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r image of 《Des mots et des mondes》 © Palais des Beaux-Arts

동시대 예술 실천에서 시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지는 현상을 둘러싼 일련의 논의에서 출발한 전시 《말과 세계들》은 글쓰기를 그 자체로 독립적인 조형 재료로 바라본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정보의 흐름 속에서 작가들은 더 많은 것을 말하기보다, 감각적이고 독자적이며 구체적인 맥락에 놓인 형식을 통해 다르게 말하고자 한다. 이때 단어는 조합과 입장 설정, 의미의 이동, 단호하게 시적인 재구성을 통해 구현되는 개인적·집단적 해방의 매개가 된다.

파리 보자르 소장품과 동시대 창작물, 학생 및 교원의 작업으로 구성된 《말과 세계들》은 서사와 지식, 상상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단어가 발휘하는 힘을 탐구한다. 단어는 현실을 명명하고 분류하며 질서화할 수 있는 동시에, 현실의 위치를 옮기고 변형하며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젖힐 수도 있다. 전시는 분류에서 사변으로, 과학적·식민주의적·종교적·제도적으로 계승된 틀에서 주변화되거나 다시 쓰이고 새롭게 고안된 서사로 나아가는 흐름을 따른다.

선형적이고 고정된 미술사에서 벗어나 작가들은 조사하고 수집하며 재구성하고 허구를 만들어낸다. 단어는 파편화된 기억과 주변부에 머물러온 주체성을 드러내는 도구가 된다. 위기에서 유토피아로, 역사에서 개인의 궤적으로, 현실에서 상상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전시는 단어를 긴장이 발생하는 장소인 동시에 공유의 공간이자 희망과 해방을 품은 매개로 제시한다. 시적이거나 선언적이고 때로는 연약한 단어들, 서로 연결되고 공동체를 이루며 전승하고 투쟁하기 위한 단어들이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