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WR로 얼굴 변형하기 - K-ARTIST

H-WR로 얼굴 변형하기

2007 
디지털 프린트
121 x 121 cm
About The Work

이형구는 지난 20여 년간 ‘몸’을 주제로 다채로운 작업을 선보여 왔다. 그는 신체를 단순한 재현 대상이 아닌, 감각·기계·허구·내부 구조까지 아우르는 총체적 연구 대상으로 설정하고 해부학과 같은 과학의 영역을 작가의 예술적 상상력과 함께 동원하여 신체의 변형과 왜곡, 확장을 실험해 왔다.
 
작가의 작업은 과학자의 실험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작가의 상상력과 호기심이 동원되는 예술적 실험이므로, 자기 스스로를 ‘사이비 과학자’라고 소개하며 이형구에게 몸은 끝없이 새롭게 정의되고 구성되는, 열린 개념의 장이다.
 
작가의 몸에 대한 실험들은 세상을 다른 방식으로 인지하고 이해해보고자 하는 작가의 호기심으로부터 출발한다. 자신의 신체에서 출발하여 지구 내 다른 이종 생명체와 허구의 생명체의 신체에 이르는 그의 관심은 나와 타자, 나아가 세상을 더 이해하고 알고 싶은 작가의 바람에서 오는 것이다.

개인전 (요약)

이형구는 부산시립미술관(2022, 부산), P21(2019, 서울), 페리지갤러리(2015, 서울), 폴리테크닉 박물관(2015, 모스크바), 두산갤러리(2010, 서울), 바젤 자연사박물관(2008, 바젤), 아라리오 갤러리(2008, 뉴욕)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는 제52회 베니스비엔날레(2007)에서 한국관 최초로 단독 전시를 가지기도 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이형구는 전북도립미술관(2020, 완주), 고양아람누리미술관(2019, 고양), 홀든갤러리(2018, 맨체스터), 돈의문박물관마을(2018, 서울),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2018, 서울), 대전시립미술관(2018, 대전), 국립현대미술관(2017, 서울), 베스트포센 쿤스트라보라토리움(2016, 베스트포센), 대구미술관(2015, 대구), 초이앤라거 갤러리(2015, 쾰른), 플라토 삼성미술관(2014, 서울) 외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이형구는 조안 미첼 재단상(2002, 뉴욕), 제 39회 대한민국 문화 예술상 ‘오늘의 젊은 작가상-미술부문’(2007)을 수상하고 2004년에는 성곡미술관 내일의 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레지던시 (선정)

이형구는 쌈지 스튜디오 프로그램(2003), 두산레지던시 뉴욕(2009) 등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바 있다.

Works of Art

신체의 변형과 왜곡, 확장

주제와 개념

이형구는 지난 20여 년간 ‘몸’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작업세계를 확장해왔다. 초기 시리즈 ‘The Objectuals’에서 작가는 인종적·문화적 차이에 기반한 신체 경험을 출발점 삼아, 몸을 원하는 형태로 변형할 수 있는 장치를 제작한다. 〈H-WR로 얼굴 변형하기〉(2007)처럼 시각적 과장을 통해 외형이 전혀 다른 신체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단순한 변형이 아니라, 몸을 규정하는 기준—서구적 미감, 관상학, 규범적 신체—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몸은 생물학적 대상이기보다, 끊임없이 조정되고 인식되는 문화적 구조물로 드러난다.

‘The Objectuals’의 문제의식은 곧 허구와 실재의 경계로 확장된다. 작가는 큰 눈과 과장된 얼굴 비례에서 만화 캐릭터를 연상하며 ‘만약 이들이 실존한다면 어떤 골격을 가질까’라는 상상적 질문을 던졌고, 이를 해부학적 연구와 결합해 ‘ANIMATUS’ 시리즈를 구축했다. 〈Felis Animatus & Leiothrix Lutea Animatus〉(2009)나 〈Canis D Animatus〉(2015) 같은 작업은 캐릭터의 신체를 생물학적 실체로 복원하는 과정에서 허구의 존재가 실재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역설을 드러낸다. 여기서 몸은 현실과 비현실을 연결하는 매개로 기능한다.

이후 작가의 관심은 외형적 신체를 넘어서 감각 기관이 세계를 어떻게 구성하는가로 이동한다. ‘Eye Trace’ 시리즈와 〈Fish Eye Gear〉(2010), 〈Mirror Canopy〉(2010)와 같은 장치 작업은 동물의 시각구조를 모방하거나 재현하여 ‘다른 몸의 시선’을 획득하려는 시도다. 이는 몸을 세계 인식의 중심으로 이해하는 관점으로, 움직임·시각·지각이 서로 영향을 미치는 관계를 탐구한다. 작가는 “내가 보는 것이 옳은 형태인가?”라는 질문을 바탕으로 타자의 시점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러한 신체 실험은 결국 몸을 다층적이고 확장 가능한 인식의 장으로 바라보게 한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선보인 작품 〈MEASURE〉(2014)에서 말의 후면 신체 구조와 움직임을 몸에 적용하고, P21 개인전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X’ 시리즈에서 뼈·살·이물질이 교차하는 미시적 풍경을 탐구하는 과정은 ‘몸’이 단일한 형태가 아닌 복합적인 존재임을 드러낸다. 〈X variation〉(2021)이나 〈Pink Vessel〉(2022)의 유기적 구조는 몸을 더 이상 외부로부터 관찰되는 대상이 아니라, 내부의 화학적·감각적 작용까지 포함하는 하나의 세계로 확장한다. 이형구에게 몸은 끝없이 새롭게 정의되고 구성되는, 열린 개념의 장이다.

