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입구 - K-ARTIST

사라진 입구

2019
섬유 강화 플라스틱, 나무 프레임
가변 크기
About The Work

박기원은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시대에 편승하지 않는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펼쳐오며 한국 현대 설치 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가이다. 그의 작업은 철사, 투명 비닐, 에어 튜브, 플라스틱 거울, 유화로 칠한 시트지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공간을 재해석하는 대형 설치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박기원은 자신의 작품을 “텅 빈 공간과의 대화”라고 설명한다. 작가는 공간이 가지는 역사, 그리고 주변 환경과의 관계에 초점을 두고 작업을 전개해오며 ‘공간과 함께 호흡하는 작품’을 지향해왔다. 그리고 그 안에 관객들이 들어와 공간과 상호 작용을 할 때 그의 작품은 비로소 완성된다.

개인전 (요약)

박기원은 313 아트프로젝트 (2019, 2016),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10), 마드리드 Museo Nacional Centro de Arte Reina Sofia (2006), 아르코미술관 (2006) 등 국내외 유수 기관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그룹전 (요약)

박기원은 그룹전으로는 수원시립미술관 아트 스페이스 광교 (2020), 청주시립미술관 (2019), OCI 미술관 (2018),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16), 아모레퍼시픽미술관 (2016), 서울 금호미술관 (2015), 서울 Esprit Dior, DDP (2015), 프랑스 물랭 Galleria Continua (2014-15), 베를린 East Side Gallery (2014), 부산시립미술관 (2013) 전시에 참여했다. 2005년에는 제51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전시의 참여 작가로 선정된 바 있으며, 2000년에는 광주 비엔날레 특별 전시에 참여하였다.

수상 (선정)

박기원은 2010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었다. 2022년에는 제 36회 김세중조각상을 수상했다.

작품소장 (선정)

박기원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아르코 미술관, 루이비통 파운데이션(파리), 청주시립미술관, 대구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텅 빈 공간과의 대화

주제와 개념

박기원의 작업은 공간의 본질을 재해석하는 시도에서 출발한다. 가인화랑에서 선보였던 초기작 〈움직임〉(1996)에서 작가는 아무것도 걸리지 않은 벽에서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하며 이를 FRP 보드의 반복적 배열로 시각화했다. 이는 ‘작품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공간을 작품으로 경험’하게 만드는 그의 문제의식을 선명하게 드러낸 초기 사례였다. 

이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에서 선보인 〈감소〉(2005)에서는 전시 건축 외벽 전체를 옥색 FRP 보드로 감싸고 관람 동선 전체를 작품화하여 장소의 맥락과 외부 풍경을 끌어들이는 ‘공간-조각’을 실현했다. 이러한 접근은 공간을 단순히 작품의 배경이 아니라 작품 자체의 일부로 전환시키려는 작가의 철학과 연결된다.

그의 관심은 단순히 공간의 물리적 구조에 머무르지 않는다. 〈가벼운 무게〉(2006, 레이나 소피아 국립미술센터)는 견고하고 두꺼운 석조 건물의 무거움에 대응해 가벼운 젤과 말랑한 튜브를 배치함으로써 공간의 물질성을 변주했다. 관람자는 이 공간 위에 눕거나 걸으며 ‘무거움 속의 가벼움’을 체험할 수 있었으며, 이는 공간 경험을 전환하는 일종의 감각적 실험으로 평가받는다

2010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작가는 과천관에서 개인전 《누가 미술관을 두려워하랴》를 선보였다. 해당 전시에 출품된 작품 〈배경〉은 전시장 중앙홀의 구조와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되, 화강암 벽면을 옥색으로 변형시켜 익숙하면서도 낯선 분위기를 창출했다. 이는 ‘공간의 역사와 정체성을 존중하면서 새로운 감각을 불러일으킨다’는 그의 일관된 주제의식의 집약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서울식물원에서 선보인 최근작 〈대화〉(2022)는 장소성과 개인적 경험을 결합한다. 낙엽을 밟는 행위를 모티프로 하여, 관람자가 작품 위를 걸으며 발생하는 소리를 통해 자기 자신과 무언의 대화를 나누도록 했다. 이는 〈움직임〉 이후 꾸준히 이어져온 ‘미세한 자극과 공기의 흐름’을 재현하는 동시에,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사유하는 현대적 주제로 확장된다. 결과적으로 박기원의 주제는 ‘공간과 장소성의 재해석’에서 출발해, ‘공간-몸-감각의 상호작용’으로 확장된 궤적을 보여준다.

