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young Lee, Walking on Mudflats, 2024, video, 4min 21sec © Soyoung Lee

한 여성이 갯벌 위를 천천히 걸어간다. 발이 진흙에 붙었다 떨어질 때마다 척척 하는 흡착음과 함께 발자국이 남고, 곧 밀물이 그 자국을 덮는다. 이소영의 작업은 여기서 출발한다.
이 장면은 작가에게 우연히 포착된 퍼포먼스가 아니라, 작업 세계를 여는 기본 장면에 가깝다. 작가는 완성된 형태의 조각을 증명하는 대신, 형상이 막 생겨나기 직전의, 흙과 신체와 장소가 서로 반응하며 어떠한 형태를 예감하는 형성의 시간에 주목한다.

그렇기에 이소영이 던지는 질문은 근원적이다. 우리가 뿌리를 두는 공간이란 과연 불변하는 것인가? 그리고 물리적 공간과 가상공간이 뒤섞인 현대에서, 주체를 정박시켜주던 ‘고정된 장소’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 그것이다. 우리는 지도의 좌표 위에 잠시 찍혔다 사라지는 점처럼, 잠정적이고 일시적인 점유와 이동을 반복하며 살아가는 존재인가라는 이 근원적인 인식이 이소영 조각의 출발점이다.

그의 작업에서 조각은 견고한 대상이라기보다, 손에서 빚어진 흙이 말라가고 무너지고 다시 뭉쳐지는 사이에 남겨진 운동의 흔적에 더 가깝다. 균열과 침식, 붕괴와 재결합의 리듬이 곧 작품의 내용이 되는 것이다. 영속적 형상을 이상으로 삼아 온 조각의 전통과 달리, 이소영의 흙 작업은 시간과 소멸을 조각의 중심부로 끌어들이며, 이를 완성된 오브제가 아니라 끝나지 않는 과정으로 되돌려 놓는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