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Hoisting paper, rolling up stone, floating sprinkles and then the fabrics》 (OCI Museum of Art, 2019) © Minjung Key

읽기를 미뤄왔던 책, 어쩌다 접한 영상, 바다 건너 먼 곳의 뉴스, 이렇게 일상의 사소한 것들에서 기민정의 작업은 시작된다. 열기구 조종사가 된 화가의 소식도 그 중 하나였다.

열기구의 비행 시각은 보통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다. 태양이 낮게 떠있는 시간, 더운 공기가 상승하고 차가운 공기가 그 빈자리를 채우려 주변에서 몰려드는 때의 훈풍을 이용해 지표면으로부터 떠오른다. 너무 높지도 너무 낮지도 않은 위치에서, 짐작할 수 없는 먼 곳까지 보기 보다는 하늘을 날며 땅의 소리를 듣고 시선이 닿는 곳을 오롯이 품는다.

Installation view of 《Hoisting paper, rolling up stone, floating sprinkles and then the fabrics》 (OCI Museum of Art, 2019) © Minjung Key

작가는 이 이야기를 작품과 단편소설로 정성껏 매만져 전시장에 옮겼다. 나지막이 열기구를 타고 관조하는 풍경, 그 안에 종이를 뭉쳐 세우고 석고를 떠서 감듯이 움켜쥐어 보고 주변에 검은 가루를 흘리고 천을 내려 바람의 모양을 짐작해본다. 말라있던 붓이 물과 색을 머금고 봉긋하게 피어오른 모습은 따뜻한 공기에 보기 좋게 부풀어 오른 열기구와 닮아서 혹여 멀리 날아가 버릴까 먹으로 지그시 눌러 놓았다.

그렇게 전시장에 작가의 작업실이 스며들었다. 한 번밖에 없고 두 번 다시 같은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을 이 여름은 바스락거리는 종이 더미 위에 올라 서서히 미끄러지거나, 해가 드는 창문에 매달려 투명하게 흔들린다.

- 이영지 (OCI미술관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