형식과 내용

박기원의 형식적 언어는 최소한의 물질적 개입으로 공간의 본질을 드러내는 것으로 특징지어진다. 〈움직임〉에서는 얇고 반투명한 FRP 보드를 나란히 배열해 공간의 순수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시각적 리듬을 부여했다. 이는 여타 조각작품이나 대형 설치 작품처럼 거대한 조각적 덩어리를 세우기보다는, 공간 본연의 잠재성을 깨우는 극도로 절제된 표현이기도 하다.

〈감소〉에서는 FRP 보드가 단순한 벽 장식이 아니라 전시장 전체를 하나의 동선이자 매개로 전환하는 장치로 기능했다. 다른 작가들의 작업이 그 위에 설치됨으로써, 그는 ‘공간’과 ‘작품’의 위계를 뒤집고 상호 의존적인 관계로 재구성했다. 이와 같은 방식은 공공성과 협업적 맥락에서도 그의 작업이 살아나는 형식적 특징을 보여준다.

〈가벼운 무게〉에서 그는 젤과 튜브 같은 비전통적 재료를 통해 무거운 박물관 공간을 ‘휴식의 장소’로 변환시켰다. 이는 조각의 전통적 형식을 해체하고, 재료의 물질성과 관객의 신체적 경험을 결합시켜 공간을 감각적으로 재구성하는 시도였다.

〈배경〉과 같은 대규모 설치작업에서는 회화적 요소(유화로 칠한 시트지)와 건축적 구조가 결합한다. 이는 회화와 설치의 경계를 넘나드는 형식적 실험이며, 작품과 공간을 매개로 관람자가 능동적으로 경험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더 나아가 〈대화〉에서는 오브제와 행위, 청각적 요소가 결합하여 공간이 ‘호흡하는 장’으로 확장된다. 이 작품은 단순한 청각적 효과를 발생시키기보다 관객의 몸과 식물원이라는 사유의 공간이 맺는 관계를 즉각적으로 환기한다.

지형도와 지속성

박기원은 공간과 물질의 본질을 드러내고 변환하는 주제의식을 유지해왔다. 그의 작업은 단순한 설치미술이 아니라, 공간 그 자체를 작품화하고 관객의 감각과 몸을 매개로 완성되는 과정 예술에 가깝다. 이는 동시대 한국미술에서 ‘공간과 관람 경험의 재구성’을 선도한 독창적인 입지를 형성했다.

작업 형식적인 궤적은 1990년대 합판과 오브제를 활용한 미니멀 평면 실험에서 시작해, 2000년대에는 FRP 보드와 비닐을 통한 공간 설치로 확장되었으며, 2010년대에는 대규모 미술관 공간을 활용한 회화-설치 복합 작업으로 발전했다. 최근에는 〈대화〉 같은 작업에서처럼 관객의 행위와 청각적 체험까지 통합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박기원은 미술시장의 화려한 담론이나 이미지 소비에 기대기보다, 예술이 지닌 심미적 가능성과 공공적 의미를 부각시킴으로써 한국 설치미술의 국제적 위상을 확장하는 데 크게 기여해왔다. 그의 작품세계는 ‘최소한의 개입으로 최대한의 공간 전환’을 실현하는 독창적 형식을 구축했으며, 이는 동시대 한국 설치미술의 중요한 지형도를 형성한다. 또한 베니스와 마드리드 등 해외 주요 도시에서의 전시 경험을 통해 축적된 국제적 감각을 바탕으로, 그는 한국적 재료 감각에 뿌리를 둔 미니멀한 미학을 세계 각지의 미술관과 공공 공간 속에서 장소 특정적으로 확장해오고 있다.

Works of Art

텅 빈 공간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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