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은 회화를 전공했고 스스로도 페인터로서의 정체성을 꾸준히 유지해왔지만, 그의 회화는 도시를 눈에 보이는 모습 그대로 옮기는 데 머물지 않는다. 작가에게 그리기는 관찰한 공간을 조사하고, 그 안에서 발견한 질서와 구조를 화면 위에 다시 구축하는 과정이다. 수직·수평의 선, 그리드, 정면에서 바라본 건축물의 모습은 도시를 감정적으로 묘사하기보다 구조적으로 파악하려는 태도와 맞닿아 있다.
〈콘크리트의 생애〉처럼 건축물의 생성과 철거가 동시에 감지되는 작품에서도 화면은 특정 순간을 포착하면서 그 풍경이 곧 사라질 수 있다는 시간성을 함께 품는다. 이러한 방식은 도시를 ‘그릴 대상’으로 선택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무엇을 어떻게 배열해야 도시를 움직이는 원리가 드러나는지 탐색하는 회화적 방법으로 이어진다.
시트지, 알루미늄, 플라스틱 골판지, 방수포처럼 실제 건축 현장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재료들은 김지은의 회화를 특징짓는 중요한 요소다. 〈콘크리트-안과 밖〉에서는 플라스틱 골판지와 시트지를, 〈만능 컨테이너 프로젝트〉에서는 알루미늄 판과 시트지를 사용하며, 〈수상한 지붕들-위장〉에서는 위장무늬 방수천 위에 공장 지붕과 도시의 구조를 펼쳐 보인다. 이러한 재료는 도시 풍경을 묘사하는 수단이면서 동시에 그 풍경을 실제로 구성하는 물질이기도 하다.
화면 속 건축 이미지와 현실의 건축 재료가 직접 맞닿으면서 평면의 환영과 물성이 동시에 강조되고, 도시의 임시성·표준화·반복성이 시각적으로 드러난다. 여기에 정면 시점과 구글 지도, 드론, 위성사진에서 비롯된 수직 시점이 함께 사용되면서 사람이 직접 걷고 바라보는 도시와 기계적 시선으로 포착된 도시가 교차한다.
회화의 논리는 설치 작업에서도 계속 확장된다. 김지은은 각목, 시트지, 포장용 끈, 버려진 물건처럼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조합해 비계나 망루와 같은 구조물을 제작해왔다. 〈어떤 망루〉처럼 건축물을 연상시키는 대규모 설치는 그림의 프레임을 벗어나 전시장 전체의 높이와 폭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방법은 주어진 재료와 환경을 적극적으로 전용하는 브리콜라주다.
작가는 완성된 설계에 맞춰 재료를 선택하기보다 현장에서 얻을 수 있는 사물의 기능과 형태를 새롭게 조합하며, 이미 쓰임을 가진 사물에서 또 다른 구조를 만들어낸다. 그림에서 사용해온 배치와 구축의 감각이 실제 공간으로 옮겨가면서 회화와 설치 사이의 경계도 자연스럽게 넓어진다.
최근 작업에서는 회화와 설치에 사진 콜라주와 디지털 이미지가 한층 적극적으로 결합된다. 모델하우스와 아파트 실내, 이케아 쇼룸처럼 표준화된 주거 공간에 거리뷰, 위성사진, 화성 탐사 로봇이 전송한 이미지 등을 삽입하면서 실제 생활 공간과 매개된 이미지 환경을 충돌시킨다. 창문이나 텔레비전, 벽면의 그림이 외부 풍경과 다른 장소의 이미지로 치환되고, 내부와 외부, 실제 장소와 가상 공간의 경계가 흔들린다.
이때 콜라주는 이미지를 단순히 겹쳐 붙이는 기법에 그치지 않고, 제도와 자본에 의해 정돈된 실내와 그 바깥의 불균질한 현실을 한 화면 안에 병치하는 방식으로 기능한다. 회화에서 출발한 구축과 배치의 감각이 재료, 설치, 사진, 디지털 이미지까지 이어지면서 김지은의 작업은 동시대 도시를 감각하고 분석하는 복합적인 시각 언어를 형성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