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 poster of 《The Tongue Before Words》 ©K-Arts

K-Arts 미술원 창작스튜디오 9기 입주작가 8인의 작업 결과를 결과보고전 《말 이전의 혀(The Tongue Before Words)》에서 선보인다. 이번 전시의 제목 ‘말 이전의 혀’는 언어가 발화되기 전, 우리 모두에게 합의된 예술 작품인 오브제가 탄생하기 전 작가의 혀와 육이 있었음을 상기시킨다. ‘말’ 이전의 ‘혀’는 언어라는 체계, 위계, 규칙에 갇히기 이전의 본능과 무의식을 포괄한다.

‘말’이 언어와 대화의 시작, 즉 체계에 편입되는 것을 뜻한다면 그 이전에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혀’는 사고와 체계에 도달하기 이전, 감각적이고 원초적인 본질적이고 물리적인 근원을 찾으려는 시도를 의미한다. 작가가 작품을 만든다는 것은 언어가 형성되기 이전의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상태를 응시하는 일이며, 동시에 기록하고 보관할 수 없는 것을 포착하고자 하는 몸부림이다. 

전시는 로렌 리의 람부탄 껍질로 제작한 조각 〈SKIIIIIIIIIIIIIIIID MARKS〉로 시작된다. 로렌 리의 조각은 람부탄의 딱딱하고 털 난 껍질에 균열을 내고 부스러뜨리는 촉각적인 공감각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수치를 가두는 우리를 만들고 싶었다는 작가의 고백을 상기시킨다.

박형진은 매일 마주하는 풍경을 회화로 기록한다. 호두나무 아래에서의 시간을 기록하고 그린 〈호두나무 August to September〉와 더불어 창작스튜디오 입구에 있던 은행나무, 창 밖의 우거진 녹음, 석관동에서의 시간을 모아 본다. 오세린의 〈어떤 축제〉는 죽은 식물을 애도하는 공간을 만든다.

이은솔 〈보이스 피싱〉은 디지털 세계에 존재하는 다른 자아를 유지하고 보수하며 실존과 존재가치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듀킴의 〈교회가 아멘이라고 말하게 하소서〉를 위시한 조각은 제단이 되어 BDSM 플레이에서 느껴지는 황홀감을 종교적 황홀감에 빗대어  종교로 대변되는 이성, 위계, 정상성을 전복한다. 듀킴과 병치된 최재형의 〈보타락가산〉은 불교의 구원을 구하는 동시에 보는 이를 성불시키고자 하는 작가의 마음을 담았다.

두 작가의 대칭된 작업은 종교를 대하는 두 작가의 서로 다른 태도와 간의 팽팽한 긴장 상태를 보여준다. 맞은편에 대치된 〈불 안〉은 손현선이 매료되었던 불타는 몸, 원초적이고 강력한 불의 정화를 연상시키며 이 삼각형을 완성한다.  굴샤 아일라 바이락의 〈Behind Mountains〉는 나의 존재 너머, 나와 내가 아닌 것을 탐구하며 그 경계를 넓혀나간다. 

예술가들의 ‘혀’와 ‘말’이 공존하는 지난한 고통과 탐색의 과정에 K’Arts 미술원 창작스튜디오가 도움이 되었기를, 또 앞으로도 예술가들이 ‘말’과 ‘혀’를 찾아가는 여정에 함께하는 사업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말 이전의 혀(The Tongue Before Words)》 전시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석관캠퍼스 예술정보관 신축갤러리에서 2025년 3월 4일부터 3월 15일까지 진행된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