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 - K-ARTIST

행성

2012
폴리머 클레이, 풀, 와이어, 낚시줄
130 × 140 cm
About The Work

함진은 벌레나 알약, 손톱 등 주변에 버려진 작은 오브제 및 합성점토를 이용하여 정교한 초소형 조각을 만들어 왔다. 작가는 흔히 미술적 재료로 쓰이지 않는, 일상 속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여러 사물들을 재료로 하여 자신이 경험한 세상의 모습을 즉흥적이고 유희적으로 조각 작품에 담아낸다.
 
각종 오브제를 사용해 제작된 함진의 조각은 손톱만큼이나 작다. 육안으로는 다 보기 힘든 그의 초소형 조각들은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는 풍부한 디테일과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이 가득 응축되어 하나의 작은 세계를 이루고 있다.
 
이후 작품들에서는 특정한 외형을 재현하는 데에서 나아가 형상을 구축하는 것 자체에 관심을 두며 작업을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이러한 목적과 함께 시작된 최근작에서는 작가의 즉흥적이면서도 직관적인 선택에 의해 만들어진 색과 형태들이 나타난다.

개인전 (요약)

그는 1999년 프로젝스 스페이스 사루비아 다방에서의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PKM 갤러리(서울), 아오모리 현대미술센터(아오모리, 일본), 아트앤퍼블릭(제네바, 스위스), 하다 컨템포러리(런던), 두산갤러리(뉴욕, 서울), 챕터투(서울), 페리지갤러리(서울) 등 국내외의 여러 기관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가졌다.

그룹전 (요약)

또한 그는 상하이 민생미술관, 런던 유니온 갤러리, 파리 에스파스 루이 비통, 베이징 한국문화원, 서울 로댕갤러리, 후쿠오카 아시안 아트트리엔날레, 파리의 카르티에 현대미술재단, 도쿄 모리미술관, 서울 아트선재센터, 광주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 서울토탈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등 국내외 주요 미술관에서 굵직한 단체전에 참여해왔다. 2005년에는 51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작가로 선정되었다.

수상 (선정)

함진은 2012년 캔 파운데이션 베를린 레지던시, 2013년 두산레지던시 뉴욕 입주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Works of Art

독특한 내러티브와 상상력

주제와 개념

함진은 버려진 사물, 찰흙 조각, 인체 파편, 먼지나 알약 등 일상에서 눈에 띄지 않는 것들로부터 출발해, 고립된 존재의 내면을 은유적으로 드러내는 조각 세계를 구축해왔다. 초기 작업인 '애완(愛玩)' (2004-) 연작은 배꼽 속에 숨겨진 인간 형상의 초소형 조각이나 파리와 포옹하는 소년 형상 조각을 통해 현대인의 고독과 폐쇄성, 그리고 관계의 이질감을 압축적으로 제시한다. 작가는 이 작은 존재들을 통해 사회 속 인간의 왜소한 자아를 풍자하고,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는 세계 속 숨은 내러티브를 소환한다.

이후 작가는 도시, 자본, 권력 구조로 시선을 확장하면서도 여전히 존재의 불안정성과 사회적 상징체계에 대한 날카로운 감각을 유지했다. 〈폭탄 위의 도시〉(2008)와 같은 작업은 불발탄 위에 점토로 구현된 소도시의 풍경을 형상화해 자본주의의 혼돈과 정치적 위기를 축소된 시공간 안에 유머러스하게 은유하는데,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초소형 조각의 특성을 극대화해 개인적 상상력과 사회적 풍경을 교차시키기도 했다.

이러한 내러티브적 상상력은 2011년 이후 추상적 감각으로 이행되기도 하는데, 이때 작가는 형상의 의미보다는 창작 행위와 그것이 불러오는 감각적 층위 자체에 주목하게 되었다.

형식과 내용

함진의 작업은 극단적으로 작고 미세한 조각을 중심으로 시작되었으나, 그 내용은 결코 축소되지 않고 오히려 밀도 높게 농축된다. 그는 고무찰흙, 알약, 플라스틱, 손톱 등 이질적인 재료를 결합하여 소우주를 만들어내며, 이를 계단 밑, 벽 틈, 천장 등 공간의 사소한 빈틈에 배치함으로써 조각이 전시 공간과 관계 맺는 방식을 실험했다.

첫번째 개인전인 《공상일기》(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1999)에서 선보인 이러한 형식은 관람자에게 ‘찾기’와 ‘보기’라는 행위를 적극적으로 요청하며, 조각의 스케일과 관람 방식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유도했다.

2011년 이후 ‘무제’ 시리즈에서는 형상의 구체성을 제거한 채 검은색 폴리머클레이로 이루어진 비서사적이고 추상적인 조각들을 선보이기 시작한다. 작가는 색채와 이미지의 상징성을 제거한 채, 형태의 질감과 덩어리 자체가 발화하는 물질적 감각에 집중하며, 조형 언어 자체가 하나의 표현이 되는 실험을 이어간다.

2020년에에 들어서는 어떠한 스토리도 강제하지 않는 자율적 조형 감각이 드러난다. 〈엄마〉(2022)와 같은 최근작에서는 다양한 색의 점토들이 우연적 결합을 통해 형상화되어 있는데, 이는 즉흥성과 감각적 충동, 재료의 물성 그 자체를 사유의 출발점으로 삼는 조형 세계로의 확장이라 할 수 있다.

지형도와 지속성

함진은 조각이라는 매체의 통념을 전복하며, 조각이 점유할 수 있는 물리적 크기와 심리적 범위를 확장시켜왔다. 1999년 《공상일기》 이후 일관되게 이어져 온 ‘소우주적’ 조형감각은 2000년대 중반 '애완(愛玩)' 연작, 〈폭탄 위의 도시〉(2008), 그리고 검은 폴리머클레이로 제작된 추상조각 ‘무제’(2011-) 시리즈로 이어지며, 점차 서사 중심에서 형상 중심, 다시 감각 중심의 탈서사적 흐름으로 진화해왔다.

2005년 제51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참여는 이러한 조형 실험이 세계무대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지점이다. 이후 런던, 파리, 뉴욕, 베이징 등지에서의 전시를 통해 초소형 조각이 가진 시적 감각과 조형적 밀도를 국제적으로 알려왔다.

현재 함진은 추상과 구상, 조형과 촉각의 경계를 넘나드는 하이브리드적 조각 세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는 동시대 미술에서 서사와 비서사의 경계를 허무는 다층적 조형과 탈형식의 실험이 주목받는 흐름 속에서 독특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Works of Art

독특한 내러티브와 상상력

Exhibitions

Activit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