 이면에 숨겨진 물리적 노동을 드러내는 장치다. 특히 ‘당신이 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 다섯 도시를 위한 샹들리에’ 연작에서는 자수의 뒷면을 노출하거나, 실과 픽셀 단위로 이미지를 확대한 구성 방식을 통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역학을 시각화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6》에서 발표한 〈악어강위로 튕기는 축구공이 그린 그림〉(2016)은 탈북 소년과의 협업으로 이루어진 퍼포먼스 기반 다매체 작업이다. 물감을 묻힌 축구공이 전시장 바닥을 가로지르며 남긴 흔적은 추상 회화처럼 보이지만, 그 배경에는 목숨을 건 탈북의 서사가 놓여 있다. 인터뷰 영상과 축구화 설치는 이미지와 현실을 교차시킨다. 이 작업에서 추상적 화면은 구체적 삶의 궤적과 분리되지 않는다.
 
최근 개인전 《유령 그리고 지도》(국제갤러리, 2024)에서 그는 리본테이프와 직조된 그리드 구조를 활용해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긴장을 다룬다. 〈유령 그리고 지도 / “너는 사진으로 왔니 아니면 기차 타고 왔니?”〉 연작은 가상 세계와 물리적 현실의 간극을 질문한다. 팬데믹 이후 심화된 디지털 소통의 조건 속에서, 그는 오히려 감정의 원시적이고 아날로그적인 증폭을 포착한다. 자수와 태피스트리, 리본 직조는 디지털 이미지처럼 보이면서도 철저히 물질적이다.

지형도와 지속성

함경아의 작업은 한국 현대사의 가장 민감한 지점, 특히 분단과 이데올로기의 문제를 다루면서도 그것을 직접적인 재현의 대상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북한은 그의 화면에 단순히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북한 자수 노동자와의 협업이라는 제작 구조 자체를 작품 안으로 끌어들인다. 이때 분단은 이미지가 아니라 과정이 된다. 완성된 자수 표면은 화려하고 장식적이지만, 그 뒤에는 예측할 수 없는 전달 경로와 지연, 위험, 긴장이 응축되어 있다. 함경아의 작업은 바로 그 보이지 않는 과정 전체를 작품의 일부로 만든다.
 
그의 자수 작업이 동시대 섬유 기반 작업과 구별되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많은 섬유 작업이 재료의 촉각성이나 노동의 복원에 주목한다면, 함경아의 경우 노동은 미학적 요소를 넘어 정치적 구조로 작동한다. 누가, 어디에서, 어떤 조건 속에서 이 이미지를 만들었는가라는 질문이 작품을 지탱한다. 제작 과정에 내재된 불확실성과 통제 불가능성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작품의 형식을 규정하는 전제 조건이다.
 
최근 작업에서는 이러한 긴장이 또 다른 방향으로 이동한다. 《유령 그리고 지도》에서 드러난 리본테이프와 직조된 그리드는 디지털 화면을 연상시키면서도 철저히 물질적이다.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해 소통해야 했던 팬데믹 시기의 경험은, 가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새롭게 사유하게 했다. 흥미로운 점은, 디지털 환경이 확장될수록 오히려 감정은 더욱 원시적이고 아날로그적으로 증폭된다는 그의 관찰이다. 최근 작업은 이 두 층위가 충돌하는 지점을 추상적 화면으로 제시한다.
 
함경아의 작업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것’을 추적해왔다. 북한 노동자, 탈북민, 약탈의 역사, 디지털 네트워크 속의 정서—이들은 모두 실재하지만 쉽게 포착되지 않는 존재들이다. 그는 그것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 흔적과 구조, 지연과 공백을 통해 접근한다. 그의 작업은 한국의 분단이라는 역사적 맥락에서 출발했지만, 이미 국제 미술 제도 안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The Shape of Time: Korean Art after 1989》(필라델피아 미술관, 2022), 《Hallyu! The Korean Wave》(빅토리아 앤 알버트 미술관, 런던; 2023보스턴 미술관, 보스턴, 2024) 등 주요 해외 기관 전시에 지속적으로 참여해 왔으며, 제1회 아시아 소사이어티 트리엔날레(뉴욕, 2020), 제10회 타이페이 비엔날레(2016), 제4회 광저우 트리엔날레(2012) 등 국제 비엔날레 무대에서도 소개되었다. 이는 그의 작업이 특정 지역 이슈를 넘어, 동시대 글로벌 권력 구조와 이미지 정치의 맥락 속에서 읽히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함경아의 실천은 단지 ‘분단 미술’로 환원되기보다는, 협업 구조·제작 과정·보이지 않는 노동을 작품 안에 구조적으로 내장한 동시대적 방법론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앞으로의 행보 역시 새로운 예측보다는, 이미 국제 제도 안에서 축적해온 전시 이력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확장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유령을 추적하는 그의 태도는 유지되겠지만, 그것이 호명되는 맥락은 점점 더 다양한 국제적 장 안에서 읽히고 있다.

Works of Art

현실의 이면에 감춰진 시스템의 규칙과 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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