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n Oh, Imitation & Deception No.2011-25, 2011, 925silver, 16x22.5x2.5cm © Serin Oh

'모방과 속임수(Imitation & Deception)' 시리즈로 국내외 좋은 반응을 얻어온 젊은 작가 오세린의 개인전이 6월 6일부터 서울 삼청동 소재 갤러리 예담 컨템포러리(Gallery Yedam Contemporary)에서 열린다. 작가는 길거리 싸구려 악세사리에서 모티브를 얻어 오브제 성격의 장신구를 만든다. 그녀는 작업을 통해 원본과 복제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자본주의 사회의 욕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현대사회에서 소비의 능력은 권력이자 곧 계급이다.(다수의 하위계층은 상위계층의 소비 행태를 동경하고 모방하는데, 이것은 상위계층의 소비 목적이 되기도 한다)'. 소비심리학 서적에 등장할 법한 이 짧은 문장은 우리에게 씁쓸함을 안겨주는데, 자본주의 사회의 한복판에 사는 이들이라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젊은 아티스트 오세린이 쓴 작업노트의 첫 문장이다. 서울대학교에서 동양화와 금속공예를 전공하고 암스테르담에서 열리는 아트주얼리페어 'SIERAAD'에서 최고상을 수상(2010 New Traditional Jewellery) 했던 그녀는 '모방과 속임수(Imitation & Deception)'라는 시리즈로 독창적인 주얼리를 만들어왔다. 최근에는 올 봄 미국에서 출판된 Showcase 500 Rings(Marthe Le Van & Bruce Metcalf, Lark Crafts; USA, 2012)의 표지에 그녀의 작업이 실리기도 했다.

그녀의 작업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반짝거리며 화려한 형태를 가지고 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는 역설적인 이야기가 담겨있다. 값비싼 보석이 잔뜩 세팅되어 있는 줄 알았던 반지는 눈속임이었고, 싸구려 가짜 큐빅과 반쯤 잘려나간 용 머리, 길거리에서 파는 곰돌이 모양 악세사리, 짝퉁 루이비통 마크까지 수십 개의 요소가 뒤섞여 한 몸이 되어있다.

오세린은 수집품들을 직접 대량 복제한 후 재조합하면서 단 하나밖에 없는 실버 장신구를 만들고 원본과 복제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실제로 이 시리즈의 작업들은 형태가 지나치게 복잡해서 기술적으로도 원본 이외의 복제가 불가능하다. 오리지널의 특징이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패션은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있는 상류층의 역사라고 하죠. 늘 위를 향한 모방이었어요. 저는 피라미드의 가장 아래 있는 것들로 새로운 것을 만들면서 이 정의를 무너뜨리고 싶어요."

이렇듯 파격적인 방식으로 작업을 시도해온 오세린의 60여 점의 작업들이 대중과 소통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포토그래퍼 표기식, 황미나 등 여러 아티스트의 도움을 받아 제작한 룩북과 함께, 기존 시리즈에서 크기를 축소시킨 '수집된 욕망(Collected Desire)' 시리즈도 선보일 예정이다.

'로드샵에서 파는 천 원짜리 악세사리의 역할은 천 원보다 비싸 보이는 것'이라는 오세린의 말처럼, 그 동안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소비재들은 '과시, 모방, 동조'의 욕망을 채워주기 위해 존재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 속에서 그녀의 메세지가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지켜볼 일이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