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Unmined》 전시전경 © 커런트 플랜즈

우리는 이제 데이터를 활용하며, 동시에 데이터로서 존재하는 데이터화된 세계에 살고 있다. 우리가 데이터에 접근하고 이를 처리하는 방식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으며, 그 흐름과 생애주기, 활용 방식에는 보이지 않는 권력 관계가 작동하고 있다.

안토니오 네그리는 1999년 발표한 「가치와 정동(Value and Affect)」에서 정동이 새로운 가치 개념의 토대가 될 수 있으며, 그것은 “측정 불가능한 것(beyond measure)”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는 감정이 계산되고, 대상화되며, 이윤 창출을 위한 원재료로 축적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감정 추출(emotional extraction)에서 정동 컴퓨팅(affective computing)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마음의 채굴(mind mining)’은 우리의 경험과 감정을 국가와 거대 기술 기업을 위한 상품으로 취급한다.

이 프로젝트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디지털 노동, 데이터 식민주의, 그리고 ‘감정’ 빅데이터의 부상 사이의 교차점을 탐구한다. 작가는 데이터 마이닝의 과정을 역설계(reverse-engineering)하고 절차적 모델링(procedural modelling)을 활용함으로써, 자본주의적 가치 체계 속에서 간과되거나 무가치한 것으로 취급되는 인간의 감정을 추출하는 광부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벽 설치, 조각, 영상 프로젝션으로 구성된 세 개의 작업군, 즉 〈채굴된 마음들〉, 〈더 언마인드〉(조각), 그리고 〈구덩이〉를 병치한다. 열린 공간 속에 배치된 이 작업들은 관람객이 공간을 탐색하며 작품들 사이에 직조된 개념적 수수께끼를 스스로 해독하도록 유도한다.

〈더 언마인드〉는 디지털 노동, 역사적·데이터 식민주의, 그리고 광물학적 원리를 연결하며, 우리의 삶과 감정이 점점 더 채굴되고 착취되는 방식을 성찰한다. 또한 이 프로젝트는 존재의 모든 측면이 수량화되는 시스템 속에서 인간의 감정이 지니는 ‘실질적인’ 가치가 무엇인지, 그리고 총체적 추출의 시대에도 우리가 여전히 자유롭고 자율적인 방식으로 서로 연결될 수 있는지를 묻는다.


《The Unmined》 전시전경 © 커런트 플랜즈

〈채굴된 마음들〉은 ‘채굴된’ 감정의 데이터셋을 시각화한 벽지 설치 작업이다. 작가는 웹 스크래핑을 통해 팬데믹 기간 동안 X(구 트위터)에 게시된 텍스트들을 수집했다. 전 세계적 고립이 사람들을 연결에 대한 절박한 갈망 속에서 디지털 플랫폼으로 집단적으로 이동하게 만들었던 이 시기, 소셜미디어는 많은 이들에게 일상 속에서 억눌렸던 감정의 잔해가 축적되는 거대한 저장소가 되었다.

작가는 폴 에크먼(Paul Ekman)의 여섯 가지 기본 감정을 기준으로 1차 필터링을 진행한 뒤, 알고리즘적 탐지를 넘어 자신의 정서적 반응을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활용하여 ‘인간적인’ 감정을 가려냈다. 이렇게 선별된 데이터셋은 알고리즘 기반 감성 분석으로는 읽어낼 수 없고, 효용성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종종 주변화되는 아이러니와 비논리성의 미묘한 층위, 즉 ‘비생산적인’ 경험의 스펙트럼을 포착한다.

작가는 이러한 원초적 감정들과 기계의 ‘감정 탐지’가 산출한 정량화된 결과를 병치함으로써, 데이터 과학이 인간의 감정을 측정 가능한 단위로 번역하는 방식을 드러내고, 그러한 환원 과정에서 무엇이 소실되는지를 질문한다.

〈더 언마인드〉(조각)는 인간의 감정을 물질적인 형태로 구현한 작업이다. 작가는 디지털 기기에 필수적이지만 글로벌 사우스에서 착취적 노동을 통해 채굴되는 분쟁 광물인 콜탄(coltan)의 결정 구조를 바탕으로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그리고 선별된 데이터셋의 ‘감성 점수(sentiment scores)’를 알고리즘의 매개변수에 적용하여, 이러한 정서적 가치들을 공간적 실체로 변환한다.

이 과정은 데이터 시각화와 추상화 사이의 긴장을 탐색하게 하며, 문자 그대로의 해석을 넘어 촉각적이고 물리적인 만남을 만들어낸다. 이 조각들은 인간의 감정을 하나의 원재료로 구현하면서, 우리의 매개된 소통과 물질적 자원 채굴을 떠받치는 보이지 않는 노동을 드러낸다.


신경진, 〈구덩이〉, 2025, 단채널 비디오(3D 애니메이션, 아카이브 및 재연 이미지), AI 생성 음성, 8분 15초 © Gyung Jin Shin

전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영상 프로젝션 〈구덩이〉는 하나의 에필로그로 기능한다. 일제강점기 조선인 광부들의 삶을 그린 안회남의 소설 『탄갱』에서 영감을 받은 이 작업은 역사적 식민주의와 동시대의 데이터 식민주의 사이에 유비를 형성한다. 영상의 서사는 소설의 구조적 골격, 즉 탄광 폭발로 시작되는 도입부와 주인공의 내적 독백을 바탕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틀 안에서 작가는 정동의 광물들을 디지털 생산의 세계적 사슬 속에 위치시킨다. 연구 이미지, 3D 모델, 가상 및 실제 광산의 영상은 서로 얽히며, 광부이자 예술가인 자신의 시점에서 서술되는 하나의 오토픽션(autofiction)으로 수렴한다.


《The Unmined》 전시전경 © 커런트 플랜즈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