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N Minwook, Memoryscape, 2014, Color on silk, 51 x 89 cm © JIN Minwook

현실의 관계망 속에서 본인의 경험과 기억의 일부를 추려내어 자연물 특히 동물을 통해 형상화하고자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경험과 기억을 토대로 내가 인식하고 있는 세상의 일부를 보여주고자 함인데 작업은 구상화의 형식을 갖추고 있지만 내가 근본적으로 묘사하고 싶은 것은 어떤 특정한 장면이 아닌 현상의 외피에 가려진 추상적인 흐름, 어떤 에너지에 가깝다.

그리고 나는 아직 이 추상적인 대상을 특정 이론의 지식을 빌려 이해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떄때로 일상 속 체험을 통해 존재를 마주하고 있어 아직도 이 존재의 셩격은 나에게도 상당히 모호하다. 일상에서 이것은 항상 변화하며 이 가치를 조우하는 순간에는 규칙이 없다. 본래 형체가 없는 이것은 일상에서 대상과 다른 대상이, 상황과 다른 상황이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맺을 때 드러난다.

실제 외피의 성격을 입고 있는 그것은 본성은 무에 가깝다. 굳이 빗대어 말하자면 『노자』에서 말하는 실재, 소리, 형체가 없고 명사나 개념으로 규정할 수 없지만 세상의 모든 것들에 깃들여 있는 도(道)에 가까울 지도 모르겠다.


JIN Minwook, Memoryscape, 2014, Color on silk, 56 x 46 cm © JIN Minwook

아무튼 이리 모호한 존재일지라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특별한 가치는 분명히 존재하며 때때로 마주치는 경험은 특별하다는 점이다. 아무리 하찮은 대상이라도 삶의 문제를 반추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때 특별한 가치가 생기는 이치를 나에게 환기시킨 것은 조그만 조각상이었다. 이 조각상은 높이 8cm가 채 되지 않는 작은 상아조각상으로 어머니가 지금의 나보다도 젊은 나이일 때 어느 시장에서 산 장식품이다.

이것은 아주 오랫동안 찬장의 어느 한 구석을 차지하다가 내 작업실로 이사를 왔다. 어느 날 문득 이 작은 조각상의 정체가 궁금하여 책을 뒤져보다 작은 조각상이 감춘 의미를 마주했을 때의 특별함이라니!

놀이터를 장악하고 있는 공들은 원래 100개가 들어있는 한 통에 오천원에 하는 싸구려에 불과하지만 그것이 탄력성를 갖는 이유만으로 호기심을 보이는 동물들의 눈, 삼만원에 구입한 해골모형은 의대생들에게는 두개골의 정보를 제공하지만 나에겐 현재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자고 끝없이 일깨운다. 이와 같이 일상 속 물(物) 외피에 숨겨져 있는 가치란 다양할 수 밖에 없다.


JIN Minwook, Whereabouts of the Stars, 2014, Color on silk, 130 x 89 cm © JIN Minwook

화면에서 내가 묘사한 풍경은 이 같은 가치의 집적이다. 나는 삶 속의 아름다움을 탐구하는 방법과 같은 원리로 아름다움을 탐구한다. 의식의 잣대를 대기 전 무작위로 사진을 찍고, 관심가는 사물을 두고 두고두고 의미를 고민한다. 그렇게 수집한 대상물과 막 촬영한 사진 속 풍경을 구성하는 나무, 산, 건물 등을 하나의 단위로 쪼개어 화면을 언젠가의 기억과 느낌에 집중하며 재구성한다. 건물 뒤에 숨겨진 단풍나무도, 이상하게 서로에게 입을 벌리며 서로에게 덤벼드는 강아지들도.

평소에 일상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수집한 이 대상들을 나는 다시 시점과 원근과 비례를 따르지 않고 나만의 가치척도에 따라 재분류시켜 때론 과장하거 나 생략, 제거하면서 재배열한다. 

에스키스->스케치->초뜨기(선뜨기)->채색->배접 후 수정의 작업과정에서 처음의 에스키스의 이미지가 유지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 재구성한 풍경은 현실 어딘가의 풍경이지만 결국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내 고유 세계의 일부이다.


JIN Minwook, Little Fuss, 2014, Color on silk, 161 x 156.5 cm x (5) © JIN Minwook

나는 이 고유세계 속에서 때때로 발생하는 기억의 왜곡, 때때로 발생하는 현실과 상상 속의 혼돈과 그 미묘한 즐거움에 집중하며 시간을 보낸다. 나는 내 작업을 마주한 당신과 소리없는 수수께끼놀이를 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