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Pure War》 © High Art

1983년 문고판으로 처음 출간된 “Pure War”에서 폴 비릴리오는 현대 사회와 군사 기술의 진보 사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결속을 조명했다. 그의 주장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전시 중에 발생한 경제적 가속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전쟁과 평화의 구분이 결정적으로 해체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술적 진보는 전쟁의 더 효과적인 도구와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속도와 성능의 증가를 지속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수단이 되었다.

말하자면 이러한 군사화된 과학은 특수화된 대량생산의 발전을 가능하게 했고, 이는 역동적인 산업 시스템을 추동하며 결국 가속화된 커뮤니케이션, 운송, 정보 체계로 진화했다. 갈등의 영속성에 의존하는 세계 경제, 실제 사회적 진보를 희생시키며 전쟁 전략을 실행하는 기술관료적 정치 체제, 끝나지 않는 순수 전쟁의 상태인 것이다.

Installation view of 《Pure War》 © High Art

동명의 제목을 가진 《Pure War》는 김훈규가 High Art에서 처음 선보이는 전시로, 전쟁을 역사적 주인공으로 묘사한 회화 연작을 제시한다.

무기의 진화, 즉 석기, 금속, 불, 기계, 산업, 생화학, 핵, 기술, 유전자를 하나의 지침으로 삼고, 십이지(쥐,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를 원천으로 삼아, 작품들은 강렬한 상상력이 깃든 광대하고 정교한 서사적 우주를 구축하며, 기술적 신자유주의의 영향과 씨름하는 포스트-세계화된 세계를 성찰한다. 깊은 위계 구조, 극단적인 신념 체계, 정치적 논쟁은 의인화된 대리자들의 광란에 의해 자주 추동되는 세밀한 서사를 통해 전면에 드러난다.

시간과 공간은 뒤섞이며, 폭력적 분출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사회적 상호작용의 규범적 특성으로 나타나는 영원한 비상사태를 묘사한다. 상업적 상품과 대중문화의 클리셰, 즉 포켓몬부터 셀피, 예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소들이 표면적으로는 환상적인 세계의 풍경에 얽혀 있지만, 그 세계는 동시대적 조건의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다. 김훈규의 작업은 일종의 예외적 존재로 기능한다. 그것은 동시에 삽화적이면서도 상징적이고, 세밀하면서도 진단적이며, 귀여우면서도 비판적이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