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s
《Replaced Windows》, 2014.11.13 - 2014.12.13, Articsok Gallery
2014.11.11
Articsok Gallery
Jaehong Ahn, The Buglers, 2014, Oil on canvas © Jaehong Ahn
볼로냐에는 많은 교회가 있고, 그 안에는 수많은 회화 작품이 있다. 이 작품들은 성경의 이야기를 전하며, 그중에는 다른 작품들보다 더 뛰어난 것도 있다. 미술관과 달리 교회 안의 그림들은 대개 처음 놓였던 자리에 그대로 걸려 있다. 반면 미술관에서는 오랜 세월 축적된 큐레이터들의 전문적 판단에 따라 가장 뛰어난 작품은 눈에 잘 띄는 곳에, 그보다 중요도가 낮은 작품은 지하 수장고 등에 배치되어 왔다.
무엇이 훌륭하고 무엇이 그보다 못하거나 좋지 않은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합의가 형성되어 있는 셈이다. 이런 점에서 미술을 보기 위해 교회를 방문하는 일은 작품을 보는 안목과 감식의 문제를 흥미롭고도 현실적인 것으로 만든다. 이 어딘가에 라파엘로의 작품이 있다는데, 과연 어디에 있을까?
교회를 위한 회화에서는 작품의 주제, 즉 우리가 흔히 내용이라고 부르는 것이 미리 주어져 있었다. 또한 귀족과 상인 계급의 요구에 따라 화가들이 다루어야 했던 초상화, 풍경화, 정물화 같은 다른 주제들도 정해져 있었다. 한편 예술가들은 당시의 시장 구조 안에서 아카데미, 살롱, 전시, 화상의 갤러리 등을 통해 자신의 작품을 판매하고자 했다.
19세기 말까지 회화의 내용은 인물, 풍경, 정물이라는 범주에 대체로 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20세기에 모더니즘이 등장하면서 예술가들은 스스로 작품의 내용을 선택하기 시작했고, 작품의 개념 자체가 예술의 핵심적인 일부가 되었으며, 예술가는 그것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엇을 하느냐는 어떻게 하느냐만큼 중요해졌다.
안재홍은 자신이 존경하던 이른바 ‘라이프치히 화파’의 화가들과 가까이에서 작업하기 위해 캐나다를 떠나 독일 라이프치히로 향했다. 라이프치히 화파는 독일 통일 이후 서독의 승리와 흡수라는 분위기 속에서 동독 출신 예술가들이 자신들의 존재와 정체성을 드러낼 필요에서 형성된 양식이다.
이 화파는 강렬한 명암 대비, 정밀한 선묘, 복잡한 구성, 극적인 감정의 강조와 같은 독일 회화의 전통적 특성을 강하게 계승한다. 뒤러, 그뤼네발트, 크라나흐에서부터 베크만과 딕스에 이르는 계보를 떠올려볼 수 있다. 안재홍은 이러한 영향뿐 아니라 보다 최근 세대의 영향까지도 자신의 작업 속에 흡수해왔다.
Jaehong Ahn, The Junction, 2014, Oil on canvas © Jaehong Ahn
〈The Buglers〉에서 화면 상단의 두 지붕 영역은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형성하며, 그 아래에서는 한 남성과 한 여성이 나선형 형태를 벗어나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붉은색은 어두운 엄버색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밝은 녹색과 라임색을 보완한다. 작품의 내용은 묘사된 연극적인 장면만큼이나 안재홍이 색을 선택하고 사용하는 방식에 의해 형성된다.
〈The Junction〉에서도 마찬가지로, 흰색 바탕 위의 에메랄드빛 사자가 시선을 사로잡으며 직사각형 화면을 가로질러 대각선 방향으로 그가 바라보는 곳에 시선을 집중시킨다. 이번에는 화면의 하단부가 전체 분위기를 형성하고, 우리는 그 위에 놓인 것을 바라보게 된다. 〈Privileged indefinitely〉에서는 대각선 구도가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되며, 어두운 바탕 위의 밝은 색조와 흙빛 색채가 이를 더욱 강조한다. 수레는 강한 대각선의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화면 중심에서 벗어난 상단의 마름모꼴 형태가 이를 한층 강화한다. 이 형태는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도 작품 전체의 구성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차지한다.
〈The Drain〉는 빛과 그림자 속 은회색, 섬세한 명암 표현, 그리고 아주 작은 노란색과 흰색의 흔적을 통해 그 의미를 직접적으로 전달한다. 물론 그것은 하나의 인물 형상이다. 이것이 옛 거장의 작품이든 최신 현대회화이든, 내가 어떤 그림을 처음 마주할 때 취하는 방식이다. 이는 특별한 접근법이 아니다. 들라크루아 이후의 회화는 우선 이와 같은 방식으로 보일 것을 요구해왔으며, 작품이 전체적으로 얼마나 성공적인지, 그리고 첫인상에서 얼마나 뛰어난지를 스스로 드러내도록 요구해왔다.
Jaehong Ahn, Privileged indefinitely, 2012, Oil on canvas © Jaehong Ahn
나는 안재홍이 자신의 주제에 담긴 정서적 내용과 씨름하면서 시각적으로 어떻게 사고하고 있는지를 설명하려 하지만, 이 회화들은 각자가 자신의 감정에 따라 해석할 수 있다. 작품의 의미는 제목과 마찬가지로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남겨져 있다. 그의 작업을 특징짓는 것은 지지체 위에 물감을 올리는 행위, 즉 캔버스에 유화를 그리는 방식을 통해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다.
이는 오늘날 흔히 새로운 미디어에 뒤처지고 시대와 동떨어진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는 예술의 언어이자 제작 방식이다. 그러나 빠르게 이미지를 넘겨보는 오늘날의 문화 속에서도 회화는 여전히 지속되며, 마치 뉴미디어에 도전하듯 더욱 강하게 자신의 우위를 주장하려 한다.
안재홍은 이러한 도전에 응하고 있다. 그는 우리에게 묵직한 예술작품뿐 아니라 예기치 못한 작품, 무엇보다도 미학적 놀라움을 선사하는 작업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그는 자신의 삶과 경력에서 과거와의 화해를 절실히 요구받는 지점에 서 있는 듯하다. 인천에 머물며 곳곳을 거닐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번에는 그가 스스로에게 어떤 예기치 못한 시각적·주제적·정서적 도전을 던질지 지켜보는 일이 무척 흥미로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