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진의 작업은 조각을 출발점으로, 조각, 퍼포먼스 비디오, 설치, 프로그래밍, 데이터 시각화, 생성 알고리즘, 3D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매체를 횡단하며 작업의 형식을 구축해왔다. 이러한 매체의 확장은 새로운 기술을 수용하기 위한 실험이라기보다, 인간과 기술, 물질과 정보, 신체와 데이터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기 위한 방법론에 가깝다. 따라서 그의 작업에서 매체는 주제를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 특정한 인식 체계와 사회적 관계를 드러내는 구조로 기능한다.
초기 작업에서는 측정과 복제, 규칙과 오차를 조각적 장치로 전환하는 방식이 두드러진다. 〈비너스를 흉내내기〉에서는 18세기 포인팅 머신을 변형하여 자신의 신체를 측정하고, 〈피라미드 프로젝트〉에서는 고대 기하학의 비례 체계를 인간의 신체 치수로 치환한다.
또한 〈지구의 표본〉에서는 통계 자료와 지리적 데이터를 결정 구조를 연상시키는 조각적 형태로 재구성한다. 과학적 모델과 수학적 원리, 객관적 데이터는 그의 작업에서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세계를 이해하는 체계가 지닌 임의성과 한계를 드러내는 장치로 작동한다.
퍼포먼스와 영상 역시 그의 작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웃으면서 자살하기〉에서 웃음가스를 이용해 의식의 미세한 변화를 경험하거나, 〈Gray Hive〉에서 반복적인 노동과 고립의 구조를 수행적으로 구현하듯, 그의 퍼포먼스는 몸의 표현성보다 신체가 특정한 조건과 규칙 안에서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관찰하는 실험에 가깝다. 여기서 몸은 감정을 표현하는 주체인 동시에 사회적 규범과 기술적 조건이 새겨지는 매개체가 된다.
최근 작업에서는 데이터 기반의 생성 시스템과 조각적 사고가 더욱 긴밀하게 결합한다. 웹 스크래핑, 감성 분석, 절차적 모델링, 인공지능 음성 등 계산적 방법론은 더 이상 작업의 기술적 배경이 아니라 형식 그 자체를 구성하는 요소가 된다. 특히 《The Unmined》 프로젝트에서 작가는 디지털 환경에서 추출된 감정을 조각, 데이터 시각화, 영상 설치로 변환하며, 비물질적인 데이터와 물리적 조각 사이를 왕복하는 새로운 조형 언어를 구축한다.
이처럼 신경진의 작업은 연구와 프로그래밍, 조각과 퍼포먼스, 데이터와 물질이 서로 침투하는 복합적인 형식을 통해 동시대 기술 환경을 감각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장을 마련한다.