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실물보관소 - K-ARTIST

유실물보관소

2002
폴라로이드 사진, 철제 선반에 다양한 오브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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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Work

오인환은 관습적인 미술형식이나 물질적이고 영구적인 작품 생산보다는 특정한 시간과 공간을 요하는 퍼포먼스, 설치, 장소특정적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또한 오인환은 작가 자신의 퀴어로서의 정체성 문제와 관련된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가부장제 사회에서의 개인의 정체성과 집단의 관계, 그로 인해 형성된 문화적 코드 등을 해체하거나 재해석하며 차이, 다양성, 소통 등의 키워드를 작품 속에 녹여내면서 일상의 경험과 연결되는 작업들을 이어 왔다.
 
작가를 비롯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모든 개개인은 사회문화적인 감시체계 안에 살아갈 수밖에 없고 또 그 안에서 자기만의 문화적 사각지대를 찾기 마련이다. 작가는 그러한 현실의 일상을 예술을 통해 가시화하고 의미화하며 기존 사회적 보편성과 규율로부터 탈피하는 탈출구로서의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개인전 (요약)

오인환은 Commonwealth & Council/ 백아트(로스엔젤레스, 미국, 2019),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서울, 2018), 아트선재센터(서울, 2009), 밀스컬리지 미술관(오클랜드, 미국, 2002), 프로젝트스페이스 사루비아(서울, 2002) 등 국내외 기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오인환은 국립현대미술관(서울, 2024), Navy Officer’s Club in Arsenale(베니스, 이탈리아, 2019),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서울, 2017), 교토예술센터(니조성, 교토, 일본, 2017), 플라토(서울, 2014) 등을 비롯한 여러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수상 (선정)

오인환은 2015년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Works of Art

특정한 시간과 공간

주제와 개념

오인환의 작업은 개인적 정체성과 사회적 맥락의 충돌에서 출발한다. 초기작 〈퍼스널 애드〉(1996)는 작가가 스스로를 ‘게이 한국 남자 미술가(GKM)’라고 공개적으로 명명하면서, 개인의 커밍아웃 경험을 창작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이로써 작품은 “누가 진짜인가”라는 정체성의 근본적 질문을 던지며, 작가 자신이 곧 작업의 대상이 되는 전환을 이루었다.

이러한 관심은 〈만남의 시간〉(1999-)에서 한층 구체화된다. 서로 다른 시간대를 기록한 시계 사진은 ‘차이’라는 조건 속에서 관계를 재정의하며, 보편적 동질성의 개념을 해체한다. 더 나아가 〈남자가 남자를 만나는 곳〉(2001-)은 게이바와 클럽의 이름을 향가루로 쓰고 태움으로써 퀴어 공동체의 은밀한 장소성을 드러내고, 이를 사회적 가시성과 결합된 예술적 언어로 전환했다.

〈유실물보관소〉(2002)는 이러한 주제의식이 확장된 대표적 초기 사례 중 하나다. 광주비엔날레의 ‘분실물 센터’를 예술적 장치로 전환해, “우리가 잃어버린 것과 찾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제기했다. 개인적 물건의 상실과 재회 과정은 단순한 물리적 교환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의 기록이자, 주체와 객체의 경계 재편으로 확장되었다.

〈이름 프로젝트: 당신을 찾습니다, 서울〉(2009)과 〈이름 프로젝트: 이반파티〉(2006-)는 정체성과 집단, 이름이라는 기호를 매개로 사회적 코드를 전복한다. 흔한 이름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 나서거나, 게이 커뮤니티의 연말파티를 기록한 포스터를 제작하는 행위는 보이지 않는 소수자의 존재를 사회적 지형 속에 새겨 넣는 동시에, ‘익명성’이라는 집단적 조건을 예술적 증거로 남긴다.

