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Martha’s Rumour》 (Nook Gallery, 2021) © Nook Gallery

누크갤러리는 2021년 11월 5일부터 11월 27일까지 이진한 개인전 《마사의 소문》전을 개최한다. 자유분방한 붓 터치와 강렬한 색채를 특징으로 하는 자신만의 작업 세계를 구축해 온 이진한 작가는 대상을 추상적이고 극적으로 드러내며 큰 붓을 사용해 거칠면서도 섬세하게 빠른 터치로 그림을 그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2015년 이진한 작가가 참여한 한 학회에서 미국출신의 개념미술가 마사 로슬러가 누군가에게 던진 뜻 모를 농담에서부터 비롯된 그림으로, 저명한 예술가 마사가 허공에 바이올린 켜는 시늉을 하며 냉소적인지 다정한지 모를 농담을 하는 장면을 떠올리며 그려온 신작 15점을 소개한다. 전시를 통해 작가는 회화가 언어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Jin Han Lee, Martha Playing Her Tiniest Violin, 2015, Oil on linen, 160x220cm © Gallery Hyundai

마사의 소문

이진한

내게 회화란 어둠 속 관객이 꽉 찬 연극무대 스포트라이트 아래에서의 모놀로그 퍼포먼스와 같이, 작가의 사적 언어가 세상의 언어와 충돌하는 공간이다. 강렬한 붓질, 화려한 색감, 분명한 명암 대비로 표현되는 이 격렬한 충돌은 추상과 구상이 교차하는 지점에 위치한 환각 적이고 환상적인 풍경으로 변주 되며 실패한 언어적 경험과 감각을 묘사한다.

누크갤러리에서의 개인전에 소개되는 모든 그림에는 바이올린 켜는 여자의 모습이 주도적으로 등장한다. 이는 나의 작업 세계에 큰 동력이 된 2015년 미국출신의 개념미술가 마사 로슬러가 내가 참여한 한 학회에 와서 누군가에게 던진 뜻 모를 농담에서부터 비롯되었다. 이 저명한 예술가가 허공에 바이올린켜는 시늉을 하며 냉소적인지 다정한지 모를 농담을 하는 그 장면을 나는 오래도록 자주 곱씹어오며 그때마다 그림을 그려왔다.

지난 6년 동안 한 모티브를 반복적, 수행 적으로 그리며 행위 당사자인 마사 로슬러만이 알 수 있는 바이올린 켜는 몸짓의 의미는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변질되어, 내 그림 속에서 농담의 진위를 찾는 일과 그것의 목적은 어느새 시시해 진다. 이 모든 과정을 돌이켜보니 나는 회화가 언어의 역할을 대신 수행할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왔던 것 같다. 그리고 적어도 내 그림 안에서 나는 나만의 말을 스스로에게 하고 듣는다는 나름의 다짐에 다다랐다.

그림에는 그려진 것보다 그려지지 않은 것이 더 많고, 캔버스 표면 위 보이는 것 뿐만 아니라 그 뒷면에 보이지 않는 무수히 많은 무언가가 있다는 점을 나는 강조하고 싶다. 그리고 그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비밀 과도 같은 이야기, 회화 작가의 작은 속삭임에 접근하기 위해 관객들이 오래, 너그러이, 상상력을 발휘하며 그림과 전시를 봐주길 바란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