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enunciating silence and》 © 1708 Gallery

1708 Gallery는 제시 천의 신작과 최근작을 선보이는 개인전 《enunciating silence and》를 개최한다. 천은 조각, 영상, 사운드, 드로잉을 통해 영어와 그 권력 구조를 탐구하며, 과거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로 불렸던 EFL(English as a Foreign Language)의 제도적 장치를 주요 대상으로 삼는다. 작가는 EFL/ESL 교재, YouTube 발음 튜토리얼, 표준화 시험, 졸업장과 자격증의 워터마크, 영어 관련 서적의 색인 페이지 등 다양한 기존 자료를 활용해 세계의 ‘공용어’가 지닌 권위와 기능, 의미를 새로운 관계 체계로 다시 해석한다.

〈enunciating silence and〉라는 제목의 조각에서 천은 어린이용 영어 알파벳 조립 장난감을 문자 언어를 분해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한다. 교육용 장난감을 ‘잘못’ 사용함으로써 영어 알파벳을 만들지 않고, 언어와 형식 사이에 위치한 추상적 형태를 구축한다. 그는 고정된 영어 알파벳 형태를 실리콘과 흑연을 이용해 신체적이고 축 늘어진 상태로 변형한다.

〈voiceless consonants〉에서는 발음 튜토리얼이 파편화되고 추상화되어 하나의 사운드스케이프로 전환된다. 거의 들리지 않는 목소리들이 무성자음을 속삭이고, 그 소리는 여러 겹으로 쌓여 폭포처럼 변한 뒤 다시 침묵 속으로 사라진다. 마찬가지로 다채널 비디오 설치 〈INDEXING MY MONOLOGUE〉 역시 영어의 헤게모니와 종속이 특히 비원어민의 신체와 감정, 내면에 미치는 영향을 되돌아본다.

《enunciating silence and》는 기존 영어 체계로부터 벗어난 새로운 비재현적 기호의 경로를 구축한다. 천은 세계의 공용어를 그것 자체의 교육적 언어를 통해 분석하며, 물질적·음향적·언어적 추상을 만들어 영어를 중심에서 밀어낸다. 이를 통해 영어는 “새롭게 구성된 언어화의 장면에서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 출발점”으로 위치하게 된다. (Rey Chow, 『Not like a native speaker』) 천은 가독성과 디아스포라, 번역 불가능성을 위한 새로운 시학과 새로운 출발점을 사유한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