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A POETICS OF EARTH, WIND, AND SEA》 © RANEE SEOUL

땅과 바람, 그리고 바다는 지나간 감각의 흔적을 남긴다. 굳이 의미를 말하지 않아도, 그곳에는 이미 시간이 쌓이고 움직임이 스며 있으며, 감각은 설명보다 먼저 작동한다. 《A POETICS OF EARTH, WIND, AND SEA》는 그러한 자연의 방식—머무르고, 스치고, 축적되는 방식—에 대한 하나의 시적 응답에서 출발한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김미영, 양자주, 하쿠 승호는 서로 다른 매체와 태도를 바탕으로, 감각이 발생하고 머문 자리를 어떻게 남길 것인가에 주목한다. 회화는 물질과 신체의 행위 속에서 겹쳐진 흔적을 남기고, 그 여운은 통과와 흔들림을 거치며 미묘하게 변주된다. 사운드는 의도나 해석으로 고정되지 않은 채 공간에 울림으로 머물며, 감각의 깊이를 확장한다.

《A POETICS OF EARTH, WIND, AND SEA》는 자연을 재현하지 않는다. 대신 자연이 세상에 흔적을 남기는 태도와 닮은 구조로 전개된다. 무엇인가를 규정하기보다는, 관객은 작품 앞에 머무르며 표면과 공간, 소리와 침묵 사이에서 자신의 감각을 조율하게 된다. 정지한 듯 움직이고, 움직이는 듯 정지한 풍경 속에서, 이 전시는 고정된 명료한 해석이 아니라 감각이 열리는 하나의 시학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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