형식과 내용

형식적으로 오인환은 사진, 비디오, 설치, 퍼포먼스 등 매체적 경계를 넘나든다. 〈만남의 시간〉은 기록사진과 엽서를 통해 관객 참여를 유도하고, 〈남자가 남자를 만나는 곳〉은 향의 연소와 냄새로 관객의 후각과 몸에 직접 침투한다. 이러한 감각적 확장은 물질적 결과물보다 과정과 경험을 중시하는 작가의 태도를 잘 보여준다.

〈유실물보관소〉에서는 비엔날레라는 제도적 장치를 활용해 관람객이 직접 잃어버린 물건을 가져오고, 되찾는 과정을 작품으로 전환했다. 사진과 오브제, 기록이 병치된 이 작업은 제도적 맥락 속에서 일상적 행위가 어떻게 예술적 사건으로 변환될 수 있는지를 드러낸다. 반면 〈이름 프로젝트〉 시리즈는 광고트럭, 간판, 포스터 등 사회적 기호체계를 차용해 공적 공간을 점유하면서, 제도 밖의 목소리를 제도 안으로 불러들인다.

〈경비원과 나〉(2014)나 〈상호 감시 체계〉(2015)는 감시 카메라라는 제도적 장치를 예술적 매체로 전환한다. 원래는 감시와 통제의 도구였던 카메라는 여기서 협업과 참여, 차이의 기록을 남기는 도구로 재맥락화된다. 또한 〈이름 프로젝트: 이반파티〉 포스터 작업은 단순한 인쇄물이 아닌, 겹겹이 쌓인 서명들을 통해 집단의 존재를 시각화하는 동시에 개인의 익명성을 보장하는 사회적 장치로 기능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수상작인 〈나의 사각지대〉(2015)와 같은 후기 작업에서도 작가는 여전히 ‘사각지대’라는 은유를 매개로 시선, 감시, 공간, 정체성을 탐구한다. CCTV의 시야가 닿지 않는 영역을 핑크 테이프로 표시하는 행위는 기술적 장치의 한계를 드러내며, 감시사회 속에서 보이지 않는 개인의 욕망과 차이를 위한 공간을 새롭게 상상하게 한다.

지형도와 지속성

오인환의 작업은 초기부터 일관되게 정체성과 차이를 중심에 둔다. 〈퍼스널 애드〉에서의 개인적 커밍아웃, 〈만남의 시간〉에서의 ‘차이’로 기록되는 관계, 〈이름 프로젝트〉에서의 흔한 이름 혹은 익명성을 통한 공동체의 드러냄까지, 그의 모든 작업은 보이지 않는 주체를 어떻게 사회적 지형 속에서 드러낼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으로 이어진다.

또한 그는 언제나 참여와 과정을 중시한다. 〈유실물보관소〉에서의 물건 되찾기, 〈이름 프로젝트〉의 광고트럭, 〈경비원과 나〉의 협업 과정 등은 모두 관객이나 참여자의 선택과 행위에 따라 작품의 결과가 달라진다. 이는 동시대 미술의 중요한 경향인 ‘관객 참여’와 맞닿으면서도, 작가 고유의 사회문화적 비판의식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구체화된다.

국내에서는 《올해의 작가상 2015》(국립현대미술관, 서울)를 통해 제도적 맥락에서 그의 작업이 재조명되었고, 국제적으로는 《The Shape of Time: Korean Art after 1989》(필라델피아미술관, 2023) 등에서 한국 동시대미술의 흐름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그가 한국 사회의 특수성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세계적 차원에서 공명할 수 있는 언어를 구축했음을 보여준다.

오인환은 동시대 한국미술에서 사회적 규범과 제도적 질서를 전복하는 실험적 태도로 독자적 위치를 점한다. 그의 작품은 개인적 경험과 사회적 맥락을 교차시키며, 문화적 사각지대를 탐구하는 독창적 형식을 구축해왔다. 이러한 지속적 탐구는 한국뿐 아니라 국제 미술계에서도 정체성과 제도, 차이와 규범을 사유하는 새로운 지형도를 제시한다.

Works of Art

특정한 시간과 공간

Exhibi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