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의 시간, 그리고 공간

김덕희 작가는 물질과 에너지의 상호작용에 대한 생각을 작업으로 나타내고 있다. 작가는 이전 전시인
《감여가》에서 빈 집에 대한 생각들을 열을 이용한 작품으로 표현하였다. 

“빈 집이라는 환경이 가진 에너지의 세계에 새로운 에너지를 투입하는 것, 그것은 하나의 사건과도 같다. 그것은 아마도 우리들의 ‘만남’과도 같을 것이다. 인간이 주축이 아닌 환경과 에너지를 주축으로 당신을 향해 뜨거운 마음을 전하듯 나는 빈 집에 열을 전하였다.”
- 작가노트 중에서-

이번 전시의 주제인 《Quantization》은 양자화를 뜻한다. 이는 거시적 물리현상을 미시적 물리 현상에 대해 적용 가능한 양자론적 물리량으로 변환시키는 것이다. 20세기 양자 이론과 상대성 이론의 태동은 자연과학의 영역을 넘어서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양자 이론은 미시 세계의 사물들이 확률적이고 불연속적인 방식으로 존재한다는 이론이다. 즉 우연이나 확률, 예측 불가능성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우리가 현재를 알고 있다 할지라도, 미래가 어떨지는 알 수 없다. 양자 이론에 따르면 인간을 포함한 사물들, 세계는 특정한 하나의 성질을 가진 존재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안에는 다양한 성질들이 중첩되어 우리를 구성한다.


Doki Kim, Quantum Dream, 2018, LED display, electrical wires, video (30 min), Dimensions variable © Doki Kim

작품 〈Quantum Dream〉에서 전선은 물리적으로는 화면과 연결되어 있다. 이 전선은 마치 화면 속의 어떤 공간에서부터 넘쳐흐르는 듯하다. 모니터는 납작하고, 그 속에 어떤 공간이 있을 리 없지만, 전선들은 깨진 수조에서 물이 쏟아져 내리는 것처럼 흘러내리며, 화면 속 혹은 화면 너머의 공간을 상상하게 만든다. 전선 끝에 달린 전구는 어둠 속에서 밝고 아름답게 빛난다. 이 빛은 어디에서 오는가? 모니터에 꽂힌 전선이 흘려보내는 전기가 빛을 만들어 낸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화면에는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영상의 내용은 출생에서부터 죽음까지 이르는 삶의 중요한 순간들, 인간의 일생을 요약한 것이다. 영상은 무수히 많은 픽셀들로 구성된다. 즉 우리가 보고 있는 작품은 픽셀의 형태로 기록된 우리의 삶이 다시 빛의 형태로 환원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탄생과 죽음의 장면을 ‘본다’고 말할 수 있는가? 표면적으로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전선과 빛에 불과하지 않은가.

우리는 작품을 통해 재현과 시각에 대한 이러한 질문들과 함께, 한편으로는 픽셀 하나 하나, LED 전구 하나 하나로 표현된 개별적 존재로서의 인간, 그리고 그들의 삶 하나 하나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Doki Kim, HereNow, 2018, Clock, motor © Doki Kim

“'여러 시간들’은 하나의 ‘시간’을 대치한다.”
- 『아인슈타인의 시계, 푸앵카레의 지도』 중에서

작품 〈HereNow〉에서 작가는 거꾸로 돌아가는 시계를 통해 우리의 시간을 표현한다. 시계는 거꾸로 돌고 있고, 마치 이 순간 멈춰버린 것처럼 보이는 초침은 사실 여전히 돌아가고 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시간은 ‘상대적인 시간’이다.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시간과 공간은 관측자에 따라 상대적이며, 우리 각자의 시간은 다르게 흘러간다.

상대적인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나의 ‘지금, 여기’와 당신의 ‘지금, 여기’는 동일하지도 않고, 영원히 함께 할 수도 없으며, 그것은 잠시 교차할 뿐이다. 그렇게 이 이야기는 다시 작품 〈Quantum Dream〉과도 연결된다. 상대적인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서로 만났다 헤어지며 시간을 나누지만 결코 동일한 존재가 될 수는 없으며, 자신만의 시간 속에서 각자 빛나는 존재들인 것이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