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Doosan Art LAB New York 2020: stain begins to absorb the material spilled on》 © DOOSAN Art Lab

혀를 깨물기 위해서.
삼킨다. 깊숙이. 더 깊숙이.
삼킨다. 다시 한층 더.
더 이상 신체의 기관이 남지 않을 때까지.
-차학경 Theresa Hak Kyung Cha


1월 16일부터 2월 15일까지 두산갤러리 뉴욕에서 진행되는 《두산아트랩 뉴욕 2020》은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제시 천과 신재연이 참여한다. 제시 천 Jesse Chun은 서울, 홍콩, 뉴욕, 그리고 토론토에서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는 뉴욕을 기반으로 개념적 작업을 선보이며 일상에서 마주하는 언어, 문서, 관료제를 소재로 디아스포라, 번역 불가능한 언어, 그리고 가독성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시적으로 풀어낸다.

신재연 Tiffany Jaeyeon Shin은 몸과 발효와 같은 소재로 식민주의의 역사를 탐구한다. 특히, 신재연은 도자기의 표면을 둘러싼 미세한 구멍을 포착하고 발효와 같이 끊임없는 생체 활동의 움직임에 집중하는데, 작가는 이런 소재들이 식민주의의 역사와 닮아 있다고 본다. 신재연의 작품은 음식물에서부터 나는 냄새, 몸의 소화 과정, 그리고 미생물이 발효되는 과정을 역사의 구조와 긴밀히 연결시킨다.

이번 전시에서 두 작가는 ‘두산아트랩’에서 ‘랩’을 마치 실험실처럼 전시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로 사용한다. 실험실(Lab)로 비유된 두 공간에서는 발화(발음, 침묵, 생략)와 몸(섭취, 오염, 방지)에 대해 질문하며, 언어와 소화의 구조가 어떻게 긴밀히 얽매어 있는지를 탐구한다.

Jesse Chun, voiceless consonants, 2019, 2-minute sound, mal configured airport speaker, steel bracket, wire, amp. 11 × 12.5 × 12.5 inches, height dimensions variable. Installation view of 《stain begins to absorb the material spilled on》 (DOOSAN Gallery New York, 2020) © DOOSAN Gallery

첫 번째 랩(Lab)에서는 제시 천의 조각과 사운드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제시 천의 작품들은 언어와 읽기의 관료적, 제도적 체제를 연구한다. 제시 천은 다양하게 마주하는 일상적 사물들을 읽을 수 있는 소재로 만들어내, 권력, 통제, 의미들이 가진 기존 장치들을 능동적으로 오독하고 다시 쓴다. 예를 들어, 세계 “공용어”라 불리는 영어의 발음 강습 오디오,  관료적인 문서와 증명서 원본을 인증하는 워터마크, 손 글씨를 이루는 흑연의 물성이 그 예시다. 시각적, 청각적, 그리고 기호학적 관념들을 통해, 제시 천은 읽기, 내면성, 그리고 불가능한 번역의 영역을 물색한다.

두 번째 랩(Lab)에서는 신재연의 유리로 만든 옹기를 선보인다. 신재연은 기원전 5000년부터 이어온 한국 전통 도기인 옹기를 불투명한 유리 표면으로 변형한다. 옹기는 아주 조그만 공기구멍이 나있는 표면을 통해 숨을 쉰다. 이러한 표면은 음식을 발효시키고 최적의 통풍 상태를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유기적이고 공기가 통할 수 있는 상태가 되면, 옹기는 살균된 표면과 향을 가진 유리로 변한다. 이러한 유리는 한국 전쟁 이후 서구 근대화를 상징한다. 더불어, 옹기에서부터 공중으로 퍼지는 쑥 향은 오염과 방지의 영토를 상징한다.

본 전시 제목과 인용구는 차학경의 『딕테』에서 차용했으며, 한글 제목은 제시 천와 신재연이 번역했음을 밝힌다. 전시 인용구 출처: 차학경, 김경년 역, 『딕테』, (서울: 어문각, 2004), p. 81.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