형식과 내용

이형구는 초기부터 조각과 장치, 드로잉,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몸’을 다루는 방식을 확장해왔다. ‘The Objectuals’에서는 광학 필름, 렌즈, 헬멧 등 기능적 재료를 이용해 신체의 특정 부위를 과장하거나 변형시켰고, 이러한 기계적 장치를 통해 몸의 외형적 변주를 실현했다. 이 시기 작업은 현실 신체의 외부를 변형하는 실험이 중심이었으며, 기술적 구조와 조형적 유머가 결합되어 있다.

‘ANIMATUS’ 시리즈에 이르러 작가는 해부학적 접근을 통해 형식적 언어를 크게 확장한다. 레진, 알루미늄 스틱, 스테인리스 와이어, 스프링 등을 결합해 캐릭터의 골격을 조각으로 재구성함으로써, 탄탄한 구조적 완성도를 갖춘 조형물로 발전시켰다. 이 작업들은 사실적 묘사와 상상적 요소가 결합된 형식이며, 근육의 분위기나 표정을 뼈 자체로 표현하는 방식은 작가가 허구의 신체 구조를 실제 조형 언어로 번역해낸 사례다.

감각과 지각을 다루는 ‘Eye Trace’와 ‘MEASURE’는 장치 기반 조형에서 신체 퍼포먼스와 영상으로 확장된다. 〈Fish Eye Gear〉(2010)에서 어안 렌즈 구조를 착용하고 공간을 걸었던 경험, ‘MEASURE’에서 말의 후면 신체 구조를 몸에 장착하고 움직임을 재현한 영상 작업은 ‘몸을 통해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을 형식적으로 구현한다. 이 시기 작업은 조각의 물리적 형상보다 장치와 움직임, 감각 체험이 중심 서사로 작동한다.

‘X’ 시리즈와 〈Chemical〉(2021~)은 형식적 전환의 중요한 지점이다. 작가는 이전의 외부 장치 기반 조형에서 벗어나, 폴리우레탄 폼·페이퍼 마쉐·금속 재료·투명 PVC 시트·스티로폼 등 이질적 재료들을 결합해 ‘몸의 내부’를 추상적 조형 언어로 구성한다. 〈X variation〉은 미시적 신체 구조와 은유적 풍경이 교차하며, 사실적 재현보다 물성의 조합을 통해 감각적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또한 《CHEMICAL VOLUME》(P21, 2021)에서처럼 공간 전체를 활용해 조각이 공중에 부유하거나 관객의 이동에 따라 움직임이 달라지는 설치 형식은, 신체를 소우주적 세계로 확장하는 작가의 최근 경향을 보여준다.

지형도와 지속성

이형구의 작업은 동시대 한국미술에서 보기 드문 방식으로 ‘몸’을 다루어 왔다. 그는 신체를 단순한 재현 대상이 아닌, 감각·기계·허구·내부 구조까지 아우르는 총체적 연구 대상으로 설정한다. ‘The Objectuals’의 외부 변형 장치에서 ‘ANIMATUS’의 해부학적 상상, ‘Eye Trace’와 〈MEASURE〉의 감각 전환, ‘X’와 ‘Chemical’의 내부 미시 구조까지 이어지는 흐름은, 몸을 둘러싼 규범·감각·구조·시간을 다층적으로 탐구해 온 작가의 지속적인 태도를 잘 보여준다.

특히 허구의 캐릭터를 해부학적으로 복원한 ‘ANIMATUS’ 시리즈나, 동물의 시각을 장치로 경험하는 ‘Eye Trace’는 한국 조각의 지형에서 기존 재현 중심의 신체 조형에서 벗어나 확장적 조각언어를 구축한 중요한 사례로 평가된다. 또한 〈X variation〉이나 〈Pink Vessel〉처럼 신체 내부를 추상적 구조로 재해석하는 형식은, 신체 조형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작가의 지속적인 매체 실험과 형식적 확장은 앞으로도 더 확장된 조각적 언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는 해부학·생물학·고고학·천문학·화학 등 다양한 학문적 자료를 아카이브화하며 이를 창작의 기반으로 삼고 있어, 향후 ‘몸’이라는 개념을 더욱 다층적인 감각·기술·물성의 영역으로 확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전시 《한국현대미술작가조명 IV》(부산시립미술관, 2022)에서 확인되듯, 그의 작업은 이미 동시대 인체 조형의 새로운 장을 형성하고 있다.

허구·감각·내부 구조를 넘나드는 그의 ‘몸의 확장’ 개념은 이미 국제 무대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단독 전시(2007) 이후 다양한 기관에서 선보인 설치형 작업과 시리즈들은, 세계적인 조각 담론 속에서 그만의 독창적 언어를 강화해나가고 있다. 이형구의 작업은 앞으로도 몸이 지닌 감각적·상상적·물질적 가능성을 끊임없이 갱신하며, 신체를 사유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계속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Works of Art

신체의 변형과 왜곡,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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